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서문

12쪽

국가 안보를 빌미로 한 국가 폭력은 최근 그 희생자가 자국민에서 타국민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보수주의자들이 폭력의 주체가 되고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약자가 희생양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 전쟁은 드레퓌스 사건의 구조적 재판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인간이 집단을 이루고 사는 한, 드레퓌스 사건은 영원한 현재진행형일지도 모른다. ...

졸라의 경구를 다시 읽어 보자. 

"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하리라."

 

서문

 

17쪽

나는 문인으로서, 장인으로서 그 어떤 권익에도 집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투쟁의 문제를 통해 모종의 이득이나 명성을 얻으려한다고 의심받았을 때 참으로 곤혹스러웠다.

(정의에 대한 이의제기자를 이익을 탐하는 자로 이야기하는 프레임은 진실을 덮으려는 층의 오래된 수법으로 대단히 효과적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19쪽

거듭 말하건대, 이 책은 드레퓌스 사건 관련 자료의 일부일뿐이요, 내가 집요하게 역사에, 내일의 심판에 맡기고자 한 내 행동의 증언록일 뿐이다.

(자신의 행위를 가능한 객관적으로 보고 싶어하고, 그것이 진실의 반대편에 있는 자들로 하여금 덮여지지 않게 하고자하는 고뇌를 느낄수 있다.)

 

쉐네르 케스트네르 씨(1897년 11월 25일, 르 피가로)

*1895년: 시모노세키 조약(청일전쟁 종결), 3국 간섭으로 일본은 청나라에 랴오둥 반도 반환, 을미사변 

1896년: 아관파천, 독립신문 창간

1897년: 고종 환궁(아관파천후), 대한제국 건국, 광무개혁, 독립문 완공, 이탈리아 유벤투스 FC 창단

 

22쪽

1894년 드레퓌스 사건이 시작되었을 때...

 

23쪽

다음은 내가 고발자 훼레르 케스트네르 씨에게서 목격한 것, 그에 대해 생각하는 것, 그에 대해 주장하는 것이다. ...

 

25쪽

강고하고 논리적인 그의 지성은 조금씩 진실을 알고 싶은 불타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이보다 더 고매한 것, 이보다 더 고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사람이 가슴 속에 일었던 놀라운 감정은 나, 양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천직으로 삼고 있는 나의 열정을 일깨웠다. 정의를 위한 진실한 투쟁, 이것보다 더 영웅적인 투쟁은 이 세상에 없다.

 

25쪽

분명한 것은 진실과 정의가 지고하다는 사실인데, 왜냐하면 그것들만이 이대한 국가의 영광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한순간 진실과 정의를 흐리게 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진실과 정의에 제일의 존재 이유를 두지 않는 모든 민족이 오늘날 저주받은 민족이 되리라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진실과 정의에 제일의 존재 이유를 두지 않는 다는 것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피상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그것만으로 국가를 존속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이라 단언할 수 있을 것인가?...)

 

29쪽

쉐레르 케스트네르 씨의 고결한 침묵 속에는 각자가 행동에 돌입하기 전 신중하게 자기반성하기를 기다리는 깊은 배려가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의무, 진실을 알게 되자마자 지위, 재산, 행복을 버리고서라도 그것을 밝혀야만 했던 신성한 의무에 대해 말하면서 이런 놀라운 표현을 썼다.

"나는 살 수 없었으리라." 그렇다! 이것은 이 사건에 참여한 모든 양심적인 사람들이 중얼거리는 말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정의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살 수 없으리라.

 

만일 정치적 이유가 정의의 도래를 지연시킨다면,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결말을 후퇴시키고 악화시키는 새로운 과오가 되리라.

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하리라.

 

 

조합(1897년 12월 1일, 르 피가로)

 

33쪽

우리는 유태인을 위한 '조합'이라는 개념을 잘 알고 있다. 그 개념은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천박함과 어리석음, 그것도 단순하기 짝이 없는 어리석음에 물들어 있다.

드레퓌스 대위는 군사 법정에서 반역죄로 종신 유배형을 선고받았다. ... 문제는 현재의 반역과 미래이 반역만이 아니다. 그는 또한 과거의 반역을 대표하고 있는데, 왜냐하면 반역이 아니고서는 우리가 패배했을 이유가 없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사람들이 그에게 옛 패배의 책임까지 전가했기 때문이다. 

.. 그리고 너무나 간명한 이치인데, 그가유태인인 이상, 돈과 힘을 겸비하고 있지만 똑같이 조국 없이 더도는 유태인 동포들이 수백만 프랑을 서서라도 그를 구하려고 은밀하게 노력할 것이다. 그 범죄자의 복권을 위해서라면 그들은 양심적인 사람들을 매수하고, 프랑스를 추악한 음모로 부패시키고, 심지어 죄 없는 자에게 그 범죄자의 죄를 뒤집어 씌울 것이다. 더욱이 그 범죄자의 가족들이 지금 '사건'에 온 몸을 던지고 있다. ...

