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준의 소설은 이상한 힘이 있다. 그 힘은 그가 쓰는 언어에 있다. 원래 시인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그는 산문의 언어 역시 시어처럼 들린다. 힘은 바로 그 시어화된 언어에 있다. 이응준의 소설은 참 관념적인데도 그 시어화된 언어들 때문에 기묘하게도 현실감을 얻는다. 몽환적이지만 그 몽환 속에 단단한 현실의 뼈가 있다. 이상한 구축이다. 그 구축이 묘한 매력을 일으킨다. 이유를 모르면서도 그의 우주 속에 헤매이고 싶어진다. 혹시라도 그 어딘가 신이 연주하는 밤의 첼로 소리라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여류 시인 안나 헨리케의 시에서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이응준의 신작 '밤의 첼로'는 연작 소설이다. 여기엔 모두 6개의 소설이 실려있다. 사실은 같은 뼈대를 가진 분신들이다. 이 분신들은 저마다 뻗어나가고 싶어하는 삶의 욕망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은 원하는만큼 뻗어나가지는 못한다. 삶은 늘 예기치 않은 반전을 준비해두고 있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들이 묻힌 땅을 거니는 것처럼 문득 뻗어나가고픈 욕망이 좌절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이다. 이응준의 '밤의 첼로'에 박제된 6개의 분신은 그러한 삶 앞에서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그 삶에 그대로 순응할 것인가 아니면 삶의 방해를 뚫고서라도 그 뻗어나감을 멈추지 않을 것인가를. 소설에 담긴 6개의 경로들 중 하나는 어쩌면 당신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를 택하든,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택하든 명심할 것이 하나있다. 타협이든 저항이든 그 어느것도 우리 자신은 무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삶의 심연이 너무 큰 탓이며 그걸 헤쳐가기엔 우리가 가진 노가 너무 작다는 사실 뿐이다. 그 '작음'을 겸허히 인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신의 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자격이다. 다시 말해 스스로에 대한 긍정 없이는 그 어떤 선택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밤의 첼로'는 하나의 대면이다. 진정한 자기 자신과 대면함으로써 스스로의 긍정으로 나아가는 소설. 그것이 바로 이응준이 독자에게 들려주고픈 '밤의 첼로' 소리다.

 

 

밤의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