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찌 씨를 처음 본 것은 언젠가 '놀러와'에서 보헤미안 특집을 할 때였다.

 그 때 우쿠렐레를 든 처음 보는 마음 푸근해 보이는 아저씨가 한 분 계셨는데

 일본 분이시라는데 말씀도 아줌마들 수다 떨듯이 아주 재미나게 잘 하시고 해서

 눈에 확 들어왔다. 그런데 그 분이 익히 들었던 '장사하자'라는 노래를 만드시고

 강산에와 더불어 음반 프로듀싱까지 할 정도로 '락'에 관해서 '빠삭'하신 분이었다는 걸

 알고 얼마나 놀랬었는지...

 

 

 그 하찌씨가 다시 새음반을 들고 찾아왔다.

 이번엔 맴버도 새롭게 바뀌었다. '애리'씨라고 판소리를 전공하신 분이란다.

 하지만 판소리 보다는 그냥 노래를 부르는 것이 더 좋으셨는지

 홍대에서 기타를 치면서 '한오백년'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그만 하찌씨가 반해 이렇게 밴드까지 결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 분은 락 기타리스트였지만 국악에 심취해 우리나라에까지 오신 분이고,

 또 한 분은  정식으로 국악을 전공했지만 오히려 장르를 초월해

 순수한 노래 그 자체에 빠지신 분이고,

 그렇게 경계를 넘어섰던 분들이 하나로 만나,

 마치 햇살과 비와 땅이 만나 한 송이 꽃을 피우듯,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그러면서도 따스한 위로로 가득한

 이 '꽃들이 피웠네'의 앨범이 태어난 것이다.

 

 

 처음 받고서 지금까지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힘든 세상 위로를 전해주려는 그들의 가득한 진심이

 투명하면서도 선명한 우쿠렐레의 선율에 담겨

 그대로 마음에 맑은 빗방울 처럼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아서

 듣고 듣고 또 들었다.

 

 

 하찌씨가 노래에서도 권하듯

 5촉짜리 전구로 불 밝힌 어느 선술집에서

 막걸리라도 한 잔 사이에 두고

 김치라도 사이좋게 찢어 먹으며 대화를 나누듯

 그렇게 그들과 같이 취하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노래를 들으면 외롭지 않았다.

 

 

 경계를 한 번 넘어섰던 분들이기에 그 헤아림이 누구보다 깊어서였을까?

 억지로 감정을 잡아두려 하지 않고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살짝 등 뒤로 다가와 가만히 안아주는 것 처럼

 속삭이는 듯 소박하면서도

 꾸밈이 없어 정겹게 느껴지는 그들의 노래가 좋았다.

 

 

 우쿠렐레는 화와이의 민속악기로 그래서 여름이 더 연상되어지지만

 어깨를 토닥이는 듯한 담백한 대화 같은 그들의 노래는

 오히려 이 가을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홀로 버텨야 하는 이에겐 더더욱...

 

 정말 좋은 음반으로 기꺼이 추천하고 싶다. 

 

 

   

하찌와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