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쪽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자신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깊은 의미에서 우리의 세계관이 수만은 세계관 중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16쪽
1973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당시 전선의 병사들에게 배송된 유대교 학교 예시바의 신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렸다.
전투를 벌이는 동안 인간의 영혼을 둘러싼 겉껍질이 벗겨져 나가며, 인간이 때로는 자기 영혼의 심연과 자기 내면, 일상의 삶에 가려진 오래되고 굳건한 진실과 직접 맞닥뜨린다. 이때 인간은 사물을 더 철저하게, 더 폭넓게, 더 깊게, 더 진실하게 관찰한다.
29쪽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서 주인공인피에르 베주호프 백작은 진리를 찾아 수많은 철학자와 현자, 공작을 만나지만, 결국 거의 평생을 군에 바친 늙은 사병 플라톤 카라타예프의 모습에서 '영원한 진리의 화신'을 발견한다.
44쪽
이 책에 계속 등장하는 '계시'라는 말이 근본적으로 종교와 연결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계시란 지식을 얻는 특정한 방법이지 특정한 지식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외부의 힘이 새로운 지식을 우리에게 떠안길 때, 우리는 '계시를 받았다'고 말한다. 계시로 얻은 지식은 그 어떤 '통제된'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46쪽
*일레인 스캐리, 고통받는 몸
전쟁의 환희는 차치하고, 육체적 고통이 정신의 내용물을 왜곡하고 결국 완전히 없앤다는 것이 스캐리의 기본 통찰이다. 고문을 분석하는 부분에서 스캐리는 인간이 극심한 고통을 당하면 한 사람의 자아와 세계를 구성하고 언어를 만들고 결국ㄱ 언어에 의해 기능하는 심리적, 정신적 내용 모두, 말 그대로 생각과 느낌으로 창조된 모든 세계가 소멸한다고 기록했다. 곧 고통이 다윈의 진화론을 대신해 현실을 시험하는 것이다. 편안한 상태에 있을 때 인간의 정신은 무수히 많은 사상과 관념, 환상을 만들고, 이 정신적 창조물을 현실이라고 생각하며 애착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은 편안하게 지내는 한 정신이 창조한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통을 당하면 비현실적이고 비본질적인 환상은 정신에서 사라지고 결국 현실적이고 본질적인 것만 남게 된다.
53쪽
* 조지프 헬러, 캐치-22
유물론에 따르면 전쟁으로 드러나는 가장 중요하고 심오한 진실은 간단하다. 인간이 물질이라는 것이다.
56쪽
전쟁이 인간을 시험할 때, 인간을 통제하는 주체는 지각이 있는 소중한 정신적 '자아'가 아니라 사실은 물질적인 살이라는 사실을 인간에게 폭로하는 것이다.
59쪽
나는 한편으로 문화적 기대가 인간의 경험을 형성하는 데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문화는 아주 복잡하다. 경험 ?때문에 한 세트의 문화적 기대가 ?개어진다 해도 인간이 문화에 의해 형성되지 않은 순수한 경험의 태곳적 영역으로 탈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와 경쟁하는 다른 세트의 문화적 기대들이 기회를 노리며 항상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또한 인간은 이미 선택한 문화적 기대 세트가 깨지면 자신이 당면한 경험에 더 적합한 또 다른 세트를 재빨리 채택한다. 사실 인간은 당혹스러운 극한의 경험에 직면하는 바로 그 순간 자신의 문화적 암호에 훨?씬 더 완강히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66쪽
이처럼 그 당시(근대 초기 유럽) 사람들은 종교적 경험을 삶을 바꾸는 전투로, 전투를 신성한 의지의 표명으로 묘사하고, 때로는 전투원을 영적인 구도자로 묘사했다. 그렇다면 실제 전투를 삶을 바꾸는 계시적 경험으로 묘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69쪽
앨런 모리니스도 '극한의 경험'처럼 고통에는 자아와 타자에 대한 기존의 인식 패턴을 직접 공격해 자아와 타자에 대한 새로운 패턴의 통찰로 이끄는 잠재력이 있으며, 고통은 고통을 겪는 주체가 순진한 사람들에게는 닫혀 있는 현실과 접촉하게 한다고 적었다.
72쪽
고전 시대와 중세에 처음 등장한 이후 근대 초기의 영성을 지배한 성인 열전이 개종자의 전투 경험을 대하는 태도는 두 가지 뿐이며, 둘 다 전투 경험의 계시 가능성을 무시했다.
