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밤중에 책을 읽다가 쌔해지는 느낌을 받아본적이 있는가?

주로 스릴러나 호러물 등을 보고 나면 무섭고 등뒤에 누군가 있는것 같고 싸해지곤 하는데

정수현 작가가 신작으로 들고온 이번 작품은 과감하게 새롭다고 표현할 수 있을 법한

'로멘틱 스릴러'물이다.

딱 단어로 '스릴러'라는 말이 들어가는 지라 분명 생각했던 수준보다는 으슬한 느낌도 들고,

역시 '로멘틱'이란 단어만큼 달달한 느낌도 일부있다.

하지만 좀 부정적으로 쓰자면 이.도.저.도.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겠다.

쭉쭉 속도감 있게 읽히고 어렵지 않고 돌아가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잘 적었다는건 알겟지만

로멘틱이라 표현하기에는 핑크빛 내뿜는 느낌 하나 없었고,

스릴러라 표현하기에는 조금 쌔한 느낌의 질문하나 던진것 외에는 스릴러 다운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별 다섯개를 줄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로멘틱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엔 조금 많이 어색하고 어렵다는 걸 알지만,

로멘틱 스릴러 라하는 분야를 과감하게 칭했다는 것,

한마디로 기존의 스릴러물에도 분명 이정도의 로멘틱 수위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로멘틱 스릴러'라는 이름으로 붙여 분야로 지정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텐데

그런 분야에 도입했다는 것.

그리고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모두 느낄법한

자신 인생에 대한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는점

그것만으로도 분명 이 책은 별 다섯개 만큼의 리뷰를 받을 법하다.

 

이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질문을 굵은 뼈대로 삼고 있다.

"누군가가 너에게 불꽃같지만 아쉬울 정도로 짧은 인생과

무미건조하지만 굴곡없이 긴 인생 중 하나를 택하라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이 질문말이다.

 

 

작가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마지막 이 질문에 대한 재희의 대답이 같은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대답들 중에서 중간에 건우가 한 대답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단 나에게 알려주진 말고요."

"난 내 인생이 정해져 있는 걸 원치 않아. 내가 내 미래를 아는 것은 더더욱 싫어.

지난 스포츠경기 재방송은 내 심장을 뛰게 하지 못했거든. 심장이 뛰지 않는 다면 살아 있는 게

아니지."

'난 지금껏 내가 무미건조하고 긴 인생을 선택했기에, 지리멸렬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 며칠 내게 일어난 일로 혹시 불꽃같지만 짧은 인생을 선택했나, 헷갈리기 시작했지.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더욱 심장이 세게 뛰었어. 혹시, 재희였던 내게 좌절과 실패가 연속적이었던

이유는 내가 그런 인생을 선택했다고 지레 겁먹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가장 뭔가 무섭게 심장이 두근거렸던 부분은 제일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이었다.

민아와 재희가 동시에 코마상태에서 깨어나고 재희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뮤지컬 배우로, 기적을

경험한 배우로 약간의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그런 재희가 실존 인물이라는 점에 놀라서

민아와 건우가 재희를 만나러 간 그 장면이었다.

 

"민아 너 아까, 그 다이어리 보고 왜 그렇게 놀란 거야?"

"넌? 넌 그 마지막 질문은 왜 한 거야?"

서로의 질문을 받은 둘은 한동안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사실 민아가 윤재희의 다이어리를 보는 순간, 모든 일이 빙의에서 비롯됐다는 자신의 믿음을

떠받다는 기둥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민아는 자신의 육체에 침입한 영혼, 즉 재희라는 여자를,

자신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단정 지었다. 그랬기에 해리성 정체 장애의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민아는 윤재희의 꿈, 예정 남자 친구, 직업, 나이, 말투, 성격까지 알고 있었다.

그건 모두 윤재희의 핑크색 다이어리에 담겨 있었다. 기억은 도미노처럼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끝없이

떠올랐고, 어느 순간 마지막 조각이 넘어졌다. 그리고 그 조각이 떠올린 기억은 충격이었다.

재희의 트럭 사고가 실린 인터넷 기사를 보기 전에도 민아는 재희가 어떤 사고를 당했는지 알고 있었다.

가방이 바뀐 병원 접수창구 앞에서 바뀐 가방 주인공의 동생이라 추정되는 남자의 통화 내용.

"아빠, 지금 대체 어디예요? 누나가... 누가가 트럭에 치였어요! 지금 혼수상태에요."

민아는 생각했다. '어쩌면 내 무의식이 그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하나의 인격을 만든 건지도 몰라.

사고는 단지 우연일 뿐일지도 몰라'라고.

한편 건우는 윤재희에게 던진 질문, 또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을 듣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일'

이 진실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단 나에게 알려주진 말고요를 선택할래요'

방금 전 윤재희의 대답은 며칠전 건우가 재희의 질문에 했던 답과 똑같았다. '설마 이것도 우연의 일치

일까...'

 

 

그리고 잠들기 직전까지 생각했다.

정말 윤재희의 영혼이 이민아의 몸에 들어갔던게 맞는걸까.

그냥.. 불쌍하기 그지없는 이민아의 영혼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해리성 장애를 불러들인걸까.

진실은 없다. 소설이니까

이미끝난 소설의 뒷부분은 독자의 생각이고 상상일뿐.

정해지지 않았으리라.

그럼... 나는 어떤생각을 가지고 인생을 하는걸까.

문득, 솟구치는 질문.

"불꽃같지만 아쉬울 정도로 짧은 인생과

무미건조하지만 굴곡없이 긴 인생 중 하나를 택하라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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