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클라이머즈 하이에는 실제로 있었던 JAL 123편의 추락사고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JAL 123편의 추락사고란 1985년 8월 12일 도쿄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오사카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일본항공의 국내선 보잉 747SR-100기가 일본 군마현의 다카마가하라 산에 추락한 사고를 말한다. 당시 탑승했던 사람들 중 사망자 수가 승무원과 승객을 합쳐 524명 중 520명이라고 하니 단일 항공사고로 사상 최대의 사상자를 낸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얼마전 있었던 아시아나 항공기의 추락사고가 있었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한창 인기리에 방영하는 드라마 스캔들에서 잠시 주간지 기자의 특종을 잡으려는 예리한 촉가 순발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특종기사를 특보할 욕심은 어떤 기자라고 하더라도 본능적인 감각이며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특종기사가 거대한 권력을 만났을 때, 그 위력은 사용가치를 잃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 수 있다. 이 책의 줄거리는 이렇다. 지방 신문사의 기자인 유키가즈마사는 과거 후배 기자의 사고사에 대하여 죄책감에 시달린다. 여느 사람 같았으면 대환영인 데스크 승진을 거부할 정도라니 그의 심리적인 상처와 부담감이 얼마나 컸을까.

 

 

   

 

 

 

어느날 산악회 동료와 함께 떠나기로 했던 쓰이타테이와, 이 산은 악마의 산이라 불리는 곳이라니 보통 마음가짐으로는 시도조차 하지 못할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들이 작정했던 산행을 출발하기로 한 날 밤의 일이다. 그 지역에 있는 산, 오스타카에 비행기 추락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사건이 바로 524명의 사상자를 낳은 최악의 여객기 추락 사고였고, 이 사건에 대한 보도의 총괄 데스크로 지명이 된 사람은 바로 유키가즈마사였다. 때문에 유키는 산악회 동료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회사로 소환되어, 숨가쁘게 돌아가는 끔찍한 사건현장의 보도에 착수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유키와 함께 등반을 하기로 했던 안자이가 식물인간이 되어 유흥가 거리에 나타난 것이다. 등반을 떠난 줄 알았는데 왜 뜻밖의 장소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인지....

 

 

   

 

 

“내려가기 위해 올라가는 거지” 이 말은 안자이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그는 어떤 의미로 이 말을 남겼을까? 인생이라는 거대한 산을 묘사하려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굴곡많은 신문사 내에서 벌어지는 어떤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었는지... 정작 이 말을 남긴 안자이는 의료기구에 몸을 맡기고 누워있는 식물인간이라니, 인생사 덧없음을 일깨운다고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죽음을 피해갈 수 없었던 안자이, 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쫓게되고 하나씩 벗겨지는 죽음에 대한 베일, 그 진실로 말이암아 유키는 더욱 큰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이게 된다. 과연 왜? 누가? 안자이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지...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깊숙이 책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되고 결국은 손에서 쉽싸리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클라이머즈 하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 있습니까?” “있습니다. 상당히 무서운 것입니다.” “무섭다?” 유키는 의외의 대답에 의아했다. “흥분으로 인해 공포감이 마비되어 버리는, 그런 것이죠?” “예, 그렇습니다.” “공포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왜 무섭습니까?” “그것이 풀리는 순간이 무섭습니다.” 스에쓰구는 미간을 세우면서 말했다. “뜻밖의 장소에서, 그 클라이머즈 하이가 풀리는 것이 무서운 것입니다. 마음속에 모여 있던 공포심이 한꺼번에 분출하기 때문이죠. 암벽을 오르고 있는 중간에 풀려버리면 더 이상 한 발자국도 오를 수 없게 됩니다.”   - p.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