1. 신약성서와 고전 시대 순교록에 군인의 개종 경험담이 수없이 많이 나오지만, 대부분 전투 경험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2. 그리스도교가 힘을 얻고 호전적인 종교가 되자, 전투와 종교적 전향을 밀접하게 연결하는 또 다른 종류의 성인 열전이 등장했다. 전투를 개종의 원인이 아니라 개종의 결과로 묘사하는 성인 열전이었다.
93쪽
로욜라의 이야기는 근대 초기 자서전의 전형이다. 참전용사들의 영적 자서전에서 제아무리 혹독한 육체적 경험도 참전용사 자신이나 세상의 깊은 진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전쟁도 계시적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104쪽
많은 회고록 저자가 영적 투쟁을 전쟁에, 그리스도인을 전투원에 자주 비교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들은 이 비교를 거꾸로 적용하지 못했고, 전장에서의 죽음과 고통에 어떤 영적인 지식이 담겨 있다과 해석하지 않았다.
116쪽
역사상 많은 전사 문화에서 적을 죽이는 것, 특히 최초의 살인은 실존의 정점이었다. 이는 전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경험으로서, 출산이 여성의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를 규정하듯 전사의 남성적인 정체성을 규정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류 역사에서 가장 호전적인 엘리트 집단에 속한 근대 초기 회고록 저자들은 살인을 아주 무심하게 다루었다.
124쪽
진영이나 생각은 서로 달라도 20세기 회고록 저자들은 모두 전쟁에서 깨닫고 경험한 최고의 것으로 전우애를 꼽는다.
127쪽
근대 후기 독자의 눈에 특히 두드러지게 보이는 점은 근대 초기 회고록에서 환멸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132쪽
역사를 통틀어 모든 문화와 사회는 전쟁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수반한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대부분의 사회가 이런 고통을 감내한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보상하기 위해 전투원에게 물질적 보상과 문화적 신분 상승의 형태로 '상'을 주었다. 상이란 것이 본질적으로 전쟁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었지만, 19세기와 20세기 초 유럽의 경우처럼 상에만 모든 이목을 집중하고 고통은 점점 더 무시하고 부정하는 일이 없지 않았다. 상과 고통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일부 집단에서 전쟁을 아무 희생도 치르지 않고 상을 획득하는 기회로 보는 비현실적인 인식이 싹텄다. 20세기 '반전' 문화가 사람들에게 전쟁의 희생을 일깨웠지만, 이는 19세기에 넘쳐나던 비현실적인 인식을 일부 수정한 것에 불과했다. 역사를 통틀어 모든 영웅주의 문화는 고통이라는 희생을 영웅심의 필수적인 바탕으로 여겼다.
159쪽
근대 초기 전투원들은 분명 특별한 발언권을 포함해 독특한 사회적, 정치적 특권을 요구했고, 획득했다. 하지만 이러한 권한은 그들이 직접 목숨을 걸고 싸웠다는 사실에서 부여된 것이지, 계시를 감안해서 부여된 것이 아니었다. ... 참전용사가 집에서 편히 지낸 신사들을 침묵시키고 말할 수 있는 권위는 팔뚝에 새겨진 흉터와 명예로운 행위에서 나온 것이지, 그가 전투에서 얻었을 특별한 지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160쪽
근대 초기 전쟁 회고록에 주로 나오는 전쟁 경험담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전쟁이 명예로운 삶의 길이라는 이야기.
둘째, 전쟁이 개인적 성공을 위한 수단이라는 이야기.
셋째, 전쟁이 집단적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라는 이야기. ...
이 세 이야기가 비교적 쉽게 결함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기본 가정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첫째, 전쟁의 이상과 전쟁의 본질에 대한 지식은 정신의 특권이다. 육체적 경험은 실질적인 전쟁의 노하우를 배우는 데 필수적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따라서 정신이 늘 육체를 완전히 장악해야 한다.
둘째, 정신의 우수성은 육체를 통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능력에 따라 판단될 수 있다.
166쪽
세상의 확실한 토대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데카르트는 점차 세상 전체를 의심하게 되었고, 결국 확실한 것은 사고 자체밖에 없었다. 데카르트는 자아를 사고와 동일시했다. 그는 영혼과 마음, 육체라는 삼위일체식 구분을 포기하고, 육체와 정신이라는 명쾌한 이분법을 채택했다.육체는 예전에 마음이 담당한 기능 전부와 영혼이 담당한 기능 일부를 흡수했고, 자율적인 기계로 이해되었다. 정신은 '사고하는 영혼'으로 규정되었다. 사고하고 사상을 구성하는 것이 정신의 유일한 기능이지만, 그와 동시에 정신의 절대적 특권이었다.
