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여자니 남자니 구분짓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학교다닐때 페미니즘에 심취해 그에 관련된 소설을 집중해서 읽기도 하였지만 아들 엄마로서 남자들도 역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을 깨달은 후부터는 구분짓는 것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만이 길이란 생각이 들었지요.

결론지어 여자의 독서라는 이 책의 타이틀은 저의 관심을 얻지 못했답니다. 김진애라는 작가도 낯설기만 하였고, 완벽히 홀로서는 시간이란 부제를 보니 여자로서 당당하게 살라는 다소 진부한 메세지를 던져주는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작가가 그려 놓은 책 지도는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다 섭렵하여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인상깊게 읽었던 책들의 제목만 보아도 마구 끌림이 있었는데, 이 책들을 어떻게 엮어 놓았을지 몹시 궁금해졌답니다.

기대를 품고 책장을 넘겨 작가의 소개부터 보았는데, 김진애 작가님 정말 매력이 철철 넘치시는 분이셨군요. 보이시한 여성상을 좋아하는데, 외모로서의 보이시가 아닌 거침없고 당찬 그녀의 내력이 더욱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그 속에 여자여자한 심성을 품고 있다하니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깃 속 여성상들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인상 깊었던 프롤로그를 지나 드디어 저를 설레게 하였던 차례를 보았습니다.

각 장마다 정해진 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저는 제가 좋아하고 관심 있던 2장부터 선택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다 읽을 것이었지만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펼쳐갈지 너무도 궁금하였기 때문입니다.

당차고 소신있는 작가와는 달리 늘 남에게 의존하고 있는 저였는데, 작가가 인상 깊게 읽었던 소설을 저 또한 좋아했고 그 소설 속 등장인물 중 좋아하는 인물도 같은데다가 비슷한 궁금점을 품고 있었다니 한 순간 저 또한 괜찮은 사람이 된 기분이 되었답니다. 게다가 권장 도서에 집착하지 않고, 뒤늦게 만화와 동화에 빠져들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한 것도 무지 반가웠답니다.

이 책이 마음에 와 닿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단지 주어진 책을 소개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우리가 궁금해 했던, 아니면 깨달아야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2장에 소개된 작은 아씨들, 빨간 머리앤, 캔디캔디 등의 소설은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정유정의 소설에 빠져들기도 하였고 정유정 작가의 삶 또한 멋진 인생이라 생각했었는데, 그러한 생각을 표현해 줌에 있어서도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었답니다.

목차에 있는 책을 다 읽지 않았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답니다. 그러나 다 읽고 난 후에는 이 책들을 읽어보고 싶단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지요.

어쩌면 여자라서 더욱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남자였더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책은 각자의 취향 문제란 생각이기 때문에 나는 누구이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은 남녀 모두 공통의 질문이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다독에 허덕이며 책을 훑어내려가는 시간들이 왕왕 있었는데 모처럼 정독하며 즐겁게 독서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제가 읽었던 책들에 대한 생각을 좀 더 세심하게 정리해 보는 시간들을 가져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만의 책 지도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큰 포부를 품으며 책과 함께 성장하는 길을 멈추지 않고 가야겠단 생각을 하였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