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람들이 제각기 살아가는 삶의 터전 속을 엿본다는 것은 사뭇 흥미롭다.

특히 예술가들의 작업실 공간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많지가 않다.

아주 절친이 아니고선 보통 사람들에게 어지간해선 공개를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예술가들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그렇다.

직접 볼 수 없다면 어떻게 궁금함을 씻을 수 있을까?

어쩔 수 없이 책으로나 그속을 들여다 볼 수밖에

그래서 고른 책.

 

작업실 구경

 

25인의 작가들의 작업실 이야기다.

이 책은 <행복이 가득한 집> 집지 책에 연재되었던 기사를 묶은 책이다.

책을 읽다 보니 "어... 여기는..."

가끔 내가 지나다니던 곳 근처에 있는 작업실도 있다.

그 앞을 다니면서도 궁금했었던 작업실 몇 곳이 소개되니 기분이 묘하다.

저 건물은 예사롭지가 않아 보인다 싶었다. 분명 평범한 사람이 사는 것 같지는 않고,

무슨 작업실인가?

사진 작업하는 스튜디오인가? 사진을 취미로 하니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사진 관련 스튜디오였다.

 

책 내용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이랄까.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는 작업실은 참 많은데

그중에서 화가 백순실님의 작업실이다.

속을 보지 않고도 누구나 궁금증을 유발하는 건물이다.

다양한 건물들을 봤지만 이처럼 독특한 건물은 처음이다.

콘크리트 건물 작은 창으로 나뭇가지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건물 크기가 크다. 그러니 삐죽 튀어나온 나뭇가지를 품고 있는 나무도 제법 수령이 오래되어 보인다.

파주 헤이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파주는 꼭 한번 가봐야겠다고 늘 맘먹고 있는 도시다.

파주 출판도시도 돌아보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 핑계삼아 볼거리 하나가 더 생겼다.

소개된 다른 작가들도 그렇지만 백순실 화가님도 특이한 기법?으로 작업을 하시는 분이다.

커피로 작업을 하신다. 캔버스 위에 진한 커피향이 가득할 것 같다.

"동다송" 을 주제로 40여 년간 작업도 하셨다니 커피뿐 아니라 茶와 깊은 관계가

있는 작업을 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茶와 그림을 하는 예술가의 조화라......

 

이외에도 도예가, 건축가, 사진작가, 디자이너, 조각가, 푸드스타일리스트,

그리고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오는 궁중채화 장인까지.

모두 25인 의 작업실과 작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어느 것 하나 관심이 없는 분야는 없다.

특히 궁중채화 장인이신 황수로님의 작업실과 작품에 관한 글을 보다 보니

오래전에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로비에서 보았던 화준 작품을 보고 한참 동안

발걸음을 멈추고 봤던 기억이 다시금 되살아 났다.

그것이 바로 이러한 작업을 하여 만들어지는 것이구나 싶었다.

역시나 많이 보고, 듣고, 메모를 해두면 언젠가는 어느 때 그 기억은 나의 뇌에서

잊어버린듯하여도 아주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금 느낀다.

 

책을 읽으면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작가의 작업실을 메모해두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작가들의 눈썰미는 보통이 아닌 것 같다.

건축과 관계가 없는 작가들도 자기의 작업 공간을 설계하고 직접 짓기도 하고,

디자인과 구도 배치하는 감각은 역시나 장르 불문하고 작가의 타고난 본능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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