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국정원 직원이나 그 주변 인물들과 같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람들이 스파이, 첩보원, 간첩, 비밀공작원, ……이라 불리는 실존 인물들을 보기 어려울 줄로 안다. 아마도 007 시리즈와 그 원작인 이언 플레밍의 소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제이슨 본 시리즈와 로버트 러들럼의 원작 소설 같은 대중 매체 속 첩보원들의 이미지가 굳게 자리잡았을 터이다.

  일본 작가의 첩보 소설 『조커 게임』은 첩보원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을 한 방에 날려 보낼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육군성은 비밀리에 첩보 조직을 운영하여 연합국의 정보를 수집하였다. 『조커 게임』은 그 기관 지휘자의 실제 행적, 첩보원 양성 과정과 실제 활약상을 토대로 각색한 소설이다. 각기 다른 첩보원 5명의 활약상을 소재로 한 연작 단편집이다.

  지금까지 보아 온 영화나 드라마 속 첩보원들은 머리보다 몸으로 많은 일을 해결하지만 작중 첩보원 양성 기관의 지휘자 유키 중령은 그런 눈에 보이는 활약에 집착해서는 참다운 첩보원이 아니라고 한다. 정체를 발각당해도 당시 일본 군인들의 미덕처럼 장렬하게 옥쇄해서는 스파이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며 심지어 스파이로서는 가장 무능한 행동이라 일축한다. 나아가 첩보원은 그 무엇에도, 심지어 천황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에도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까지 설파한다.

  어디까지나 결과론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전했음을 생각할 때 소설 속 첩보원들의 실제 공헌도는 터무니없이 낮았을지 모른다. 당시 식민 지배를 받은 한국인 독자로서는 일본의 전쟁 행위 중 일부를 예찬하는 데 반감을 품을지도 모른다. 그런 역사상을 배제하고 읽는다면 첩보 소설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유키 중령의 첩보 활동에 대한 관점은 천황을 신격하는 당대 일본인들의 사상을 비판한다고 읽힐 여지도 있다.

  현지에서는 『조커 게임』(단행본 2008/문고 2011)에 이어 후속편 『더블 조커』(단행본 2009/문고 2012), 『라스트 왈츠』(단행본 2015)가 발행되었다. 단행본 발매 시부터 영화화 소문이 돌 만큼 인기를 끌어 결국 가메나시 가즈야, 후카다 교코, 이세야 유스케 주연으로 영화가 제작되었고 2015년 1월 개봉하였다. 전부 보고 읽고 싶을 만큼 흡인력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