169쪽
전쟁 문화와 일반 문화가 육체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사실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매장 방식이다. 민간 그리스도교 문화에서는 육체의 부활을 믿기에 죽은 육신의 매장이 중요한 종교 행위였다. 가급적 축성된 대지에서 정교한 예식에 따라 매장이 거행되었다. 근대 후기에는 전사한 병사들의 시신도 사회적 신분에 관계없이 비슷비슷한 국가적 애도와 찬양 의식의 중심에 자리했고, 보통의 종교적 매장보다 훨씬 더 성대하고 엄숙하게 국가적 성지에 매장되었다.
그에 반해 근대 초기 군인들은 비물질적인 이름과 명예를 영원히 남기려는 욕구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육체야 어찌 되든 상관없었다. 전장에서 쓰러진 군인의 육체에 대부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군이든 적군이든, 사병이든 장교든, 평민이든 귀족이든 모든 시체를 전장이나 그 근처에 파놓은 아무 표식도 없는 구덩이에 의식도 생략한 채 한꺼번에 밀어 넣었다.
170쪽
명예를 기리는 전쟁 경험담은 본질적으로 명예를 궁극적인 선으로 보았다. 명예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으며, 특히 귀족 남성의 정체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171쪽
돈과 달리 명예는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동안 명예롭게 행동해 명예의 재고를 비축해두었다가 나중에 그 재고를 풀어 명예로운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명예는 순간순간의 삶의 방식이었다. 늘 명예롭게 살고 행동해야 명예로운 사람이었다. 명예로운 사람이 되는 최선의 방법은 전투원이 되어 계속 전쟁에 참전하는 것이었다. ... 명예로운 남자는 자연히 사회에서 인정받고, 종종 권위와 권력, 수지맞는 지위를 누렸지만, 이는 부산물에 불과했다. 그것이 전쟁의 목표는 아니었다. ...
명예로운 행동을 구성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끝없는 논쟁거리였지만, 순수한 형태의 명예 숭배에서 중요한 것은 결코 무공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불명예스럽게 싸워 이기는 것보다 명예롭게 싸우다 지는 편이 나았다.
173쪽
근대 초기 명예를 기리는 생각의 틀을 표현한 가장 유명한 말이 파비아 전투(1525년) 패배후 프랑수아 1세가 내뱉은 외침이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명예는 지켰다!"
173쪽
정신과 육체라는 면에서 명예로운 남자를 규정할 때 가장 중요한 자질이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 그의 정신이 명예로운 이상에 완전히 헌신한다.
둘째, 그의 정신은 강하고, 고통이나 죽음이 따를지라도 언제나 명예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도록 육체를 강제할 능력이 있다.
...
명예의 경제에서 육체가 정신에게 가르칠 것은 절대적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따라서 두려움과 육체적 나약함을 경험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두려움을 느끼고 극복한 사람은 강한 정신의 소유자였지만,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더 강한 정신의 소유자였다. ...
당연히 모든 남자는 두려움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 보이려 했고, 내적으로 두려움과 맞서 싸워 이겼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187쪽
전쟁을 집단적인 수단으로 볼 때, 전쟁의 목표를 규정하는 것은 지배 왕조나 국가, 종교 운동 혹은 그 외 집단적인 실체였다. 따라서 전쟁의 사건을 이야기하고 평가하는 기준은 집단적 목표에 미치는 효과였다. 가령 중요한 고지를 확보한 기병대의 공격처럼 집단적 목표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사건은 선(옳은 사건)이었고, 장군이 위험한 상황에서 용맹을 과시하다 전사함으로써 부대 전체를 궤멸시킨 경우처럼 부정적인 효과를 미친 사건은 악(옳지 못한 사건)이었다.
190쪽
군인들에게 '기계적인 올바른 행동 방식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군인들의 독자적인 '주도권'을 모두 없애는 것이 훈련의 목적이었다.
195쪽
18세기 중반에도 일반 사병이 회고록을 쓰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회고록을 기록하고 출판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 문화적 자원을 소유한 사병이 드물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전쟁 문화가 일반 사병들에게 사고하지 않는 육체와 자신을 동일시하도록 가르쳤기 때문이다.
...
일반 사병들이 자신을 점점 더 로봇으로 생가갛고 육체와 자신을 동일시하도록 배운 반면, 근대 초기 회고록의 대부분을 기록한 장교들은 정신과 자신을 동일시하도록 배웠고 군대에서 자신의 존재를 '정신'의 존재로 생각하도록 배웠다. 동시에 그들은 군대 육체(사병)의 사고를 의심하고 억제하도록 배웠으며, 더 나아가 자기 육체의 사고까지 의심하고 억제하도록 배웠다. ...
