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차를 타고 가다 라디오에서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듣고 있었다. 그때 소개한 책이 <가끔은 제정신>이었는데, 책의 제목도 특이하고, 책을 소개하는 기자가 들려준 에피소드가 25쪽의 '관심과 두려움' 부분의 한 예쁜 여학생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믿는 저자의 친구 이야기였다. 책 소개 프로그램의 책을 선뜻 사 본적은 없으나, 재밌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기회 있을 때 봐야지' 하다가 책을 구입하여 지난 일주일간 조금씩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 나갔다.

어지간한 소설책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어지간한 개그 프로그램보다 많이 웃었다. 

어지간한 강연보다 고개도 많이 끄덕거렸다.

그런 면에서 나에게 좋은 책이었고, 읽고 후회되지 않는 책이었다.

저자가 말하길 "오히려 똑같은 착각을 하더라도, 자신이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르다."(p.14)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착각을 한다는 것을 인정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예전에 담배를 끊는 것에 대해 '난 얼마든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어. 단지 내가 좋아서 안 끊는 것 뿐이야.'라고 했던 것. 물론 최근에 담배를 끊었지만, 무언가 중요한 것을 지키거나 잃지 않으려는 결정적 동기와 결심이 있지않고서는 단순하게 담배 피는 습관 하나도 버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았다. 저자는 그런 착각들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 여긴다. 단지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그러한 착각들도 긍정적인 착각들이 있고, 긍정적인 착각들을 현실에서 착각이 아닌 실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심리학 책이지만 학문적으로 접근할 필요 없이 가볍고 재밌게 읽으면 유익할 것 같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와 주변의 이야기,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이야기까지 가볍고 편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착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심기가 불편해질 것이라 했는데,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착각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며 중간중간 우리 사회와 문화의 그릇된 면들을 은근히 비판하는 부분들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도 하고 통쾌함도 느꼈다. '이 분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사는구나.'하고. 이 책을 지은 의도를 나타낸 부분을 읽으며 더욱 공감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가.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현실. "이 책을 통해 심리학자인 내가 원했던 것은, 바로 그 순간에 '혹시 내가 틀린 것 아냐? 착각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다른 살마의 주장이 잘 들린다. 그 다른 주장과 믿음에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된다. 그래야만 내 믿음과 다른 믿음을 동시에 고민해볼 수 있게 된다."(p.276) 저자는 누구나 착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착각을 없앨 수는 없는 인간의 타고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착각할 수 있으니 내 생각과 내 말만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고민하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의 표지나 디자인, 속지에 글쓴이가 앞에서 말한 내용을 정리하는 부분을 강렬한 노란색으로 편집한 것 등 모두 좋았다. 다만 개인적으로 부록 형식으로 본문 중에 있었던 심리학 용어들을 정리했다면 일반 독자들에게 심리학에 좀더 학문적으로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착각(?)을 한다. 그렇지 않은 고로 책에 있는 내용들을 다시 정리해야 하는 수고를 해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