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세기속에 고요히 잠들어 있던 여인, 그녀는 잠들어 있었다기 보다는 누군가가 그녀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기를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신라시대때 김대문이 저술한 화랑세기는 당대 화랑들을 대표하는 풍월주 32명의 삶을 기록한 책이라고만 알고있었지 어떤 내용이 숨어있는지까지는 알지 못했었다. 나라를 대표하는 남자들의 전기에 유일하게 두드러지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이 바로 미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생소한 단어들이 등장하여 의미에 단어의 의미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고 할까? ‘색공지신’이란 말이 정말 존재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극히 은밀한 이야기로 전해지는 존재, ‘색공지신’ 미실은 색공지신의 혈통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자신이 누군지를 알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그녀의 할며니 옥진을 통해 미태술과 가무의 비법을 전수받는다. 여러 남성의 마음을 후린 그녀의 정체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설마라고 반신반의 하며 소개받았던 미실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가 된다.

 

운명이라고 해야하니 아무리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 발버둥친다해도 보이지 않는 힘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미실을 보면서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걸 맛보렴. 만져보고 맛보렴. 머뭇대지 말고 아가. 깨물어 터뜨리길 두려워하지말고.” -p. 22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열매를 따는 미실에게 열매에 대한 첫 경험 기억은 미미한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종전군의 눈에 들어 입궁을 하게 된 미실, 그러나 그도 얼마못되어 걸내의 권력다툼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궐 밖으로 내쳐진 미실이 사다함과 사랑에 빠지지만 운명과 사랑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것이지 결정도 하기전에 다시 궁궐의 부름을 입고 입궁을 한다. 상처로 곪을대로 곪은 미실, 그녀가 모질어질 수밨에 없었던 것이 여기에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의 치여 이리저리 휩쓸릴바에야 그녀는 권력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휘두르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미실이란 존재는 천하에 둘도 없을 인물이지만, 도덕적 관념, 통념도 비껴간 인물이라고만 여겨진다. 그녀에 대해 정말 어떻다고 표현을 할 수 없는 전무후무한 독특한 인물이란 것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권력을 휘둘렀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극한 운명의 희생양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떻게 보면 처세술에 능한 인물, 어떻게 보면 선과 악이 그녀의 안에 팽팽하게 맞서는 감히 다가갈 수 없는 마력도 느껴진다.

   

미실은 지극히 묘한 여인이었다. 황제의 몸을 받아들인 그녀는 언제 그렇게 매정하고 쌀쌀하게 굴었느냐 싶게 사지로 황제의 몸을 힘껏 결박한 채 향기로운 교성을 드높이고 있었다. 제는 내심 당황하여 놀랐지만 그 절묘한 요분질에 혼절할 듯 짜릿한 쾌감을 맛보았다. 더운 숨을 몰아 내쉬며 시근거리는 미실의 얼굴에는 아직도 도리와 처지 따위를 핑계 삼으며 흘린 눈물 자욱이 얼룩져 있었다.

‘앙큼한지고! 과연 놀라운 요녀로구나!’

진흥제는 노련하고 지혜로운 남자의 본능으로 즉시 미실의 위험함을 알아챘다. 하지만 동시에 이를 거부할 수 없으리라는 것마저 알아버렸다. 그녀는 하늘의 자식으로 우우(優遇) 받으며 살아온 황제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지상의 여인이었다. P.229~230

 

책을 읽으면서 줄곧 생각했었다. ‘무슨 이런 여자가 다 있을까?’하고 말이다. 그런데 어쩐다? 남성들은 착한여자보다는 악한 여자에게 중독이 빨리 되는 것 같으니 말이다. 미실, 그녀는 역사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인가? 아니라면 우리 주변에도 혹시 존재하며 자신을 알아봐주는 남성을 기다리는 지도 모를일이다. 오랜만에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마력에 쏙 빠져 미실이라는 강한 향기에 취해볼 수 있었다. 그녀는 과연 만족스런 삶을 살고 갔다고 여기며 세상을 하직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