결과적으로 훌륭한 장교를 구별하는 특징은 다음과 같이 서로 연관된 세 가지 자질이었다.
첫째, 정신이 집단적인 이익에 완전히 헌신한다.
둘째, 정신이 강하고, 고통이나 죽음이 따를지라도 집단적인 이익을위해 움직이도록 자기 육체를 강제할 능력이 있다.
셋째,정신이 강하고, 고통이나 죽음이 따를지라도 집단적인 이익을 위해 움직이도록 다른 사람을 강제할 능력이 있다.
197쪽
사자왕 리처드처럼 중세의 지휘관은 용맹한 기사로서 최일선에서 싸우는 경우가 많았지만, 근대 초기의 위대한 장군은 대개 직접 전투를 하지 않았고, 공격 무기를 지니지도 않았다. 사실 불필요한 위험을 초래하는 장군들은 비난을 받았다.
201쪽
일반 사병들의 정신을 완벽하게 억제하고 장군들에게 사고의 독점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역효과만 불러왔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군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두 세기 동안 군대는 이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계속했고, 그 과정에서 모병부터 전략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군대의 모든 활동이 형성되었다. ... 현실적으로 전쟁은 마우리츠가 품은 데카르트의 상상을 결코 실현하지 못했지만, 전쟁 경험담은 그 상상이 실현된 것으로 제시했다. 지금도 사람들은 군대를 거대한 '전쟁기계'로 일반 사병을 '의식이 없는 로봇'으로, 위대한 장군을 '순수한 정신'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여전히 데카르트의 상상으로 전쟁의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 이런 상상에서는 유럽 대륙 전체의 수 많은 육체를 움직이는 것이 나폴레옹의 완벽한 정신이고, 이를 저지하는 것도 오직 마찬가지로 완벽한 웰링턴의 정신뿐이다. 데카르트의 뛰어난 방진과 화살을 갖춘 전투 도해와 뉴턴 물리학의 벡터 도해의 유사성에 현혹되고 기만당한 사람이 지난 수세기 동안 지휘관 몇 사람만은 아니었다. 수많은 군사역사학자와 군사이론가도 현혹되고 기만당했다.
204쪽
근대 초기에 전쟁은 육체에 대한 정신의 승리를 보여주는 최고의 사례였다. ... 전쟁은 정신과 육체의 끊임없는 내적 전투를 의미했다. 이 내적 전투에서 초래되는 결과는 오직 두 가지뿐이었다. 첫째, 명예를 존중하는 사람과 성공한 사업가, 훌륭한 애국자, 위대한 장군 등 최상의 경우에 정신이 승리하고, 이런 인물들의 삶과 죽음이 육체적 경험에 대한 정신적 이상의 승리를 알리는 것이다. 둘째, 정신은 패배했지만 육체의 승리는 특정인의 비겁과 허약함을 증명할 뿐이다. 이 두 가지 결론 중 하나를 선택하는 외에 예전의 이상을 의문시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획득할 여지는 없었다. 따라서 전쟁은 계시의 원천이 될 수 없었고, 전쟁 경험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205쪽
근대 후기 들어 육체가 반란을 일으키고 정신의 통제가 와해됨으로써 힘의 균형이 바뀌었으며, 군인들에게 군사적 이상에서 독립된 (하지만 새로운 미학적 이상과 인식론적 이상을 신뢰하는) 경험적 권위가 부여되었다. ... 정신이 사고 과정의 통제력 일부를 육체에 빼앗기자 이제 전쟁은 정신의 완벽한 승리나 완전한 패배로 귀결되지 않았다.
212쪽
근대 유물론의 선언이 된 <인간 기계론> (라메트리, 1747년) ...
라메트리는 데카르트의 정신과 육체의 이분법을 파기하는 동시에 정신과 영혼의 존재도 부인했으며, 생각과 느낌이 물질의 작용이라고 주장했다.
...
<인간 기계론>의 주요 신조는 두 가지이며, ...
첫 번째 신조는 지적 사색은 근거 없는 이론들만 낳을 뿐, 진리는 오직 직접적인 물리적 경험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
두 번째 신조는 적절한 경험적 연구로 얻은 결론은 명확하고 단순하다는 것이다.
217쪽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라메트리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기계론적' 세계관을 견지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반대로 그의 중심 사상은 물질이 사고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생각이 이후 모든 유기적 세계관의 토대가 되었다.
