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자음과 모음 문학상 수상작 《오즈의 닥터》를 읽으면서 당신의 기억을 걱정하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다. 닥터 팽 단순한 기억의 이야기로 끝을 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해야 할까? 시간의 흐름과 기억력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오늘의 현상 ‘기억력의 문제’는 과거와 현실을 걷는 동안 축적된 세월의 잔재라고 생각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독자로 하여금 정말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 책의 내용에 소개되는 기억들을 보면서 마치 롤러코스트에 몸을 싣고 환상의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들게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소박하여 누구나에게 소재가 될 수 있는 옥수수에 얽힌 에피소드가 등장하기에 코 속에서 몇 날을 괴롭힘 받은 기억이 참으로 고통스러웠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춤과 얽힌 어머니에 대한 기억, 한참 적응할 만하니 이제는 누나가 등장을 하여 우리의 생각을 비틀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접근을 시도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은 소설을 젊은 여류작가인 안보윤 씨가 탄생시켰다. 기억의 어두운 터널은 유년시절에 대한 추억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 작가가 이끄는 데로 탐색이 계속되었다.

사람의 정신세계에 대한 출발은 어머니의 모태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이다. 어머니의 부재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어머니가 안 계신 상황, 아 얼마나 어머니에 대한 희구가 있었으면 상상 속에서 좋은 인상은 비록 아니지만 자취를 남기려고 했을까.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가난과의 몸부림, 자신의 아버지가 설마 얼음집 아저씨가 아버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도 하였던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혹시 엄마가 반겨줄지도 모른다는 생각, 열악한 환경 등 여느 사람들 같았으면 아마 상상조차도 거부했을 조각난 어린 시절 기억이었을 텐데........ 김수연씨는 삶의 부분마다 자신의 기억을 짜 맞추어 상상의 세계를 열어가는 것이었을까?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허구인지 모를 이야기들이 반복된다. 무작정 넋을 잃고 따라가다가는 내 정신줄 마저 놓을 수 있다는 섬뜩한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작가는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독특한 내용의 현상들의 지그재그로 운영하는 집중력은 세계 기네스에 오를만한 집중력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상황들을 옆길로 새어나가게도 하고 어색함 없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상상의 능력을 최대로 동원한 책, 그러나 작가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에 대하여 독자들에게 비난의 소지도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작가는 현대의 정신세계를 그리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조금의 여유를 찾기도 힘든 현실, 그저 다람쥐 쳇바퀴처럼 바쁘게 소용돌이치는 일상에서 쉼표를 찾기 어려운 사람들의 심리를 표현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현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독특한 증상들이 필수요건인양 따라다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어린아이들에게서 조차도 찾아볼 수 있는 스트레스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뭔지 모를 편치 못한 상황에 찾아와 어김없이 일격을 가하는 스트레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의 현상을 탈피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과제를 안고 살아간다. 인최대 삶의 목표 또한 행복한 생활이 아니겠는가? 이 책에서 우리는 시간을 운영할 책임감을 배우게 될 것이다. 과거 환경에 관한 한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행복한 삶의 주인공인가의 여부 내가 느끼는 삶의 적응상태 현대를 건강하게 살아가는 종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신의 건강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책, 오즈의 닥터를 통해 닥터 팽의 역할을 통해 정신을 체크해 보는 소중한 기회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무언지 결핍된 생활에서는 만족감이 없고, 남보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고 할지라도 감사가 나오지 않는다. 삶의 모습이 어떠할 지라도 현상에서 불평하지 않고 긍정의 마인드로 삶을 경영하는 원칙만 제대로 운영한다면 현재 그리고 이후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최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즈의 닥터》와 긴 미로속 여행을 마치고 현재 내 정신이 원점에 돌아온 것을 확인하니 안도가 된다. 호기심으로 이어진 여행, 오즈의 닥터는 그나마 아직 쓸모 있는 내 정신 상태를 확인하게 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정신과 전문의 들이 만약 이 책을 읽는 다면 정신, 기억의 가치에 대하여 뭐라고 할지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