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를 쓴 러시아 출신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에 따르면 자신이 생각하는 러시아 최고의 문학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라고 한다. 사실은 많은 이들이 이에 동의한다. 아마도 그 때문에 가장 최근까지도 영화로 만들어졌듯이 '안나 카레니나'가 여전히 우리 주위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가지고 생생히 호흡할 수 있는 것이리라. '안나 카레니나'는 왜 이리도 인기가 있을까? 상류계급에 태어났으나 숨막히는 상류계급의 법도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개인적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것을 독자들은 자유의 추구로 보았고 어쩌면 자기 역시도 그러한 숨막히는 상황에 갇혀있다고 여기고 있었기에 더욱 안나 카레니나에게 동조하게 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이런 생각을 이번에 이리나 레인의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를 읽으면서 하게 되었다. 이리나 레인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서 만일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하나의 씨앗이 되어 이렇게 어엿한 하나의 작품으로 자라난 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현재 피츠버그 대학에서 영문학과 조교수로 있는 1974년 생인 이리나 레인은 원래 러시아 태생이다. 그녀 나이 일곱살 때 그녀는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왔다. 그런 그녀였던만큼 러시아 문학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안나 카레니나를 읽지 않았을 리는 없었을 듯 하고 미국이란 생경한 장소에서 이민자로 적응해야 하는 당시의 이리나 레인은 갑갑한 현실 가운데 자신의 자유를 찾으려는 안나 카레니나에게 심정적으로 동질감을 느꼈으리라. 그렇지 않았다면 이 소설이 이리도 설득력을 얻지는 못했을테니.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는 이리라 레인이 얼마나 안나 카레니나에게 깊은 공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스토리를 현재 미국의 뉴욕으로 옮겨 이루어지는 이 이야기는 주인공이 현재 생활에 얼마나 답답함과 권태를 느끼고 있는지 또한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한 남자에게 느끼는 정열등 그 심리 묘사가 참으로 상세하고도 훌륭한데 이러한 정확한 심리 묘사와 디테일함은 깊이 공감하지 않고서는 나오지 못했으리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 묘사가 흠뻑 빠져 읽게 만들정도로 재밌기 때문에 읽다보면 더이상 톨스토이의 원작이 어땠는지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안나 카레니나를 원래 좋아했던 이들이나 아니면 무언가 새로운 사랑 이야기가 듣고 싶었던 분들 모두에게 고루 잘 통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열정적인 사랑만큼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도 없는데 아마도 안나 K의 이야기 역시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안나K에게무슨일이생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