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그러하다.

오랫동안 곁에 두고 아껴서 읽고 싶은 책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내 눈이 휘둥그레지는 절집이 나온다.

어... 이곳은....

안동 봉서사...

고향에 있는 절이라서 반가운 게 아니라 우리 가족들과 인연이 깊은곳이라서 반가웠다.

이 책에 내용중 개인적으로 한번 또는 몇 번이나 가본 곳도 있고,

처음 들어본 절집도 있으며 한번 가볼까 생각만 하고 아직 인연은 되지 못한 절집도 있는데

봉서사는 특별한 인연 때문에 알게 된 곳이다.

재작년 5월 아버지의 49재(齎)를 모신 곳이 바로 봉서사다.

그 이전엔 할머니의 천도재를 이곳에서 모셨지만 나는 그 당시 참석을 못하여서

봉서사는 작년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불심이 깊으신 나의 고모님도 이곳에서

반승반속(半僧半俗)하시며 한동안 생활하셨던 곳이다.

처음 방문할 땐 상황이 절집 주변을 살펴볼 정신과 여유가 없었는데, 49재를 모시는 기간 동안

여러 번 절을 찾으면서 마음도 조금씩 추스르니 주변의 풍경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처음 봉서사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 " 이곳이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들었다.

왠지 마음에 따스한 느낌과 편안함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부분들이 참 많았다.

책에서 작가님은 이곳 봉서사를 방문했는데 하필 그날이 이곳 스님께서 출타 중이셨나보다.

전화통화 내용은 책에 나오지 않지만 대충 그 통화 내용을 가늠할 수가 있을 것도 같다.

쿨하고~털털한 스님 성격에

" 반찬은 어디에 있고 쌀은 어디에 있고 ,,,어쩌고~저쩌고~~ 하니 푹 쉬시고 가셔요"

하셨지 않았을까?

다른 사찰 같으면 지금 출타 중이라 곤란하니 다음에 다시 방문하시라 하셨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아버지 49재 중에서도  봉서사가 참 편안하였다. 편안하게 해주는 스님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책에서 나온 풍경 그대로다.

야생화를 좋아하셔서 주변엔 꽃도 많고, 아기자기한 절집이다.

잠시 손님들에게 커피 타주느라고 팽주노릇을 하였는데 큰 유리창으로 보이는 산 아래 풍경도

너무 고왔다.

49재 마지막 막재에 가져간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또한 봉서사가 있는 이곳은  나의 외갓집이 있는 동네이기도 하여 어릴 적 추억도 되새김질해봤다.

책을 읽다 보니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어머니가 어릴 적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쌀(공양미)을 지게에 지고 이곳 봉서사에 자주

오셨다고 하셨다.

이래저래 우리 집이랑 많은 인연이 있는 곳이라 생각이 더 많아진다.

이 책에 소개된 절집 중에서 가본 곳은 그 나름대로 추억이 있다.

어느 절은 같이 간 인연들과의 추억이 있고, 또 어느 절은 특별한 하나가 좋아 몇 번 찾기도 했다.

그중에서 신륵사가 그런 곳이다.

책에서 작가님은 마음이 외로울 때 신륵사를 찾는다고 하였지만, 나는 탑 하나를 보고 싶어

자주 찾았다.

바로 전탑이다. 전탑은 흔히 볼 수 있는 탑의 양식이 아니다.

현재 온전히 남아있는 전탑은 5기 정도다. 대부분 경상북도에 있다.

안동에 3기가 있고 칠곡 송림사에 하나. 그리고 신륵사에 하나가 있다.

전탑에 관심이 많았다. 한때 안동 신세동 7층 전탑 문화재 지킴이로도 활동을 했지만

그렇게 열심히 하질 못해 아쉬움이 많다.

책 내용 중 예전 모습과 다르게 변모해가는 절집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작가님의 모습도 나오지만

개인적으로도 손때묻은 절집보다 반짝반짝 새로운 불사가 이뤄져서  현대적 느낌이 묻어나는

모양에 아쉬운 마음은 나도 그렇다.

책을 쓴 한선영 작가님은 본인이 길치라고 소개를 하셨다.

나도 무진장 길치다. 그런데 처음 가는 길은 잘 찾아간다.

그만큼 목적지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사전 입수하여 몇 번이고 확인을 하기 때문인데,

문제는 지인들과 함께 가본 곳에 혼자 다시 찾아가려면 문제가 생긴다.

특히 도심에서 이러한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그래도 작가님처럼 산속에서가 아니라서 다행일까?

아~ 한번 산속에서 길 잃은 적이 있긴 하다.

오래전 3년여 동안 전국 사찰을 찾아 돌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승주 어디선가 산속에서 길을 잃어 판초 우의를 디 집어쓰고 산에서

비박을 하였긴 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냥 추억이 되었다.

책 속 절집중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다.

부안 내소사다. 가본 적이 있긴 한데 햇살에 비춰진 꽃살문의 자태가 보고 싶어진다.

한옥집에서는 햇살에 비친 한지와 문살의 뒤태를 자주 보곤 하는데 내소사에서는

그런 것을 알지 못 했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곳이 자꾸 생겨난다.

천 불천탑의 운주사.

이곳은 자주 왔던 곳 중 하나였다.

처음 방문했던 20여 년 전에 비가 몹시도 내리던 날이었는데 땅이 질퍽거렸다.

지금처럼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주변 정리도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백양사는  다녀온 지가 너무 오래되어 기억에 흐릿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대구 중암암,묘봉암도 아직 한 번도 인연이 되질 않았지만 가보고 싶은 곳이다.

책을 읽어보고는 낙엽과 흙길이 어울려진 길을 걸어보고 싶어진다.

살짝 안개가 내린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첫 느낌처럼 읽고 난 후 느낌도 첫 느낌과 비슷하다.

앙칼지게 다가온 주변의 모습들을 잠시 내려놓고 길이 고운 절집을 찾아 떠나보는 것도

보약 한재 챙겨 먹는 것보다 내일을 위해 더 좋은 효과가 있을 것 같다.

- 연화그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