220쪽
철학에서 감수성 문화는 무엇보다 '18세기 프랑스 지식인들이 가장 폭넓게 받아들인 사고방식'인 감각주의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
감각주의 철학자들은 유물론적 견해를 채택하길 꺼렸고, 비물질적인 영혼 혹은 정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든 생각과 지식이 육체적 감각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라메트리와 같은 의견이었다. 정신의 모든 것은 감각이나 다른 어떤 것에서 유래한다는 데 동의했다. 그럼으로써 이들은 정신과 영혼을 육체에 종속시켰다.
221쪽
데이비드 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사고 자체는 오로지 과거의 경험이 서로 연결시키는 관념들의 비자발적인 연합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감각주의자들은 감각적 경험에 기초하지 않은 추상적 이론을 반대했다. 특히 이들은 감각에 뿌리를 두지 않은 모든 관념이 망상에 지나지 않으므로 경험하지 않은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역설했다.
225쪽
장자크 루소는 새로운 감성 성서인 <에밀>에서 이 모든 것을 이렇게 요약했다.
"이성이 우리르 너무 자주 기만하니, 우리가 이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
따라서 행동 규범을 찾으려면 우리는 합리적 계산을 버려야만 한다.
...
루소는 습득된 관념과 타고난 느낌을 구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습득된 관념과 타고난 느낌을 구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느낌이 지식에 선행하기 때문이다. ... 양심의 명령은 판단이 아니라 느낌이다. 우리의 모든 관념은 우리 밖에서 오지만, 그 관념을 평가하는 느낌은 우리 안에 있다. 우리 자신에게 대상이 적합한지 적합하지 않은지 감지해 그 대상을 찾아 나서거나 피하도록 하는 거은 오직 느낌이다. 존재하는 것은 느끼는 것이며, 우리의 느낌은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의 지성에 선행한다. 우리에게는 관념이 있기 전에 느낌이 있었다. 우리 존재의 근원이 무엇이든, 그 근원은 우리를 보존하기 위해 우리 본성에 알맞은 느낌을 주었다."
...
19세기 낭만주의자들은 무엇보다 먼저 느낌을 바탕으로 삼았다.
228쪽
감수성 숭배는 추상적 철학이 아니었다. 감수성 숭배의 이론적 원칙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람들에게 전하는 현실적인 가르침이었다. 그 중에서도 실제 일상 삶에서 따를 수 있는 두 가지 가르침이 특히 중요했다.
첫 번째 가르침은 사소한 감각과 감정에도 가능한 한 깊은 관심을 갖고, 감각과 감정의 영향에 마음을 활짝 열라는 것이었다.
...
감수성 숭배가 찬양한 것은 예민함이지 나약함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감수성 숭배가 전한 두 번째 현실적인 가르침은 인간이 살면서 겪게 되는 모든 경험에 마음을 활짝 열 뿐만 아니라 감각과 감정의 범위를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감각주의 철학자들은 더 많이 느낄수록 그만큼 더 완전하게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감수성 숭배의 기본 공식은 다음과 같다.
감수성 × 경험 = 지식
238쪽
감수성 소설과 성장 소설은 근대 후기의 의식 속에 다음과 같이 아주 주용한 이상 두 가지를 심어놓았다.
1. 체험: 영어단어 '경험(experience)'은 두 가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첫 번째 의미는 직접적인 실험을 통해 얻은 실질적이고 경험적인 지식 ... 경험의 도 다른 의미는 무언가 감지하고 느끼는 살아 있는 순간이다....
베이컨주의 과학자들은 적어도 16세기부터 '실험'이라는 의미의 경험을 서양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이상으로 삼았으며, 경험을 가장 믿을 만한 과학 지식의 원천으로 묘사했다.
2. 성장: 경험에 적절히 대응하는 사람은 생생한 경험이 쌓여 성장한다. 성장은 경험을 이해하고 경험에서 무언가 깨달아 무지에서 계몽으로 나아가는 내적인 진화 과정을 의미한다.
242쪽
흔히들 낭만주의는 18세기 계몽주의의 과도한 합리화에 대한 반동이라고 생각한다. 계몽주의가 감수성 문화를 무시하고, 인간의 이성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 순수한 이성 숭배라고 설명하는 것이 계몽주의에 대한 전통적 해설이다. 전통적 해설에 따르면 낭만주의는 계몽주의의 이런 생각에 대한 반란이었고, 이서의 한계를 강조하고 선전한 것이었다.
