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일과 육아에 매달려 지내느라 나의 마지막 여행이 언제였던가를 한참 생각해 보았다. 지금 내게 여행은 사치일거라 생각되는 즈음 만난 「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은 삶의 신선한 청량제이자 여자라서, 여자이기 때문에 느끼는 행복감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 것 같다.

  우선, 저자 스테파니 엘리존도 그리스트란 사람에 대해 ‘멋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녀는 프린스턴 대학교의 Hodder Fellow로, 세계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진정한 커리어 우먼이었다. 열심히 일하는 멋진 그녀가 열렬한 여행가이기도 하고 여행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한다고 하니 진정으로 삶을 멋있게 살아가는 사람인 듯하여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책의 서두에 있는 방랑녀들을 위한 팁 10가지를 읽으면서 도움이 되는 정보에 공감이 되기도 하고, 너무도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에 마치 아주 친한 옆집 언니가 조언해주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특히 연약한 척하기라는 팁에서 이왕 눈물을 수단으로 선택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제대로, 오스카 연기상을 염두에 두고 울어줘야 한다는 대목은 웃음마저 나온다. 순간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가 쓰는 칼럼과 이 책의 스타일이 유사할 것 같다는 생각은 나만 드는 것일까?

  책은 9개의 chapter로 나누어져 있고 각 장의 주제별로 나라들이 안내되어 있다. ‘해녀들과 함께하는 신비의 바다, 진주조개 잡이’라는 제목으로 대한민국의 제주도도 소개되어 있다. 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곳 중 한 곳으로 전통적으로 강인한 여성상을 대변해 온 존경스러운 여성 다이버 해녀들을 소개한 점이 개인적으로 뿌듯하고 한 번 더 내 시선을 끌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내 눈길을 끌었던 곳은 쇼핑이 병원비보다도 싸게 먹힌다는 스페인, 두바이, 인도, 멕시코, 여성들이 역사의 주역이 되었던 곳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가봐야 한다던 낯설지만 너무도 궁금하고 신비한 황홀감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은 곳들이 차례로 정리되어 있다.

 

  물론 저자가 10년 동안 여행한 100곳이나 되는 곳들을 한 권의 책에 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책이 아주 깊이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가볍게, 즐겁게, 지금 당장 떠날 수 없는 곳으로 눈과 마음의 여행을 두루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세상에 내가 알지 못했던 이런 곳도 있구나. 세상은 이렇게 넓은 곳이였어.’하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한 번쯤 그곳으로 날아갈 마음의 준비를 하는 책으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