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변화한다'는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모옌의 자서전이다.

 하지만 우리가 예상하는 자서전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자서전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변화한다'는 어쩐지 한 편의 소설 같다.

 물결처럼 쉴새 없이 흐르는 인생에서 그 누구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냥 자기 자신과 살면서 관계를 맺었던 인물들을 출연시켜 말하는 듯 하다. 모옌 스스로도 어떤 틀도 만들지 않고 내키는 대로 쓰겠다라고 했는데 정말 그 말 그대로다. 그래서 여느 자서전보다 더 재미있게 읽히고 제목인 '모두 변화한다'에 배여있는 뜻을 더욱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시작은 출생한 때가 아닌 1969년이다.  그가 55년 생이니 그의 나이 15세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그 때 그는 '학교에서 쫓겨난 외로운 사내 아이'였다. 교정에서 들려오는 떠들석한 소리에 이끌려 그것을 훔쳐보는 그러한 소년이었다. 그가 학교에서 쫓겨났었음에도 불구하고 얼레에 매인 연처럼 그 곳을 맴돌았던 이유는 한 사람 때문이었다. 그의 짝궁이기도 했던 소녀, 루원리. 큰 입을 가졌으면서도 얼굴이 이쁘장해서 흠이 되지 않았던 그녀를 그는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가 또 하나 있었다. 서른이 다 된 나이로 루원리와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다니고 있던 허즈우. 허즈우는 모옌의 친구이기도 했다. 그 허즈우는 작문시간에 소망이 있다면 다른 거 다 필요없고 루원리의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썼다가 루선생에 의해 모욕을 받고 그 길로 학교를 그만둬 아이들 사이에서 영웅이 되어버린 친구였다. 그가 이 시기를 특별히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이 인물들의 격세유전이, 또한 그렇게 학교에서 쫓겨났지만 지금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가 되어버린 자신의 격세유전이 이 책에서 보여주고 싶은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 때 모옌을 비롯하여 아이들은 모두 루원리의 아버지를 부러워했다. 왜냐하면 그가 유일하게 마을에서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운전기사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엄청난 속도록 거칠것이 없이 달려 아이들의 부러움을 더욱 샀다. 왜냐하면 그 때의 모옌은 또 허즈우는 자신의 인생을 가로막는 갖가지 장애물에 가려 똑바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침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자동차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중국 최고의 작가에 이를 수 있게 되었는가를 모옌은 이 책에서 담담히 이야기 한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해 군인이 되어야 했던 그. 팔로군으로 있으면서 겪었던 이런저런 일들. 그리고 그가 쓴 '붉은 수수밭'이 장 이모우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던 일. 이런저런 일들이 어떻게 중국의 변화와 함께 결부되어 자신을 변화시켜 갔던가 담담히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똑똑히 보여준다. 현재는 고정점이 아니라 다만 변화하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고. 인생은 그 누구도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것이니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미래를 준비하는 길인 것임을...

 

 갑자기 끝나버린 그 결말마저도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으로 무한히 열린 미래라는 것을 암시해주는 이 책은 그래서 출구없는 인생에 답답함을 느꼈다면 더더욱 읽어볼 필요가 있다.

 

 

 

모두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