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내용은 청일전쟁의 기운이 평양 일대를 휩쓸었을 때, 일곱 살 난 여주인공 옥련은 피난길에서 부모와 헤어지게 되고 부상을 당한다. 일본군에게 구출된 옥련은 이노우에라는 군의관의 도움으로 일본에 건너가 소학교를 다니는데, 뜻밖에 이노우에가 전사하자 의붓어미는 변심하여 옥련을 구박한다.

 옥련은 갈 바를 모르고 방황하던 중 구완서라는 인물을 만나 함께 미국으로 간다. 워싱턴에서 공부하던 중 옥련은 극적으로 아버지 김관일을 만나게 되고, 구완서와 약혼한다. 한편, 평양에 있는 옥련의 어머니는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의 편지를 받고 꿈만 같이 생각한다.

 이 작품은 청일전쟁 때 평양 모란봉의 참상을 시작으로 그 뒤 10년간의 긴 세월이 지나는 동안 한국 · 일본 및 미국을 무대로 옥련 일가의 기구한 운명의 전변에 얽힌 개화기의 시대상을 그린 것으로, 자주독립 · 신교육사상 · 자유결혼관 등이 그 주제로 다루어져 있다.

 이 작품의 출현을 계기로 소설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적으나마 고대소설의 격식에서 벗어나 근대소설 영역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고대소설의 문체를 탈피하지 못한 부분('~더라' 식의 사설조)이 빈번하고, 구성이나 이야기의 전개 방법이 미숙한 점(우연적인 장면이 많음) 등 초기 신소설의 공통된 취약점이 엿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작가의 친일적 행위가 작품의 의의마저 퇴색하게 한다.

<혈의 누>는 고전 소설과 근대 소설의 교량적 역할을 했고 신소설의 효시라는 의의로 인해 보통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를 통해 소개되고 있으나, 그런 의의로 인해 접할 정도의 작품이지 작품성이나 스토리적인 면에서 읽기에는 불편한 면이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