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이 지난 지금 다른 무엇보다도 봄을 알리는 꽃소식이 기다려집니다. 추운 기온에도 알랑곳하지 않고 겨우내 움추렸던 꽃망울을 약속이라도 한 듯 어김없이 일제히 터트리는 봄 꽃들.... 환한 웃음을 보여줄 그 날을 손꼽고 있습니다. 언제쯤이면 환한 꽃들을 만날 수 있을지 말입니다.     「꽃, 들여다보다」는 동아시아 2500년을 이어져온 동아시아권의 꽃과 나무를 읽다보면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는 꽃과 나무를 소개하는 탐방기입니다. 누구나 반할만한 꽃과 나무를 만날뿐만아니라 선인들의 꽃과 나무에 대한 기개와 문장이 돋보이는군요. 이 책 한권에서 우리나라의 꽃과 나무를 주제로 쓴 한시와 아울러 얽힌 설화까지 만나보며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저자가 30여년이라는 오랜시간 남쪽지방으로 꽃 탐방 길에 나섰다고 합니다. 덕분에 수고함 없이 안방에 앉아서도 우리의 옛멋을 더욱 잘 살려주는 멋진 꽃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젊어서는 꽃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한 해, 두 해가 지나며 해가 거듭될수록 꽃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꽃의 향기에 취한다던 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유난히 활짝핀 꽃을 좋아하는 친정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길가에 핀 들꽃이라도 꽃이면 무조건 환영이라고 하셨던 친정어머니께 올 봄에 예쁜 꽃화분을 사들고 가서 문안인사를 드리려고 합니다.       예쁜 꽃을 보면서 감동이 없다면 그 사람은 어딘가 아픈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쁜일상에 쫓기는데요. 언제 저에게도 꽃에 얽힌 사연이 있을까고 생각에 잠겼었거든요. 남편에게 받은 꽃다발을 제외하고는 갓 시집와서 새댁이었을 때, 시아버님께서 생일선물이라며 시장에 나가서 사다주신 노란 수선화가 떠오르네요. 평소 표현에 익숙치 않은 분이셔서 아버님은 저희 시어머님께는 꽃을 한번도 건넨 적이 없다지 뭐예요? 꽃선물 받고 기분은 좋았지만 시어머님의 눈치를 봐야했던 일이 있었더군요. 수선화라는 꽃에도 얽힌 사연이 있는 것을 보며 잠시동안 나름의 추억을 떠올려 봤답니다. 이렇듯 이 책은 시간과 꽃에 얽힌 사연을 넘나들며 무심코 지나쳤었던 꽃들에 대한 감흥을 체험할 수 있는 멋진 책이었습니다.         향긋한 꽃소식은 언제나 남쪽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평소 좋아하던 동백꽃, 목련, 원추리 등등 그리고 여행을 하다보면 유독 눈에 잘 띄는 배꽃, 살구꽃들의 모습을 보며 이에 얽힌 이야기를 읽다보니 꽃이 더욱 친근하게 여겨집니다. 해마다 만나는 꽃들...... 그런데 올 봄엔 유독 꽃의 모습들이 새롭게 보이는 이유가 아마도 책을 통해 얽힌 사연들을 알게해 준 이 책 덕분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물론 익숙한 꽃들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 책에서 식물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만나고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까지 겹쳐 독서의 즐거움이 배가되게 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