하지만 칼로 무 베듯 명쾌하게 규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감수성 문화라는 형태로 이성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계몽주의 자체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낭만주의는 이 감수성의 개념을 이어받아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시켰을 뿐이다. 따라서 낭만주의를 계몽주의에 대한 반란이라기보다는 계몽주의의 파생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44쪽
외적 자연과 내적 자연의 신비를 풀 중요한 열쇠를 지닌 것은 '숭고(sublime)'로 분류된 독특한 부류의 현상들이었다. 숭고의 개념은 18세기 미학이 발전시킨 개념이다.
...
숭고는 흔히 아름다움과 대비되었다. 예를 들어 기하학적으로 다듬은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이나 18세기 회화에 등장하는 기하학적으로 배치된 전장 등이 아름다운 현상이었다. ...
이와 대조적으로 숭고한 현상은 보는 이의 지각을 압도해 그의 선입견을 무너뜨렸다. 분명하게 정해진 한계도 없고, 그 어떤 기존의 규칙도 따르지 안흔ㄴ 것으로 보였으며,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
숭고한 현상을 경험하는 동안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관해서는 철학자들의 이론이 미묘하게 달랐다. 롱기누스의 전통적 입장을 계승한 버크는 인간이 숭고한 현상을 만나면 그에 따른 감각이 정신을 완전히 압도하고, 정상적인 사고 과정이 멈춘다고 믿었다.
...
칸트와 실러는 숭고가 두 단계의 경험이라고 주장했다. 1단계에서 실제 인간은 숭고의 경험에 압도되고 경악한다. 하지만 압도되는 것은 그 경험을 파악하고 제어하지 못하는 우리의 상상과 감각적 본질일 뿐, 우리의 이성은 여전히 작동한다., 그리고 우리가 여전히 작동하는 이성이 압도적인 물리적 힘 앞에서 상상의 도움 없이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때가 정신적 승리의 순간이며 강렬한 환희의 순간이다. ...
인간은 숭고의 순간에 진정한 본질을 개닫는다. 다시 말해 육체적인 의존성이 완전한 이성적 독립성과 결부되어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이론적인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버크와 칸트, 실러는 아름다움이 우리의 선입견을 강화함으로써 자기만족적인 환상을 고무하는 반면, 진리는 숭고한 만남에 깃들어 있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254쪽
18세기와 19세기 초의 사상가들이 정신과 영혼, 육체, 물질의 관계에 대해 도출한 결론은 각양각색이었다. 많은 사람이 여전히 영혼이나 정신의 우위를 주장했지만, 정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연구 방법에서는 감각적 경험을 유례없이 중요하게 취급했다. ... 하지만 감수성의 시대에 새롭게 변화된 사항이 있었다. 두 철학자의 논쟁을 우연히 듣게 된 일반 사병이 그들의 추론을 슬데없는 잡담으로 무시하고, 자신의 전투경험을 진리의 최고 원천으로 이야기해도 좋을 만큼 전폭적인 문화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256쪽
서양 역사에서 17세기와 18세기만큼 일반 사병의 이미지와 위상이 낮았던 적이 없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딜레마 때문이었다.
첫 번째 딜레마는 그 당시 주도적인 군대 환상이 데카르트주의 군대였다는 사실이다. ... 군대가 생각이 없는 로봇들로 구성되고 위대한 장군 한 사람의 합리적 정신에 의해 모든 움직임이 통제되는 기계가 되어야 한다는 환상이었다. ...
두 번째 딜레마는 17세기와 18세기의 일반 사병 대다수가 가장 가난하고 무시받던 사회 구성원으로 충원되었다는 점이다. ...
당시의 교육 이념이 세 번째 딜레마였다.
교육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근대 초기의 공통된 믿음이었다. ... 더군다나 정신이 육체보다 우월하므로 정신을 형성하는 일이 육체를 형성하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믿었다.
263쪽
18세기 말이 되자 일반 사병의 시대가 동트며, 가장 위대한 근대 군사개혁 하나가 등장했다. 나폴레옹 시대에 강압 대신 포섭이 병사들을 훈련하고 운용하는 주된 수단이 되었고, 이로써 군대가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나고 새로운 에너지원의 빗장이 풀렸다.
...
나폴레옹 군대는 군인들의 지식과 지략이라는 바로 그 에너지를 포섭해 군대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당연히 나폴레옹 군대는 병사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데 낭비되는 힘을 훨씬 더 줄였고, 병사들의 주도권과 에너지를 훨씬 더 많이 활용했다.
