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활을 하면서 가장 피해다녔던 사람들 중 하나가 보험판매자였다.

 정식 명칭은 보험설계사이겠지만 나에겐 설계가 아니라 그저 판매로만 보인다. 원래 사람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난 종종 그들에게 아주 좋은 밥이기도 했는데 하도 끈질기게 가입을 권유하길래 어느날은 결국 못 참고 '제 인생은 그냥 제가 알아서 할테니 신경 꺼 주세요.'하고 휙 일어나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보험설계사로서 20년이상 잔뼈가 굵은 이의 책을 읽고 있다. 바로 '열한 번째의 왕관'이라는 책이다. 인생은 참 알 수 없다더니, 맞는 말 같다.

 

 그녀는 34살에 두 아이를 키우는 가정주부로 있다가 보험업계에 뛰어들었다고 하는데 꽤나 성공을 거둔 모양이다. 20년동안 그 일을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이렇게 책까지 내는 걸 보면. 아무튼 이 책은 그런 그녀가 자신의 성공 비결이랄까, 영업 노하우랄까 그런 걸 담아놓은 것이다. 솔직히 서평 의무가 없었다면 읽지 않았을 책이다. 그렇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읽게 되었다. 원래 이런 개인의 성공스토리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책들은 보통 삶에 있어 어떤 보편적인 성공의 원칙들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나뿐만 아니라 널리 주위를 둘러보니 그런 건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주위에 정말 자기계발서라든가 성공 스토리를 많이 읽은 녀석이 있었다. 나름대로는 거기에 맞춰 살려 꽤나 노력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기가 본 그 숱한 책들이 약속한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 굳이 그렇게 읽고 노력하지 않았어도 얻게 되었을 삶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한 때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돈과 시간만 날렸지 뭐. 그걸로 다른 걸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자기계발서라든가 성공 스토리 같은 것을 읽지 않게 된 것도 그 친구 덕분이다. 나대신 시행착오를 겪어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살아보니 삶은 정말 만만하지 않다. 몇 마디 말이나 몇 번의 결심으로 쉽게 바뀔 수 있는 삶이 아니었다. '열한 번째 왕관'에도 참 좋은 말이 많지만 그런 말을 모르고 살았던 건 아니다. 연수에서 듣게 되기도 하고 경험으로 느끼게 되기도 한다. 혹은 라이벌에게서 얻는 수도 있다. 아무튼 알고 그대로 행해도 그 결과가 책처럼 돌아오지는 않는다. 정말 진심을 다해도 몰라주는 고객 혹은 상사가 더 많다. 혹은 덤으로 욕까지 얻어먹는 경우도 있고.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든다. '쳇, 그 사람은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었군. 아니면 그냥 한 얘기거나.'

 

 뭐, 이 책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영업을 할 때 유념하면 좋은 말들이긴 한데 다 한번쯤은 익히 들어본 말이고 자기도 그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너무 믿으면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직접적 삶이란 너무도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그 모든 것을 보편적으로 아우르는 법칙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책은 그저 책일뿐이다. 사막과 커다란 강을 휙 하니 건너게 해 줄 마법의 양탄자가 되어주지는 못한다. 이 책의 저자가 책에 있는 모든 말들을 모두 직접 경험을 통해 얻었듯이 사실 그렇게 직접 경험을 통해 마음에 남는 것만이 진실이다. 그로부터 배우고 남긴 것을 잘 기억해 두는 것. 그것이야말로 보다 확실한 사다리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열한번째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