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보고 가야할 감독이었다.

 

그는 지금까지도 러시아 감독 중 초창기의 에이젠쉬타인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감독이다. 최근에 개봉된 영화 '파우스트'를 만들었고 현재 생존하고 있는 러시아 감독 중 가장 유명한 시네아티스트인 알렉산드르 소쿠로프는 공공연히 타르코프스키를 존경한다고 말했으며 그의 영화 예술을 가장 깊이있게 받아들인 작가로도 유명하다.

 

 한 마디로 타르코프스키는 러시아 영화에 있어 톨스토이와 같은 존재다. 생존 중에 남긴 영화는 겨우 일곱 편에 불과하지만 지극히 개정적인 예술적 자의식으로 빚어낸 그 작품들은 영원히 영화사의 걸작으로 남아있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들이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타르코프스키만의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예술적 시각 때문이다. 그는 영화를 무엇보다 시간에 대한 예술이라 정의한다. 다른 예술들과 달리 영화가 뛰어난 것은 바로 그 시간 자체를 담아 둘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그는 왜 그토록 시간을 중요시 여기는가? 그것은 시간이야 말로 인간 경험의 가장 원초적 형태이기 때문이다. 알고보면 우리의 경험은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다. 시간을 기준으로 우리는 경험이라는 걸 체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은 그야말로 우리 순수의 경험이며 이같은 순수 경험을 보존해서 그대로 다시 되돌려 줄 수 있는 건 영화 밖에 없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영화 예술이야말로 중요하다고 본다. 사람들이 잊어버렸던 그 때의 자신을 그대로 되돌려 줄 수 있으니까. 필름 내부에 영원히 봉인된 시간은 그 자체로 삶에서 내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니까. 그렇게 그는 영화를 시간의 예술로 만들었고 기억의 봉인으로 만들었다. 그가 이토록 보존에 집착했던 이유는 자신이 망명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 때문에 러시아로 부터 추방을 당했다. 오래도록 그는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는데 그래서 지독한 향수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자꾸만 잊혀져가는 어린 시절 있었던 고향의 기억을 되새겨야 했고 그래서 보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러한 처지가 그로 하여금 영화 예술을 그쪽 방면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나 영화사에 있어서 중요한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우리는 타르코프스키에 대해 잘 모른다. 사실 우리나라에 그의 영화에 관한 책이 나온 것도 그리 없다. 스스로 자신의 영화 예술에 대해 밝힌 '봉인된 시간'은 나왔지만 제3자의 눈으로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를 해석한 책은 내 기억에 나온 적이 없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이 소중하다. 나리만 스카코브의 이 책은 본격적으로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들을 모두 분석하고 있다. 그러니까 제 3자의 눈으로 써내려간 본격적인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해설서이기 때문이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들을 좋아한다면 상당히 얻을 것이 많은 책이다. 이제라도 소개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 기회에 타르코프스키 영화도 다시 한 번 상영되면 좋겠다. 우리나라 영화 관람으로 유럽을 놀라게 한 사건이 하나있다. 그건 바로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희생'이 처음 개봉되었을 때 보았던 관객의 숫자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 숫자를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그 숫자에 유럽의 영화인들이 놀랐다고 한다. "아니, 그렇게나 많이 봤단 말이야?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를!"

 그렇게 놀랄 정도로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는 난해하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타르코프스키의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