264쪽
문화적 차원에서 볼 때, 군대에서 포섭이 강압을 대치한 것은 감수성 ㅁ누화의 핵심인 전반적인 교육 혁명과 관련이 있다. 감수성 문화는 모든 지식이 감각적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강조함으로써 새롭고 놀라운 교육의 지평을 열었다. 타고난 관념이나 성향, 지적 능력이란 없었다. 정신 속에 있는 모든 것은 감각에서 온 것이고, 지나간 경험의 산물이 아닌 것이 하나도 없었다. 따라서 모든 계층의 인간은 본질적으로 백지 상태이며, 엘베시우스가 남긴 유명한 말처럼 교육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270쪽
군사교육의 혁명이 이룬 첫 번째 성과가 경보병이다. '경보병'이란 말은 기동성이 높은 보병이란 의미를 내포했으며, 험지에서 산개 대형으로 작전을 펼치고 전투를 치를 수 있는 특수 보병을 의미했다. 연병장에 일직선으로 늘어서서 전열작전만 훈련했을 '전열 보병'과 대비되는 것이 경보병이었다.
275쪽
충성심의 문제... 전열 보병 부대의 정규군에게 주도권을 주어도 이들이 탈영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있을까? ...
동시대인들이 이들의 충성심을 더 확고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한 것이 이념교육 운동이다. 그래서 18세기 후반에 등장한 두 가지 주요한 이념 운동이 민족주의와 공화주의다.
277쪽
프랑스 혁명 지도부는 애국적인 일반 사병을 주인공으로 삼아 대중 선전 운동을 펼쳤다. 프랑스는 프랑스 병사를 구질서의 억압된 로봇에 맞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투쟁하는 자유로운 지식인으로 선전했다. 또한 자유인은 굽실거리는 로봇보다 전략적으로 우월하게 태어났다고 주장함으로써 사기를 진작시켰다. 프랑스는 이 전략적 우월성이 두 가지로 드러난다고 선전했다. 첫째, 자유를 수호하는 자유 군인은 돈만 주면 무슨 일이든 하는, 폭군의 억압된 괴뢰군보다 훨씬 더 열정적으로 돌진한다. ... 둘째, 머리를 쓰는 자유군인은 산개 대형에서 생각이 없는 적군보다 훨씬 더 전투를 잘하며, 지휘관에게 더 큰 믿음을 준다.
284쪽
영국군이 용감할 수 있었던 비밀은 무엇일까? ...
존슨은 잉글랜드의 일반 사병이 용감한 이유를 '의존성 해체'로 설명했다. 누구나 자신의 최선의 노력에 의지하도록 만드는 '의존성 해체'가 일반 사병의 자부심을 높였고, 일반 사병이 자신을 지휘관과 동등하게 여기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존슨은 "평시에 대중이 오만하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평시의 그 오만함이 전시의 용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결론을 맺었다.
285쪽
군인들의 주도권 함양이 나폴레옹 군사개혁의 필수 요소였으며, 이로 인해 일반 사병의 문화적 지위가 월등히 높아졌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286쪽
군사교육의 지평이 넓어지자 신병모집의 지평도 넓어졌다. 나폴레옹 시대의 군대와 비교하면 구체제 군대는 규모가 작았다. ... 이유는 다음과 가팅 서로 연결된 두 가지 문제 때문이었다.
첫째, 효율적이고 믿을 만한 군인들을 양성하려면 혹독한 훈련과 엄격한 규율이 필수이며, 그런 훈련과 규율은 대규모 군대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둘째, 수십 만 명의 군인들로 구성된 군대를 양성하고 훈련할 수 있다해도, 그만한 군대를 통제하는 데 따르는 지휘통제의 어려움은 극복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289쪽
새로운 대규모 군대가 과거 전문직업 군대를 압도하고 대체한 이유가 단지 인원수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역사적으로 그런 일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새로운 군대는 단순히 인원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기동력 있고 규율 잡힌 대중 집단이었다. 새로운 군대가 성공한 비결이 이것이었다. 감각주의적 교육과 기능이라는 이상이 강압과 감시를 포섭과 독립적인 주도권으로 대체하고, 포섭과 독립적인 주도권은 더 온건한 규율로 월등히 많은 인원을 경제적으로 모집하고 기동할 수 있게 한 것이다.
297쪽
18세기 중반부터 대중은 군인들의 운명과 혹독한 군대 규율의 부정적인 결과들에 점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301쪽
18세기 말에 처음으로 서양 문화가 일반 사병들의 진정한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근대 초기의 자전적 전쟁 서사는 대부분 중상류 계층의 귀족이나 장교의 글이었다. ...
이러한 전쟁 문화의 변화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일련의 변화 과정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첫째,서양 문화가 전반적으로 하위 계층의 회고록에 훨씬 더 개방적으로 변했다. ...
