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발칙한 상상이다. 그 누가 어린이들의 순수함을 상징하는 동화를 이렇게나 자세히 뜯어 볼 것이라 상상했을까? 막연히 부럽기만 했던 동화 속 공주들이 의미하는 바가 이런 것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참으로 충격적으로 깨달았다.

심리학에 관심있는 열혈 학생이라면 누구든 동화 원작을 접해보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동화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연구하곤 한다. 이 책은 그런 학생들의 길라잡이가 되어줄 책이다. 책의 구성과 디자인 자체가 거부감이 들지 않고 가벼워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물론 내용까지 가볍진 않았다. 읽고 나선 모든 것을 삐딱하게 보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순수함이 조금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원망하진 않는다. 덕분에 가지고 있던 궁금증들이 모두 풀렸기에 오히려 이 책이 고마웠다.

인어공주는 왜 목소리를 팔았을까?

궁금하지 않나? 왜 인어공주는 자신이 가진 많고 많은 아름다움 중에서 목소리를 마녀에게 주었던 것일까? 순수하지 않은, 삐딱한 질문이다. 작가는 인어공주 스토리의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우리가 단순히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을 하나하나 짚어내며 인어공주의 실체를 분석하였다. 두근거렸다.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할 인어공주의 의미!

백설공주는 왜 사과의 유혹에 넘어갔을까?

대부분의 우리가 상상하는 백설공주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극장판에 나오는 천사같은 공주이다. 하지만 이게 잘못됬다면? 왜 백설공주는 빗과 레이스 끈에 넘어갔던 것일까? 그리고 난장이들에게 주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왕비에게 문을 열어 주었을까? 알고나면 허무할, 그런 철없는 공주의 이야기지만 여기에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심리의 법칙이 함께 가미되어있다.

신데렐라는 왜 유리구두를 남겨두었을까?

가장 인상깊은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일까. 신발이라는 것이 이렇게 큰 의미를 가지는 것 인줄 처음알았다. 유리구두 하나에 그 잴 수 없는 깊이의 심리 법칙은 오묘했다. 나를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딱 맞는 ‘신발’. 근데 어째서 유리였을까? 투명한 유리였기에 성립했던 신데렐라 스토리는 여자를 매혹시키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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