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란드 러셀은 유명한 수학자이기도 하지만 철학자로도 유명하다. 러셀의 수학에 있어 그 근본 바탕에 있는 것은 회의주의다. 그는 정해진 진리, 확고한 사실 따위를 믿지 않는다. 수학은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과정 가운데 새로운 답을 만들어 가는 학문이라서 더욱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그의 수학에 대한 신념은 철학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래서 러셀이 말하는 행복은 우리가 생각하는 통념의 행복과 다르다. 그가 삶에서 정말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 그 우선 순위가 우리의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한 독특한 시각 덕분에 1930년대에 그의 행복론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정말로 크게 히트를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그의 책을 읽었던지 아직도 러셀하면 수학자로 기억하는 사람보다 철학자로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은 정도다.

 

 이렇게 말하면 '러셀의 행복론이 도대체 뭐길래 그런가?'하고 궁금해하실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 분들을 위해선 무엇보다 러셀 자신이 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드리는 게 낫지만 그래도 철학책이라고 하니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 팀 필립스의 '러셀의 행복 철학'은 그런 분들을 위한 희소식이 될 것이다. 프리랜서 언론인이자 작가이기도 한 팀 필립스는 러셀의 행복 철학에 감명을 받은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는 이 행복론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읽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러셀의 말이 보다 대중적으로 쉽게 풀이될 필요가 있었고 다른 하나는 러셀의 책이 나온 것이 1930년대이고 보니 아무래도 지금과 너무 많은 시간적 격차가로 인해 그것을 좁힐 필요가 있었다. 즉 오늘의 우리에게 좀 더 생생히 다가가게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러셀의 행복 철학에 대한 새로운 해설서를 쓸 필요를 느끼게 되었고 그 두 가지 이유를 충분히 반영하여 나온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러므로 곧장 러셀의 행복론으로 다가가기 어려운 이들에겐 이 책이야말로 하나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책은 보다 쉽게 대중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나로 흐름이 죽 이어지는 구성을 취하기 보단 그 날 그 날 필요에 따라 아무 곳이나 펴서 읽을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다. 말하자면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그 날 하루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기 위한 일종의 레퍼런스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장 마다 '생각 한 모금'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해 두면 좋을만한 경구들이 나오는데 이것도 아마 그것을 위한 배려에서 삽입된 것 같다.

 

 그러므로 부담없이 러셀의 행복론을 접근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최적화된 선택이라 할 수 있지만 좀 더 자세히 러셀의 행복론을 듣기 원했던 이들에겐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대중 친화적이고자 했던 바람이 오히려 일정 부분 단점으로도 기능한다는 얘기인데 요컨대 이 책에서 내가 기대하는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이냐에 따라 책에 대한 만족도가 상이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충분할 것 같다. 아무튼 러셀의 행복론에 대해 궁금했고 거기다 아침에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뭔가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좋은 말 같은 것들이 필요했던 분들이라면 이 책은 그 좋은 벗이 되어 줄 것 같다.

 

 

러셀의행복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