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이 표어대로라면 연애는 연애전문가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연달, 즉 연애의 달인을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론 전문가는 많다. 간접 경험으로 쌓아온 그간의 지식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도 될만큼 충분한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약한 것은 이론이 아니라 실전이기에 이들의 교과서 같은 대답은 응용문제 풀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그저 그런 소리 말고, 내일이라도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연애 실전 비법은 없을까?

이 질문에 저자는 자신의 직간접 경험을 토대로 한 권의 연애 전략서를 펴냈다. 이름하여 신데렐라가 왕자와 맺어질 수 있었던 것도 "어머!"하는 리얼한 효과음과 함께 값비싼 유리구두를 벗어놓고 달아나는 전략때문이었다는 재미난 발상이 담긴 제목의 책으로 말이다.

이 책은 다른 어떤 책 보다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여자들의 연애에서 1차 목표라고 할 수 있는 "갖고 싶은 남자 갖기"가 그것이다.

일단 갖고 싶은 남자를 가져야 연애를 하고, 행복의 씨앗인지 불행의 전주곡인지 알 수 없는 결혼이란 단계로 나아갈 수 있으므로 가장 중요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기 위해서는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 필요가 있었다. 저자는 분명 나 보다 많은 연애를 경험해 봤고, 지금의 그녀가 자신있게 밝히고 있듯 갖고 싶던 남자도 이미 가졌다. 어려운 시험일수록 기출문제를 분석하고 비슷한 문제가 출제됐을 때 두 번 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그녀의 생생한 이야기는 이미 경험한 것들에 바탕하여 확실히 실전에 강한 것들이다. 그런 그녀의 경험담 중에 결혼에 관한 여러가지 조언들은 실로 지금의 내게 필요한 말들이었다.

최근 내 주변에는 서둘러 면사포를 쓰고 버진로드로 입장하는 친구들이 많다. 나이가 나이인만큼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의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 ’정상’ 범주에 드는 것이라 생각하는 부모님을 둔 우리로서는 선택을 망설일 시간조차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다. 가뜩이나 시시각각 다가오는 서른의 공포에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데, ’결혼’은 그 공포를 가중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 재고 따졌던 그 깐깐한 기준은 다 어쩌고 친구들은 하나같이 "세상에 별 남자 없더라. 그냥 이 정도면 괜찮은 남자 아닐까?"란 너그러운 말을 던지며 유부녀의 길로 저벅저벅 걸어들어갔다.

그녀들의 연애가 남긴 결론은 결국 "세상에 별 남자" 없다는 그녀들만의 진리와 "이 정도면 괜찮다"는 나름의 판단 기준이었다.

정말 그 정도면 괜찮은 걸까? 결혼이란 중차대한 일을 선택하는데 그 정도만으로도 행복은 어서오라 손짓하는 걸까? 이것이 결혼에 대한 웃지 못할 환상이라 하더라도 ’어짜피 하고나면 불행할 거 그냥 하자’는 심정으로 결혼을 결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싶어서 저자의 말대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는 것이니까. 그러면서 자신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결혼은 현실"이라는 명분 하에 지나치게 경제적 조건만 따지는 것도 문제고, "때가 되었으니"라는 말도 안되는 그 때에 맞추기 위해  서두르는 것도 성급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저자는 결혼의 행복은 경제적인 풍요로움으로 채워지는 것도 아니고, 때를 맞추기 보다 나와 맞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라 이야기 한다. 생각 같아서는 내 친구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차분히 들려주고 싶지만, 이미 너무 늦은 것 같다. 결혼 결정만 나면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일사천리로 결혼이 진행되는지 미처 몰랐다. 지금으로서는 부디 그녀의 결정에 후회란 말이 없을만큼 행복하고 또 행복하기만을 빌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그러나 이 사실이 나를 더욱 불안하게 하기도한다.

어떻게 보면 책이 거꾸로 쓰여진 것처럼 결혼과 연애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이 이 책에서는 전반부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본격적으로 연애 Tip을 전수한다. 전체적인 배경을 먼저 그리고 그 안에 사람들의 표정, 지붕의 색깔, 나무의 모양 등을 그려넣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그녀가 전하는 연애의 Tip들 중에서 남자의 집착 게이지를 알아보는 방법과 시집가야지란 말에 대처하는 법, 남자에게 매력적인 여자로 보이는 법 등 꽤 유용한 것이 많다. 그러나 애초에 이런 팁을 알아도 여우처럼 써먹지 못할 것이 뻔한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 방법들이란 것이 다소 피상적인 내용으로 느껴진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배워도 써먹지 못하면 무용지물인 것과 같다. 그러므로 이 책을 가장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에게 이런 방법들이 필요한 것인지, 만일 필요하다면 본인이 이런 방법들을 실전에 활용할 수 있는지, 만일 그렇 수 없다면 본인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연애에 서툰 사람들의 연애 상담은 딱 그만큼 어설픈 주변 친구들의 몫이었다. 친구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던 연애상담이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본인들이 더 잘 알테고, 이 책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 콕 집어 말해 준다. 그러므로 그저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이 아니라 진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싶은 것이라면, 친구와의 연애 상담은 이제 그만하고  이 책에 본인의 내용이 담겨있진 않은지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은 비단 연애의 기술 뿐만이 아니라 연애 그 자체에 대한 혼자만의 생각을 밖으로 꺼내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고쳐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이것이야말로 단순한 연애전략서로만 끝나지 않은 이 책의 가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