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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탈출하고 싶다. 내가 속한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

 미카도 언니와 선생님의 그림자는 벽처럼 나를 둘러싸고 나날이 거리를 좁혀오고 있다.

무작정 돌은 던져 탈출할 수 있는 구멍을 만들고 싶다.

 나는 사람들 엿보는 일에 깊이 빠져든다. 언젠가 미즈시마가 준 싸구려 우페라 글라스를

한손에 들고 밤거리를 헤매며 이집 저집을 기웃거린다.

 렌즈 너머 둥글게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표정하고 가까이 다가가려고 해도 초점이 흐려져

뿌옇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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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엿보고 있을수록 그들의 생활에 대한 궁금증은 더해만 간다. 보다가 질리면 또 다른 창을 찾는다.

오렌지색과 흰색의 불빛 아래서 밋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일은 계속된다.

 

 

 

마치 우리네 일상을 그린듯한 소설이었다.

짧고 강렬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 마리모,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과 허름한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서 그렇게그렇게 불안정한 일상을 보내는 주인공.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사람들로 가득찬 마치 콩나물 시루같은 전철속에 몸을 맡기고 아침저녁으로

출퇴근을 반복하는 피곤한 우리 자신들을 떠올리게 된다.

아주 평범한 하루하루의 일상속에서 의도적으로 의식을 붙드는 우리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소설을 보고 있자니, 그냥 참 담담하다.

우리 일상이 이런 의식의 흐름속에서 이렇게도 흘러가는구나.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그렸을 뿐인데 끊임없이 변하지만 항상 변함이없는 우리를 투영하는 느낌을 받는다.

 

주인공의 추상적인 독백이 마치 누가 읽어준듯, 귓가에 맴돈다.

 

"인간이란 생각하는 만큼 움직여요. 모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움직이면 움직이는 만큼 인간처럼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