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로 인해 말을 할 수 없는 아이, 걷을 수도 없으며 혼자서는 밥을 먹을 수도 화장실에 갈 수도 없는 아이이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절망스럽고 화가 난다는 소녀 멜로디, 멜로디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시선에 가득한 근심, 모두들 멜로디가 뇌성마비라고 이 아이에게 있는 가능성을 포기한 상태이다. 뇌성마비의 아이들이 말을 한 번 하려면 얼마나 힘겨워 하는지를 종종 TV화면에서 만났었다. 세상에 적응하는 일도 벅찬 모습, 그 누가 그 아이들에 숨겨진 가능성을 바로 봐주는 일도 드물다. 뇌성마비라고 하면 지적인 능력은 거의 바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통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두신 부모의 경우와 같이 멜로디의 부모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아이를 요양원에 보내야 할까? 아니라면 마지막까지 아이에게 지원 가능한 모든 일들을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의 문제에 부딪친다. 특수한 상황이라면 그 아이에게 맞는 특수한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두운 터널에 갇힌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쿵’ 이것은 멜로디가 심각한 뇌 손상을 입어서 지능이 매우 떨어지는 것 같다는 휴즐리 박사의 소견을 듣는 멜로디의 엄마의 심장소리이다. 지능이 매우 떨어진다니 과연 그럴까?

이 책의 주인공인 멜로디에게도 유사한 상황이 적용되었다. 몸이 불편한 아이였기에, 그녀의 어디에서 언어적인 잠재력이 있을지 짐작하지 못하고 단순히 멜로디가 알파벳조차도 제대로 알 수 없다고 여긴다. 세상 그 누가 봐도 멜로디는 불운한 아이였다.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말들을 쏟아내고 싶은지 알 수 없었기에. 그러나 멜로디에게 난생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고.

 

“하지만 저는 우리아이가 똑똑하다는 걸 알아요. 아이의 눈을 보면 알 수 있죠.” p.32

 

그런데 멜로디는 자신이 보고 듣는 모든 것을 마치 사진기로 찍은 것처럼 기억하는 천재소녀였다. 99%를 가능케 한 1%의 희망, 그것은 부모님이 자녀에게 지닌 긍정적인 생각과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은 모두 내 아이를 포기한다 할지라도 멜로디의 부모님은 항상 아이에게 닿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분들이라고 생각된다.

 

“넌 할 수 있어”

엄마 아빠는 계속해서 내 손에 고양이를 쥐여 주셨다. p. 16

아이의 부모이기에 가능한 일, 그리고 기대이며 얼마나 참고 견디며 반복해야 하는 일인지 인내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에 대한 기대, 그리고 부모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자녀와의 확고한 신뢰와 사랑이 바탕이 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엄마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선생님은 틀렸어요. 난 알아요! 선생님은 일류 대학에서 일류 학위를 땄겠지만 멜로디가 선생님보다 훨씬 더 똑똑하다는 것을!”

휴즐리 박사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을 깜빡거렸다.

“선생님에게는 모든 게 쉬웠을 거예요. 그야 당연하겠죠, 몸이 성하니까. 적어도 누군가에게 뭔가를 이해시키기 위해 발버둥 칠 필요가 없잖아요. 선생님은 의학박사라서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시죠?”

박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엄마가 박사를 상대로 이기고 있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그리 똑똑한 분 같지는 않군요, 의사 선생님. 선생님은 그저 운이 좋았던 것뿐이에요! 선생님이나 나나 온전한 육체를 가지고 세상에 태어났으니 분명히 축복 받았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건 멜로디도 마찬가지예요. 비록 멜로디의 몸이 성하지는 않지만 멜로디는 사리를 분별할 줄 알고, 다른 이들과 얼마든지 의사소통할 수 있어요. 우리 멜로디 같은 아이들을 위해 제대로 해 주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이 세상에서도 보란 듯이 잘 살아갈 수 있다고요. 우리 아이는 진짜 똑똑한 아이예요!” p. 36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멜로디의 희망이 이루어지고 멜로디는 위즈 키즈 퀴즈대회 선발 시험에 참여하게 되고,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풀고 당당히 선발되는 장면에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

장애인이라 따라오는 선생님의 차별적이고 무시하는 말에 “나는 똑똑한 아이예요”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멜로디의 용기가 빛난다. 장애인이라고 함부로 낮춰보고 흘리는 한마디 말이 저들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인지를 깨닫게 해 주는 책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말끔히 없애줄 계기를 마련하는 책, 세상과의 소통을 간절히 원하는 멜로디의 소원, 그리고 실현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