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윌슨의 '펭씨네 가족'을 읽다...
케빈 윌슨의 문장은 왈츠 같다.
끊임없이 내 입술을 이리저리 춤추게 만든다.
나도 몰래 한 줄 미소를 머금게 되는 것을 그만둘 수 없다.
그렇게 유쾌하게
때로는 황홀하게
케빈 윌슨이 감각적이면서도 유려한 문장들로 펼치는
흥겨운 매스커레이드를 관람한 느낌이다.
그러고보니
가족이란 그야말로 손을 맞잡고 함께 춤을 추는 것과 같다.
스텝이 엉키거나 서로의 발을 밟거나
더러 다른 사람들의 몸에 체신머리없이 부딪히지 않으려면
언제나 마음의 조화와 힘의 균형이 필요하다.
케빈 윌슨의 '펭씨네 가족'은
그렇게 가족이 하나되어 멋진 춤을 추게 될 때까지의 과정을 담는다.
물론 우리들이 보통 가족 성장 이야기에 기대하는 것과 좀 다른 모습이긴 하지만...
아무튼 서로가 다 다른 동작으로,
때로는 남을 억지로 끌며
때로는 그저 남이 시키는 대로 한없이 끌려다니면서
있는 대로 사람들의 발을 밟고
더러는 우당탕탕 쓰러져 뒹굴기도 하고
또 때로는 거침없이 타인들에게 몸을 부딪히기만 하던 가족들이
결국에 가서는
서로의 걸음을 알게 되고
그 걸음에 보조를 맞출 줄 알게 되며
서로의 눈짓과 세심한 몸짓에서 무언으로 보내는 신호까지 알아차리게 되어
여러 수로를 따라 흘러온 물이 하나로 합쳐지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와 너의 구분이 없는 조화롭게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소설은 보여준다.
물이 그렇게 너나없이 섞일 수 있는 것이 그저 타인을 온전히 받아들이듯이
케빈 윌슨 또한 하나의 가족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은 그 받아들임이라 말한다.
처음 펭씨네 자녀들은 예술을 위한 부모들의 기벽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그것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게 펭씨 부부는 자녀들에게 영원히 이해불가능한 타자로 남겨져 있다.
보는 대상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바꼈을 뿐이다.
그들의 행동을 그들의 처지 자체에서 먼저 헤아리고 이해하려는 눈으로 말이다.
그렇게 자녀들은 받아들인다.
여전히 부모들의 행위는 피곤하고 더러는 아주 곤혹스럽지만
일단 악의 없는 그들의 행위를 먼저 이해부터 하려고 결심하는 것이다.
케빈 윌슨은 그것이 우리들이 노력해야 하는 가장 첫 걸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미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내어놓는 조심스런 제안이기도 하다.
아시다시피 지금의 미국은 한 마디로 실패했다.
여전히 경제는 어렵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으며 행복지수는 하향곡선을 가파르게 그리고 있다.
젊은 세대는 희망이 없고 기성 세대는 이런 미국을 전혀 바꾸려 하지 않는다.
펭씨 부부처럼...
그래서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결국은 '점령하라' 운동이 월가를 한 때 해방과 토론의 공간으로 만들어놓기도 했다.
이제 다른 생각을 원하는 시간이 닥쳐오고 있는 것이다.
부모를 떠나 자신들의 날개로 날아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 때, 케빈 윌슨은 무조건 자신의 부모 세대를 적으로 간주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그들이 약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래서 그들이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그들이 놓였던 처지 자체에서 한 번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펭씨네 가족'은 그러한 미국 젊은 세대들의 양보를 요청한다.
조금만 더 참고 그들 부모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을 청한다.
파트너와 춤을 출 때 무사히 잘 추려면 전적으로 상대방을 신뢰해야 하듯이
일단 받아들이고 나서 잘잘못을 따지라고 말한다.
여기에 대해 가타부타 얘기들이 많겠으나 거기에 대해선 달리 또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하나의 문학에 세상의 모든 것을 책임지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무리한 요구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하나의 제안일 뿐이니 그 자체로 참조하는 것으로 족하다.
여기에 귀를 기울 일 것인가 아니면 비난을 할 것인가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다.
읽으면서 우리의 부모님은 나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참 생각이 많이 났다.
오래도록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그런 생각을 모처럼 많이 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시간은 꽤나 의미가 있었다.
펭씨네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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