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주역'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애초에 계기는 아마도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이 아니었던가 싶다. 거기서 영화의 단락마다 나왔던 장국영의 날씨에 대한 말이 바로 주역에 나오는 말이라는 것을 듣고 주역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알고보니 중국 사상에 있어 주역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 또한 무척 컸다. 공자 역시도 유세를 끝낸 말년에 오로지 주역만 연구했다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주역에 대해 배우고 싶었지만 다른 중국 사상서들과는 달리 주역은 정말 접근하기 어려웠다. 원래는 점을 치는 책이라서 그런지 개념조차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보다 쉽게 주역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맹난자의 '주역에게 길을 묻다'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흥미롭게도 주역 자체로 바로 들어가 설명하지 않고 고금과 동서양을 넘나들면서 주역이 여러 문화와 사상가들에게 미친 영향을 통해 설명한다. 솔직히 나도 주역이 이렇게나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지금의 디지털 문화를 낳게 한 라이프니츠의 2진법 계산도 원래는 주역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고 융의 원형으로써의 무의식 사상도 주역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시인 옥타비아 빠스가 주역의 사상을 시로 승화시킨 것이며 헤르만 해세 역시도 주역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작품세계에 반영시켰음을 알았을 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역은 우리는 몰랐지만 그야말로  전 세계 여러 방면에 있어서 그 영향을 뚜렷이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주역이 미친 영향을 통해 주역에 대해 말해줌으로써 우리가 몰랐던 사상에 대한 이면도 알게하며 그것이 어떻게 다른 부문으로 전이되고 응용되어 갔는가를 통해 주역에 대해 입체적인 이해를 가능케 한다. 그런 면에서 주역에 관심이 있었던 초심자가 읽기에 더욱 좋은 책이다. 주역에 대한 호기심도 채울 수 있을 뿐만아니라 몰랐던 여러가지 사실 또한 알게 되니까 말이다. 특히나 이러한 서양 사상 뿐만 아니라 귀곡자나 남명 조식 처럼 중국과 우리 사상에 대한 것도 아주 자세히 나와있기 때문에 더욱 덤으로 얻게 되는 것이 많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 주역에 대해서만 관심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동양사상이나 서양사상에까지 관심이 생기게 된다. 진정한 배움이란 한 곳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곳으로 주욱 이어지게 하는 것이라 하더니 마치 그 말을 입증하기라도 하는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쯤 벗해보기를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다.

 

 

 

주역에게길을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