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나라엔 그 이름이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멕시코 문학을 말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으로써 세계문학계에 아주 유명한 거장이다. 멕시코를 비롯한 전성기의 남미 문학을 보면 언제나 당시 독재 정권과 문학으로 맞서왔음을 알 수 있는데 카를로스 푸엔테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때로는 풍자로서 때로는 진지하게 그 역시 자유와 해방을 위하여 문학을 통해 헌신했던 것이다. 그런 작가의 작품이니만큼 발간 자체가 관심가지 않을 수가 없고 더구나 드라큘라를 그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하니 브람 스토커와는 달리 그만의 시각으로 어떻게 녹여내었을지 흥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블라드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작품으로서는 의외라 할만큼 분량이 적은데 132 페이지의 얇으면 얇다고도 할 수 있는 분량이다. 하지만 거기에 담긴 내용은 결코 만만치 않아서 불사를 배경으로 생명과 권력의 대립을 그리고 있다. 당연히 이 대립엔  당시 정치 현실에 대한 은유가 있다. 불사를 약속하는 뱀파이어는 복종하기만 한다면 생활을 보장해주겠다는 권력을 암시하고 거기에 반하여 삶을 선택하는 이들은 권력이 아니라 인간 존엄을 선택하는 것을 은유한 것이다. '블라드'는 이 같은 대립을 보여주며 과연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인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적 억압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이 '블라드'는 생명을 얻는다. 현 정치 현실에 의문을 갖고 보다 인간답게 살려고 고민하던 이들 모두에게도  마찬가지로 늘 바래지지 않는 의미로 가득한 살아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이제라도 만나게 된 게 반갑고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접해서라도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작품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소개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블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