바야흐로 조합이 결성되고 있다. 그것은 유태인 은행가들이 결혹하고 있고, 돈을 모으고 있고, ... 조합은 조금씩 확대될 것이고, 끝내 반역자를 찬양하고 프랑스를 칭ㄱ의 물결 속에 익사시키기 위해 남몰래 온갖 뻔뻔스러운 음모를 꾸미는 강력한 집단이 될 것이다.

 

정말 그럴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  어리석은 반유태주의가 날마다 진창 속으로 처넣고 있는 프랑스 시민들, 즉 우리의 동포요 우리이 형제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드레퓌스 대위를 포함해 그들 모두를 짓누르고자 했고, 그 민족 ㅈㅇ의 한 사람의 범죄를 그 민족 전체의 범죄로 만들고자 했다. 모두가 반역자요, 모두가 매수당한 자요, 모두가 유죄 선고를 받은 자인 것이다.  ...

(서구 유럽인들에게 유대인이란 어떤 존재인 것인가? ...)

 

36쪽

도대체 윌는 어떤 도덕을 배우며 살았고 어떤 신을 섬기며 살았기에, 가족 중의 한 사람의 잘못을 전체 가족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일까? 우리의 문화와 우리의 관용 정신에 비추어 이보다 더 저열하고 이보다 더 비열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가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이유로 드레퓌스 대위의 형을 비난하는 신문들은 진정 프랑스 언론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문화는 반역자?의 가족에대한 비난을 정당화하지 않는가? 연좌제는 인정하지 않으나 현실적으로 연좌제가 살아있지는 않은가? ... 프랑스의 관용은 정말로 이 문장만큼이나 생생하게 현장에서 살아있을까? ...)

 

 

조서(1897년12월5일, 르 피가로)

 

44쪽

이것은 내가 '르 피가로'에 발표한 세 번째 글이자, 마지막 글이다. ... 나는 그쯤에서 기고를 중단하는 게 현명하리라고 판단했는데, 왜냐하면 신문의 고객들이 나의 글을 읽고 몹시 흥분했기 때문이다. 

 

45쪽

오늘, 드디어 '사건'이 공식적이고 논리적인 국면, 즉 우리가 쉼 없이 요구해온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군사 법정이 다시 정식으로 제소를 받은 것이다. ...

사건의 첫 번째 국면이 끝난 지금, 우리는 그에 대한 조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테면 그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지금 우리의 할 일이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드러난 사실이 자아내는 싶은 슬픔 속에도 역설적 교훈, 상처를 소훼하는 달궈진 인두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이 점을 생각하자, 우리가 겪은 참혹한 광경은 결국 우리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청년들에게 보내는 편지(1897년12월14일, 팸플릿 제작 판매)

 

67쪽

청년, 청년들이여! 언제나 정의와 함께 있으라. 그대들의 내면에서 정의의 관념이 희미해지는 날, 그대들은 파멸하리라. 지금 나는 사회적 관계의 보장에 지나지 않는 '법전'의 정의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것도 존중해야 하리라. 그러나 좀더 숭고한 관념, 모름지기 인간이 파결이 잘못될 수도 있음을 언칙적으로 인정하는 정의, 심판자들을 모욕하지 않으면서 기결수의 무죄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정의가 있다. 그렇다면 그것 또한 그대들의 불타는 열정을 자극하는 모험이 아닌가? 아직 이해관계나 인간관계가 뒤얽힌 이전투구에 휩싸이지 않은 그대들, 아직 어떤 비열한 사건에도 연루되지 않은 그대들, 순수와 선의로 목청껏 외칠 수 있는 그대들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정의의 완성을 위해 일어날 것인가?

 

 

프랑스에게 보내는 편지(1898년1월6일, 팸플릿 제작 판매)

 

77쪽

프랑스여, 그대를 휩쓰는 광풍 속에서 제일 먼저 내 눈에 띄는 것, 그것은 언론이 매일 아침 그대에게 전하는 얼치기 콩트, 저열한 욕설, 도덕적 타락으로 얼룩진 거짓의 방벽이다. 그들이 그대의 온갖 전설적 미덕, 투명한 지성, 경고한 이성을 이 지경으로 박살낸 지금, 어떻게 그대가 진실과 정의를 구현할 수 있겠는가?

 

84쪽

우리는 지극히 소수일망정 주저 없이 이 모든 것을 말할 것이다. 물론 그대의 모든 양심적 자식들이 우리와 함께 가기 위해 일어서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공화국을 세웠고, 공화국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보고 전율에 휩싸일 모든 자유로운 정신들, 모든 넉넉한 가슴들이 우리와 함께 갈 것임을!

