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상상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컨셉으로 이해하면 잘못일까?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인간의 상식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생과 내생(來生)을 풀어나가는 책이다.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일상, 어찌 보면 가장 흔한 모습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평범한 이야기들로 구성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천국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후의 세계라고 생각한다. 천국이라는 말이 이미 언급되었고, 에디라는 팔십 노인의 죽음을 소개하고 있어서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보통의 책이라면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을 묘사한 후에 죽음으로 종결을 짓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이지만, 이 책에서는 주인공인 에디를 죽었다고 시작한다. 그래서 종교적인 시각으로 來生을 그리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종교적인 시각을 부각시키지는 않았다. 어떤 종교와는 무관하게 사후의 세계를 그리는 이 책에서는 최종 목적지에서 역순환을 하는 방법으로 과거로 돌아가 그동안 살아온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이야기는 에디라는 사람이 햇빛 속에서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에서부터 시작된다. 죽음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죽음이란 끝이다. 하지만 끝에서 시작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어떤 사람에게는 죽음이 또 다른 시작일 수도 있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끝이면서 시작인 이야기 중에서.......    [p. 12]

이 책의 내용인 즉은 ‘루비가든’이라는 놀이공원에서 평생을 정비공으로 살아온 에디라는 노인이 연세 팔십 즈음에 갑작스런 사고를 당해 세상을 마감하게 된다. 무슨 연고인지 에디는 평생 자신의 일터를 한 번도 떠나지 않았던 사람으로 자신의 삶에 별 의미나 가치를 찾지 못한 사람인 것 같다. 자신이 힘겹게 수고한 삶이지만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느끼지 못했다면 그 이상 허무한 일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는 우리나라의 옛말이 문득 떠오른다.  아무런 목적도 없고, 자기애가 남다른 사람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만약 우주공간에 신이 존재한다고 믿었다면 에디라는 사람은 스스로 생명을 신이 허락한 시간까지 충실히 살았다고만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색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무채색이라고 할까? 목적이 없는 삶, 어떤 의미나 가치를 모르는 삶이 얼마나 무료하고 고통의 연속이었을지 짐작을 한다. 빛이 없는 공간에서는 그림자도 자취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주인공 에디를 보면서 삶의 목적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천국이라는 단어는 기독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가장 각별한 스승님을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이 책의 저자인 미치 앨봄, 이는 누구이기에 삶과 죽음을 강렬한 터치로 마치 직접 체험한 것처럼 묘사를 하고 있는 것인가. 그가 살아있는 존재이기에 상상을 넘나들 때마다 감탄을 하면서 사람들은 그의 필력에 마법처럼 빨려 들어간다.  이 책은 읽고 난 사람들은 감동적이라고 이구동성을 한다.

앞에서 나는 천국이라는 단어가 기독교 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이 땅에서의 삶은 아침 안개와도 같다는 말씀을 떠올리며 그렇다면 사후 펼쳐질 영원한 나라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기억할 필요를 느낀다. 저자는 종교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은 채 삶과 죽음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나는 천국이라는 곳이 약속된 본향임을 믿고 있기에 천국의 주인인 하나님을 모르는 저자가 말하는 천국이라는 곳이 궁금하였다.

내가 바라는 천국은 이런 모습이다. 소망이 있는 곳이다.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저희와 함께 거하시리니 저희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저희와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요한계시록 21장 3-4절] 

이 책의 주인공인 에디 이생과 내생의 경계를 넘어 선 그는 사후의 세계에 있다.  끝이지만 시작인 이야기가 비로소 펼쳐진다.

이 땅에 있을 때, 죽을 당시 에디의 모습이다. 그의 어느 부분에서 기쁨, 그리고 소망을 찾아볼 수 있는가?

“죽을 당시 에디는 땅딸막한 백발의 할아버지였다. 목은 짧은데다가 가슴은 맥주통처럼 불룩하게 튀어나왔으며 팔은 굵고 오른쪽 어깨에는 빛바랜 문신이 있었다. 다리는 가는데다 혈관이 툭툭 불거져 보였고 전쟁에서 다친 왼쪽 무릎은 관절염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했다. 넓적한 얼굴은 햇볕에 그을렸고, 약간 튀어나온 아래턱과 희끗희끗한 구레나룻 탓에 실제보다 고집스런 인상을 풍겼다.” -p.13-

한 마디로 고생스러웠던 그의 생애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가 세상과 하직하고 다른 세계에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다섯 명의 사람들을 만난다.

첫 번째로 만난 사람은 사고로 죽음을 맞게 한 장본인인 파란사내이다.

두 번째는 에디의 다리에 부상을 입혔던 전쟁 참전 중에 만나 대위였다. 그 부상으로 에디가 평생 ’루비가든’을 떠나지 못한 이유가 된 것이다.

세 번째는 아버지, 그의 아버지는 평생의 심한 상처였다.

네 번째는 에디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전쟁참전 당시 자신도 모르게 죽게 한  어린 소녀였다.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을 만나면서 용서하고 용납하고, 진정한 화해를 통해 천국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 싶은 천국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해를 끼친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참된 용서만이 천국을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한다는 의미라고 할 수도 있겠다.

우리는 순간순간 부지불식간에 누군가에가 피해를 준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남이 나에게 입힌 상처만을 크게 부각시키면서 살아간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낀 점이라면 항상 매사에 신중을 기하고 삼가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최소한의 후회라도 남기지 않기 위해 최선의 삶을 살아간다고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기에 자신이 지나온 길에 대해 자신 있게 말 하기는 어렵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다. 저자가 주인공 에디를 통해서 다섯 사람을 통해 확인한 용서하며 사랑하고 화해하는 인생의 가치를 보다 돋보이게 해 주었다. 세상이 어둡다고들 말을 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살고 싶다. 잔잔한 감동을 남기는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