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수업이다 학원수업으로 바쁜 아이들에게 독서까지 강요한다면 아이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제대로 쉴 시간이 없는 아이지만 독서만큼은 권장하고 자신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중학생이 된 아들에게 어떤 책을 주면 아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하고 책을 찾는 중이었다. 어느 잡지에서 아이들이 고전을 읽으면 좋다는 교육칼럼을 봤고 그렇다면 어떤 고전을 읽으면 좋을까 궁리 끝에 드디어 아이가 읽을 만한 책을 만났다. 바로 「옛사람들의 세상읽기」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바로 그리스 신화, 그런데 왜 아이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독서의 이유까지 분명하게 밝혀준다.

왜 신화를 읽어야 할까? 우리는 신화를 통해 옛사람들의 세계관을 알 수 있다. 옛사람들은 세계를 어떻게 이해했고 어떻게 설명했는지를 알려준다. 그런데 읽어야 할 책이 왜 하필 신화여야 할까? 이 책에서 명쾌한 답을 주고 있다.

‘신화를 공부하는 것은 옛사람들을 이해하고, 그 후예인 나를 이해하고,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길이다. 인문학의 가치가 인간 이해에 있다면, 신화 공부야말로 인문학의 핵심과 닿아 있다고 하겠다.’(p.12)

와 책 한권을 선택하고 읽는 것만으로도 독서에 대한 명분을 바로 찾을 수 있다니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 정체성이 불분명하여 극한 혼란의 궤도를 걷는다는 십대 청소년들에게 독서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는 방법을 알려줌도 꽤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종전에 그림책이나 만화책으로 한 번쯤 만났을 그리스 신화, 이 책에서는 신화에 대해 깊숙하게 다루지는 않지만 신화란 무엇이며 어떤 이야기들을 소개하는지 정도의 내용을 소개하는 개론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세계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 존재했던 신들의 이름을 소개받고 신들이 벌인 전쟁으로 말미암은 결과, 이어서 영웅들의 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아이들과 첫 영화관 나들이 그 때 본 영화가 바로 타이탄이라는 새로운 영웅이 탄생하는 이야기였다.

신들의 왕인 제우스의 전지전능함을 질투한 지옥의 신 하데스와의 사이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인해 인간세상이 혼란과 고통에 빠진다. 혼란스런 세상을 구하기 위해 우리의 영웅인 페르세우스가 등장한다. 페르세우스는 아버지 제우스에게서 물려받은 강인함과 인간이었던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자비로움을 갖춘 영웅이다. 페르세우스는 인간들을 구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얻기 위해 금지된 땅으로 떠난다. 그 과정에는 무서운 메두사를 상대하는 일도 있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 장면을 아직도 섬뜩하다고 기억한다. 영화에서 등장했던 신들이 이 책 그리스 신화에 상세하게 소개되고 신들의 계보를 통해 자신들이 아는 내용을 떠올리며 더욱 흥미진진하게 그리스 신화를 만날 수 있었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메두사...

인간세상을 구해줄 영웅 페르세우스

아이들이 즐겨하는 게임에는 여러 종류의 괴물들이 등장한다, 바로 이 책에도 괴물형상을 한 존재들이 소개된다. 가끔 성인도서에서도 소개되었던 가이아라 명명하는 존재가 있었던 것 같다. 가이아란 바로 그리스 신화에서 소개되는 신들 중 하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이아는 원래 누구와 결합하지 않고 자식을 낳는 존재였는데, 우라노스와 결합하여 생긴 많은 자식들, 우라노스는 그 자식들을 모두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이중적 사고가 등장하고 정신분석학자들 중에서도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참고할 만한 내용이었다는 것만 기억해 두자.

가이아의 자식들 중 괴물 같은 존재? 이들은 팔이 백 개라든가, 머리가 쉰 개씩 있는 존재들 바로 헤카톤케이르라고 한다. 처음엔 뭐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가 소개되나 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점차적으로 흥미진진한 내용들이다. 우리 아이들이 잘 알고 있는 올림포스의 신들 헤라클레스, 제우스, 아테네, 아프로디테, 헤라, 디오네 등등 많은 신들에 얽힌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