 

 

나는 고발한다! - 공화국 대통령 펠릭스 포르 씨에게 보내는 편지(1898년1월13일,로로르)

 

106쪽

저는 최후의 승리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더욱 강한 확신으로 거듭 말씀드립니다. 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

진실이 땅속에 묻히면 그것은 조금씩 자라나 엄청난 폭발력을 획득하며, 마침내 그것이 터지는 날 세상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입니다.

 

 

배심원들을 향한 최후 진술(1898년2월22일, 로로르)

 

122쪽

배심원 여러분,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여러분 역시 아마도 천둥 번개가 하늘에서 떨어지듯 어디선가 드레퓌스의 무죄의 증거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진실은 통상 그런 식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진실은 모종의 탐구와 모종의 지성을 요구합니다.

 

 

정의(1899년6월5일, 로로르)

 

 

제5막(1899년9월12일, 로로르)

 

 

알프레드 드레퓌스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1899년9월29일, 로로르)

 

163쪽

온갖 사회 권력들이 우리에게 맞서 서로 연합했던 반면, 우리가 가진 것은 오직 진실의 힘뿐이었습니다.

 

166쪽

힘센사람이 될 수 없기에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은 때로 참을 수 없는 위선입니다. 

 

 

공화국 대통령 에밀 루베 씨에게 보내는 편지(1900년12월22일, 로로르)

 

191쪽

인간이란 요술처럼 하루 만에 국가를 다시 일으켜 세워 신성하게 만들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그런 눈부신 승리는 단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숱한 노력과 고통을 통해서만 달성되는 모양입니다. 투쟁은 결코 끝나지 ㅇ낳았습니다. 한 걸음 전진할 때마다 하나의 고통이 따를 것입니다. 어쩌면 아버지가 이룬 성공을 아들이 확인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프랑스 국민에 대한 애절한 사랑 속에서, 저는 지금까지 우리가 드레퓌스 사건에서 프랑스 시민 교육을 위한 자랑스러운 교훈을 끌어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조금도 실망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참고 기다릴 결심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 기다리다 보면 진실이 조금씩 프랑스 국민을 일깨울 것이고, 그리하여 언젠가 프랑스 국민이 성큼 성숙해져서 자유와 정의를 구현할 날이 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해제

 

220쪽

드레퓌스 사건의 주역은 당사자인 드레퓌스 대위를 비롯해 그를 유죄로 몰아간 참모 본부 장교, 국방부 장관, 보수주의 정객, 그리고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 애쓴 피카르 중령, 진보적 지식인, 공화주의 정객들이다. 그러나 이런 주역들만 있었더라면, 드레퓌스 사건은 그럭게 장기화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드레퓌스 사건을 보수와 진보의 물러설 수 없는 결전장으로 만든 것은 아마도 반유태주의와 내셔널리즘의 선동에 호응한 군중이리라.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군중과 민중이다. 독일계 유태인 여류 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반드레퓌스파 군중을 민중이라 부르지 말 것을 요청한다. 그녀에 의하면 민중이 올바른 변화를 위해 궐기할 때, 각 사회계급의 찌꺼기로 형성된 군중은 대개 자신의 계급을 증오하면서 강력한 지도자를 찾는다. 반드레퓌스파 선동가들이 교회와 귀족의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사회적 낙오자들을 반유태주의, 반의회주의, 군국주의 운동에 끌어들였음은 분명하다. 말하자면 드레퓌스파의 지식인들은 실질적으로 반드레퓌스파가 장악하고 있는 국가 권력 및 이들에 의해 조종되는 군중 심리, 즉 막연한 국민감정과 이중의 싸움을 벌여야만 했다.<나는 고발한다!> 발표 이후 졸라는 예상대로 군중의 표적이 되어 ？D임없이 살해의 위협에 시달렸다.

 

223쪽

드레퓌스 사건의 역사적 의의

1)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벌어진 봉건 보수 세력과 공화 진보 세력의 마지막 대혈투

2) 유태인의 정체성 확립과 이스라엘 건국의 계기를 마련

3) 언론을 통한 여론 조작이라는 현대적 양상을 보여줌

4) 지식인의 정체성 확립과 사회 참여 전통의 마련

*드레퓌스 사건 이후 적어도 프랑스에서는 양심에 따른 지식인의 사회 참여가 '필요'의 차원이 아니라 '의무'의 차원으로 승화되었다.

 

  

서문

궤레르 케스트네르 씨

조합

조서

청년들에게 보내는 편지

프랑스에게 보내는 편지

나는 고발한다! - 공화국 대통령 펠릭스 포르 씨에게 보내는 편지

배심원들을 향한 최후 진술

정의

제5막

알프레드 드레퓌스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

공화국 대통령 에밀 루베 씨에게 보내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