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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취미로 또는 직업으로 삼고 늘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는 사람들이

제일 갈증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좋은 사진에 대한 목마름이다.

좋은 사진은 어떻게 찍는 것일까?

좋은 풍경과 좋은 대상이 일단 갖춰져야 하겠지만 그것은 2차적인 것이다.

우선은 남들과 똑같은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사진가는 없다.

뭔가 좀 차별되고, 나만의 개성과 아우라(aura)가 풍기는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

멋진 풍경과 찍고자 하는 대상은 누구든 가질 수 있다. 또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가 있다.

같은 대상을 똑같은 구도로 사진에 담는다면 열에 하나같이 모든 사진이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사진기자들의 뉴스 기사 사진이 그것이다.

스포츠 사진, 이슈가 되는 현장에서의 사진, 연예인 사진들을 보면 비슷한 각도에서

비슷한 구도와 대상의 행동까지 언론사와 기자가 달라도 똑같은 사진의 결과물을 흔히 볼수가 있다.

그것은 기자들이 그렇게 교육을 받았고, 보도사진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단 기자들이 모여있는 위치, 즉 포토라인이 설치된 프레스존(press zone)을 벗어날 수 없는

한계점이 그 원인이 된다. 그리고 보도사진은 일반 작품 사진이나 예술사진 또는 일반인들이

촬영하는 사진처럼 지나친 후보정(포토샵)을 할 수 없는 한계도 있다. 보도사진은

리얼리티(reality)이며 진실만 보도한다는 취지가 우선시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밋밋한 사진이 대부분이다.

밋밋하지 않는 사진을 만드는 것은 개인의 사진 작업에 있어 필요한 것이 영감(靈感)이다.

조선희의 영감(靈感)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작가의 생각과 사진철학에 있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조선희 작가는 지금도 많이 목말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예술가나 작가들은 그 어떤 작품을 끝마쳐도 늘 2% 아쉬워하고, 미련을 남겨두는 것 같다.

절대 만족이란 없다. 어쩌면 절대 만족을 할 수 없기때문에 오늘보다 내일이 더 발전할 수 있는

힘의 동력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절대 만족을 할 수 없기에 늘 고민을 하고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늘 아이디어를 찾고, 정보 수집을 하고 매의 눈으로 거리를 헤매고 다닌다.

특히 조선희씨 처럼 커머셜(commercial) 적인 작가들은 더욱 그렇다.

매 작품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받아들어 어사인먼트를 수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다른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것과 결과물이 같아서도 안된다. 비슷해서도 문제가 된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그렇지만 작품은 달라도 그 작가만의 특징은

작품에 고스란히 남아 있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도 사진을 촬영하면서 특히 특정 행사장에서 사진촬영에 있어

그 행사 이후 쓰일 포인트 사진은 100컷을 찍으면 10컷 정도에 불과하다.

그 나머지는 나 개인적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할 목적으로 찍어두는 것이다.

다른 작업을 하다 보면 특정 행사에서 찍어둔 사진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 영감(靈感)을 자주 우려내야 보관한 사진들의 쓰임새가 불필요하지 않고

쓰임새가 많아진다.

[▲윤두서의 자화상] [▲영화 "관상"의 포스터]

위에 우측 송광호씨의 사진은 조선희가 작업했던 영화 "관상" 의 포스터인데

우측의 그림과 매우 흡사한 점이 있다.

영화가 게봉될 즘에 이 송광호씨의 포스터를 보고 윤두서의 자화상을 보고

힌트를 얻었구나 생각했었다.

옛 그림과 옛 고서화에 관심이 많은 나 또한 이러한 응용을 많이 하는 편이다.

송광호씨의 포스터를 딱 보는 순간 윤두서의 자화상 그림이 나의 머리에서

오버랩되었던 것 또한 평소 옛 고서화에 관심이 많았던 이유가 컸던 것 같다.

책에서도 작가가 밝혔지만 영화 "관상" 포스터 작업을 하면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사진이면서 그림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은 부분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포스터 한 장에서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느껴진다.

중요한 것은 응용을 하되 똑같이 하면 안 된다는 것.

위에 그림 영화 "관상" 의 포스터 중에서 오른쪽 배우 백윤식의 사진은 하단 5천원 지폐에 있는

율곡이이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그림에서는 어디서 영감을 얻었는지 별다른 특징이 없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는 상상하기 어렵다.

특히 조선시대에 사대부 양반의 복식에서 지체 있는 남자라면 누구나 착용하는

관모인 정자관(程子冠)을 쓰고 있는 그림들은 우리 옛 서화에서 많이 보이는 것들이다.

여기에서는 아마 외적인 부분보다 백윤식 배우를 중심으로 율곡이이를 모티브로 삼고자 했던

분장술에서 닮은 점을 찾아볼 수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 제일 중요한 기술은 역시나 사진 기술이다.

아무리 배우가 분장을 비슷하게 하여도 사진으로 보이는 결과물은 또 다르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한 번 더 배우를 극중 인물과 흡사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요즘 사진에서는 후보정작업이라 하여 포토샵 작업은 거의 필수적이다.

필름 카메라가 아닌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카메라 특성상 더욱 그 작업이 중요하다.

사진은 동적(動的)인 영상을 정적(靜的)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동영상 보다 사진촬영은 매우 힘든 작업이다.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것을 다 보여줘야 한다.

특히 영화 포스터 작업 같은 경우 영화 포스터 한 장이 그 영화 전체 이야기를 말해주는

효과를 사진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작가는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필요로 한다.

조선희의 영감...

이 책은 에세이처럼 쓰였지만 사진 작업을 하면서 영감의 중요성과

늘 그것에 목말라 하는 작가의 내면을 볼 수 있다.

또한 그 목마름이 지금 조선희라는 사진작가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연예인들과 모델, 스타들이 사진 찍히고 싶어 하는 사진작가.

작가가 모델에게 요구하는 부분은 까다롭고 많지만 모두 불만 없이 그의 지시대로

묵묵히 따라주는 이유가 그의 지시대로 따라주면 그만큼 만족하는 결과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창의적인 생각은 흘러보지 않고 깊이 보는 데서 나온다고 한다.

모든 사물을 주마간산(走馬看山) 보듯 하면 남는 게 하나도 없다.

아주 오래전에 하동 쌍계사에서 어느 스님의 법문을 들었는데 그 스님 말씀이 아직

귓전에 맴돌고 있다.

"모자를 사려 장에 나가면 내 눈엔 모자만 보입니다"라고 하셨다.

그 말씀은 내가 생각하는 것, 원하는 것, 필요한 것 그리고 평소 생각하는 그것이

세상 풍경을 바라보는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남들에겐 아무리 맛난 음식일지라도 그것이 내가 싫어하는 음식이라면 그것은

맛난 음식이 될 수가 없다.

우리 주변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내가 어떤 주제 즉 내가 좋아하는 주제를 가지고 구구절절 이야기를 해봐도

그 주제에 관심 없는 사람은 소귀에 경 읽기이며 졸음만 올 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떤 창조물을 만드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방면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만

관심을 가지면 영감(靈感)을 얻는 것엔 한계가 있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생각하는 사람만이 어느 순간에 스치는 짧은 생각이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지만 잠시 스쳐봤던 짧은 풍경 한 조각도 나의 기억속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흔적은 나의 뇌 속 어딘가에 남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