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인류의 그림자와 같았다. 늘 함께할 수 밖에 없었던 존재였다. 외로움이 없었다면 사랑도 없었을 것이다. 외로움이 아니었다면 마음이 그렇게 쉽사리 타인을 향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고독이 없었다면 우리에겐 시도 없었을 것이다. 릴케는 오로지 끝까지 고독해질 수 있는 영혼만이 진정한 시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가 문명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면 인간이 이룬 문명 자체가 어쩌면 고독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또한 외로움이다. 요즘 지하철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은 스마트 폰을 들여다고보고 있는 모습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홀로 있기를 기피하는 듯 하고 어디든 연결되기를 원하는 것 같다. 고독은 가급적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존재다. 불가항력적으로 고독하게 된다면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

 

 얼른 생각해보면 참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같다. 당연하다. 만일 풀기가 쉬웠다면 외로움 따위 벌써 사라졌을지도 모르니까. 이런 어려운 물음에 감히 해답을 제시하려고 나선 이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사회신경학을 가르치는 존 카치오포 교수와 제인 구달과 스티븐 제인 굴드등 굵직굵직한 과학 작가들의 책을 주로 편집했던 월리엄 패트릭이다. 이들은 요즘들어 더욱 각광받고 있는 사회신경학적 연구 결과들을 이용하여 인간이 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인지 과학적으로 해명하려고 한다. 바로 그 책이 이번에 나온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란 책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 '외로운 사람'에서는 고독의 유형과 그 원인과 결과를 사회신경학적으로 분석하고 2부 '이기적 유전자에서 사회적 존재로'에서 홀로 살수 없게 만드는 외로움이 오히려 사회적 연대를 가능케함을 밝혀 외로움의 긍정적 차원을 말해준다. 그리고 3부 '유대감의 의미'에서는 외로움이 만들어낸 유대감을 통하여 거꾸로 외로움을 없애는 방법을 알려준다.

 

 한마디로 이 책은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이 부정의 산물이 아니라 긍정의 산물이라는 것을 논리적 그리고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이 외로움이 없었으면 사회적 유대 또한 없었을 것이라는 걸 명증한 논리와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밝혀주기 때문에 더욱 설득될 수 밖에 없는 책이다. 아무래도 이 책을 보게 된다면 외로움을 전혀 다르게 생각할 것 같다. 그렇게 외로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거기 빠져있는 나조차 긍정하고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외로움을 힘겹게 짊어지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기꺼이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다.

 

 

 

 

 

 

 

인간은왜외로움을느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