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은 처음부터 얻고 가는게 참 많은 책이다.

우선 읽어보지 않았다 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히 알고있는 유명한 원작을 가지고 온 데다가,  그 달콤쌉사름한 고전로맨스물에 느닷없이 '입에 담을수 없는' 좀비라는 존재를 더 해서 호기심을 유발시킨것도 그러하고,

국내외에서 꽤나 유명한 오프리원프리의 북클럽에서 추천을 했다는 타이틀 까지 얻었다. :D 거기에 눈길을 사로잡는 북커버가 톡톡히 한 몫을 한다.

창백하고 갸날퍼 보이는 - 그러나 희안하게 눈이 붉은- 그녀의 모습에 호기심이 동해 
띄표지를 살짝 들춰내면
제목 그대로 '그리고 좀비' 가 나오면서 소설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준다.

'이거- 흥미좀 동하는데?' 이렇게- ^^

원작인 제인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워낙에 고전물의 대명사처럼 불려지는 책이라 
생각만큼 쉽게 손에 잡히지가 않았었는데

어느날 맘을 제대로 먹고 쭉 읽어보고 나서야 무릎을 탁 치게되었다.

처음엔 얼핏 지루하고 그저그런 로맨스물인가도 싶고, 허레허식 가득한 영국사회 남녀의 겉치레 싶기도 하고, 이래저래 책을 놓고 쉬어가는 부분이 많았는데 점점 읽어갈수록 
제인오스틴의 문장력에 푹 빠지고 책을 덮을땐

' 그래 역시 고전의 대명사 타이틀은 그냥 얻어지는게 아니였어~! ' 하며 
그녀만의 위트와 짜임새에 반해 푸짐하게 차려놓은 
상자리 배부르게 먹은 것 마냥 두둑한 기분.^^

 

얻고 가는게 많은 책인데다가 좀비영화를 꽤나 좋아하고 , 
그리고 근래 '오만과 편견'을 읽어본 나로서는 흥미를 가질만한
삼박자가 다 들어맞았던 셈이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열독을 시작~! ^^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제인오스틴이 다시 돌아와 이책을 읽더라도 만족할 것이다' 라는 광고성 문구에는 감히 찬성표를 들어줄 수가 없을 것같다.

원작을 얼마나 재기발랄하게 비틀어 주었나. 하고 기대했는데 마치 정갈한 한정식 상차림위에 퓨전이랍시고 포테이토 칩 올려놓은것 같이, 
원작의 칼칼한 위트나 문장력은 빠지고, 그 자리에 '입에 담을 수 없는 것' 들의 
'입에 담을 수 없는' 행동들이 들어찼다.

얌전빼는 아가씨의 모습보다 당당한 여전사가 더 멋지지않냐! 라는 애기도 들었지만, 
동양무술을 해대고 폭언(?)을 일삼는 리지는 모습은 내게는 고전속에서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당당하고 위트있던 리지의 모습을 그립게만 만들어주었다.^^;;

중간중간 작가의 의도가 보이지 않는건 아니였지만, 제인오스틴이란 작가를 등에 업고 
놀아보기에는 아직 내공이 부족한 느낌 .

그렇다고 악평만 있는것은 아니다. 원작의 무게를 벗고 이 소설 자체로만 보자면, 징그러운 좀비들을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적당히 재미나고, 적당히 통쾌하게 볼 수 있고, 영화 프로듀서로 활동한 작가답게 영화로 만든다면 꽤나 재미날 것 같다.

마요네즈에 밥 비벼먹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것처럼, 한정식에 포테이토가 들어갔다고 해서 꼭 싫어해야만 할 이유는 없으니까 ~!

그리고 이런 발상을 했다는거 자체가 우선 신선하니깐. ^^

여름에 수박하나 놓고 뒹굴뒹굴 읽기 좋은책. 단 비위가 약하시다면 수박은 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