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독일의 한 마을에서 어린 아이가 살해당하고 살인범을 찾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자 마을 사람들은 유대인이며 도축 관련 일을 하는 발트호프에게 의혹이 몰린다. 그 과정에서 발트호프의 가족들은 엄청난 불행과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집단적 편견에 의한 따돌림에 의해 발트호프 가족들은 마을에서 인간적으로 고립되고, 발트호프 가족을 믿던 사람들도 같은 취급을 받기 꺼려해서 거짓된 이야기로 오히려 발트호프의 가족을 더욱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혐의를 벗기는 하지만 이미 발트호프의 가족들은 상처를 많이 받았고 그 마을을 떠나 살게 된다. 발트호프의 가족들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아들 지기만큼은 상처를 잊고 희망을 안은 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친구 카를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그려내고 있음에도 다 읽고 나서 가슴 한 구석에 인간에 대한 믿음과 따뜻함이 남는 것은 바로 카를의 우정 때문일 것이다. 작품 전반에 펼쳐지고 있는 주된 사건은 인간의 부정적 속성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긍정적 속성이 그것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

인간은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사회 속에 있기에 나약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이기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혼자 고립되길 두려워하는 면이 인간을 나약하게 한다. 불의인 것을 알면서도 다수의 편에 서서 마녀 사냥을 하는 소시민적인 근성. 인터넷 문화에서도 떳떳하게 자기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오히려 '익명성'을 이용하여 근거 없는 비방과 욕설을 일삼는 경우들이 많다. 특히 최근의 '~~녀'로 유명한 동영상들에서 한 쪽 입장만 사람들에게 비추게 함으로 전혀 사실과는 다른 상황으로 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매도한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 CC 카메라가 있어 사실이 확인되었으나 억울하게 매도당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다시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겨우 한 마을이지만 이제는 아예 이 나라에서 살 수 없는 상황까지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몇몇 동영상들에 나오는 인물들을 보면서 당연히 비난 받을 수 있는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법에 의해 처벌을 받고 교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웃 집에 생긴 일>을 읽으며 19세기 상황보다 훨씬 위험한 사회를 살고 있다는 생각과 그 시절보다 양심과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많은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