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의 크기란 건 상대적이어서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람으로서 정말 견디기 힘든 절대 고통 같은 건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 절대 고통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뜻하지 않은 재난으로 인해 가족 모두와 이별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사실 그런 고통이 얼마나 클지는 상상되지도 않는다. 과연 그만한 고통을 겪고도 다시 살아나갈 힘을 가질 수 있게 되기는 할까?  그런 의문이 나로 하여금 이 책 '천 개의 파도'를 읽게 했다. 이 책의 저자 소날리 데라냐갈라는 스리랑카 사람이다. 스리랑카하면 얼른 2004년에 일어난 거대한 쓰나미를 떠올릴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맞다. 소날리 데라냐갈라는 그 쓰나미를 직접 겪었고 그 쓰나미로 인해 사랑하는 두 자녀와 남편 그리고 부모님까지 한 순간에 잃어버린 사람이다. 사람으로서 당할 수 있는 가장 가혹한 고통을 그녀는 당해버린 것이다. '천 개의 파도'는 그렇게 자신의 삶을 한 순간에 저 무저갱의 어둠 속으로 밀어넣은 쓰나미를 뜻한다. 이 책은 그렇게 그 상실과 절망 가득한 천 개의 파도를 가르고 과연 다시금 삶의 희망을 찾아 헤엄쳐갔던 여정이다. 책의 초반은 그녀가 맞게된 끔찍한 고통의 순간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한 호텔 방에서 밀려오는 큰 파도를 보았던 기억. 서둘러 가족을 챙기고 자동차로 달아났지만 결국 쓰나미를 피하지 못하고 전복되어버렸던 기억. 그리고 결국 그 쓰나미로 모든 것을 잃었음을 알게 된 기억. 절망에 빠져 늘 죽음만 바랐던 기억. 가족을 추억할 공간이 점점 다른 사람들에 의해 지워지고 있다는 기억. 그런 기억들이 차곡차곡 담겨있다. 그 암울했던 기억의 끝에서 어떻게 다시금 희망의 빛을 찾았던가 하는 것 역시도. 읽으면서 분명 알게 되었다. 고통에도 어떤 절대량 같은 게 있음을. 다른 고통들과는 절대 비교 불가능한 것 말이다. 그런 앞에서라면 다른 고통들은 그저 사소한 것이 되어 버리는 고통들이.

 

 지은이는 그런 고통 한 가운데를 헤엄쳐 나온 사람이다. 도무지 빛 하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그 가운데서도 빛을 찾아낸 이. '천 개의 파도'는 그런 기록이다. 때문에 지금 어떤 고통을 겪고 있다면 이 책을 벗해보는게 어떨까 싶다. 나보다 더 큰 고통을 겪은 이가 그렇게 다시금 살아날 희망을 찾았다면 나 역시도 비슷한 길과 용기를 찾을 수 있게 될지 모르니까. 그렇게, 이 책은 영원한 고통은 없다는 것을 천 개의 파도보다 더 큰 소리로 말하고 있다.

 

 

천개의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