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이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민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살림이 얼마나 가난하고 어려운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쇠약한 몸에 의지가지없는 민이를 키우는 할머니의 가슴속을 가득 채우는 민이에 대한 염려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 어린이들이 엄마 없이 할머니와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까? 

12세 어린나이라면 남들처럼 가지고 싶은 물건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으며, 가난에 주눅이 들 법도 한데 민이는 자신의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근래 보기 드문 굳은 심지를 지닌 아이라고 생각이 된다. 학교에서 소풍을 가던 날, 민이는 할머니가 만들어준 김밥을 가지고 갔었는데, 그 김밥에는 재료가 다 갖춰지지 않은 김치를 넣어 만든 김밥이었다고 하는 표현이 나온다. 일명 할머니표 김밥....... 민이의 학교에서의 생활이 원만한 이유에서인지 이날 할머니표 김밥은 친구들과 맛있게 나눠먹는 것으로 민이는 조금도 친구들에게 위축되지 않고 무사히 마쳤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이가 환경에 잘 적응하는 아이라는 생각을 했고, 혹시라도 상처를 받게 될까 철렁 했던 가슴은 안도할 수 있어서 좋았다. 

4학년이 된 딸이 있는 관계로 또래의 아이들 모습을 보면 예사로 넘겨지지 않는다고나 할까? 이 책에서 민이를 지켜보며 이 때의 여자아이들에게 엄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평소 흠모하며 바라만 보았던 값비싼 운동화에 얽힌 이야기를 읽을 때도, 아이가 첫 이슬을 경험할 때의 당황했을 일들이 아련하게 전해진다. 갈수록 신체의 변화에 적절한 옷차림도 아이에게 갖춰주어야 할 텐데....... 라는 생각에 엄마 없이 살아가는 민이의 생활이 안쓰럽기만 하였다.

 일기형식으로 진행되는 특이한 전개방식에 아이들은 또 다른 느낌을 전해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매일 매일 일기에 무얼 쓰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철없이 부모님에게 어리광을 부리던 아이였다면 좀 더 성숙한 마음도 기대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려움은 자신이 처해 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접적이나마 우리 어린이들이 일인칭시점에서 전개하는 이 책을 읽으면 민이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친구에 대한 배려심이 생길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평소 느끼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감사를 찾을 수 있는 책, 어쩌면 좋은 진장한 친구를 만날 방법까지 소개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