동시에 감수성 문화는 상류층의 '민감한' 남녀에게 더 낮은 사회 계층의 비참한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함으로써 감수성을 보여주고 향상시키라고 권장했다.
302쪽
하위직 군인들의 전쟁 경험담이 대량으로 출판될 수 잇는 원인 중에는 다음과 같이 군사 영역의 독특한 요인들도 있었다.
첫째, 앞서 언급한 대로 전반적인 문화가 일반 사병에게 훨씬 더 공감하는 입장을 취했다. ...
둘째, 군대가 병사들의 주도권을 더 신뢰하면서 서양 문화가 군인들을 생각하는 존재로 보게 되었다. ...
셋째, 군대가 병사들의 주도권을 더 신뢰하고 군인들에게 더 나은 대접을 하면서 군인들이 스스로 자신감을 더 많이 갖게 되고 자기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
넷째, 신병모집 정책과 군사교육, 시민교육의 변화에 따라 1800년 무렵의 일반 사병들은 1700년대 일반 사병들보다 문맹률이 훨씬 낮았다. ...
다섯째, 끝으로 중요한 요인은 노예, 매춘부, 소작농들에게 공공 발언권을 준 것이 숭고하기보다는 애처로운 경험인 반면, 군인들에게 공공발언권을 준 것은 숭고한 경험이었다는 사실이다.
304쪽
일반 사병의 발흥과 톱니바퀴에서 생각하는 세포로의 변신이 자연스럽게 보일 수도 잇짐나, 근대 후기 일반적인 직업적 삶의 추세와는 뚜렷하게 대조되는 변화다. 근대 후기의 산업 자본주의 혁명은 노동자 집단을 유례없이 소외시켰다. ...
노동자들이 톱니바퀴가 되어가던 그 순간 군인들은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세포로 인정받았다.
305쪽
무기력한 노동세계에서 탈출해 개인의 인간 잠재력을 완전히 탐구하고 개발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근대 후기 전쟁이 주는 대단한 매력이었다.
이를 무엇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1981-2001년에 미국에서 사용된 신병모집 슬로건이다.
"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되라 (Be All You Can Be)."
310쪽
근대 초기 전투원들의 전쟁관을 좌우한 것은 집단적 수단으로의 전쟁해석과 개인적 수단으로의 전쟁 해석, 명예로운 삶의 길로의 전쟁 해석 사이의 긴장이었다. 세 가지 해석 모두 정신이 육체보다 우월하다고 추정했고, 전쟁 경험을 전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감수성 문화가 군사 영역에 흡수되자, 새로운 전쟁 해석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
전쟁은 이제 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나 명예로운 삶의 길이 아니었다. 전쟁은 다름 아닌 깊은 진리를 드러내고 근본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숭고한 경험이었다.
313쪽
피상적으로 볼 때 감각주의와 낭만주의는 언어와 배경, 이미지를 바꿈으로써 전쟁 회고록을 변형시켰다. ... 여기서는 감각과 신경, 공감, 자연이라는 네 가지 사안에만 집중함으로써 회고록의 변형을 예시하고자 한다.
...
(풍부한 감각 묘사) 근대 초기 회고록 저자들은 보통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보았는지에 관해서만 이야기 했다. ... 반면 낭만주의 회고록 저자들은 사건의 느낌을 설명하는 데 큰 공을 들이고, 그런 의도에 맞게 아주 풍부하고 다양한 언어를 사용한다.
...
(신경학 언어의 일상화) 18세기에 용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등장했다. 감각주의적 해석은 용기를 정심ㄷ보다 신경계에 속하는 육체적 힘으로 이해했다. ... 정신은 인간의 능력을 기껏해야 제한적으로 통제할 뿐이라는 것이다. ...
신경학적 논리의 영향 덕분에 용기가 정신적인 자질이라고 믿던 사람들도 용기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무한한 것도 아니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어떤 행동에서는 용감하고 또 어떤 행동에서는 비겁할 수 있으며, 모든 인간의 용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
근대 초기의 이상은 ... 두려움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이상이었다. 내적 전율은 나약하다는 신호였고, ... 하지만 감상적 전통은 정반대의 논리를 주장했다. 이제 용기와 명예를 결정하는 것은 두려움이라는 내적 감각과 감정이었다. 사람이 두려운 감각과 감정을 느기면서도 용감하게 행동하기 때문에 명예롭다는 것이다. 두려운 느낌을 갖지 않는 사람은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
(고통에 대한 공감) 근대 초기 전쟁은 인간에게 어마어마한 고통을 초래했고, 회고록 저자들도 이런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고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경우에도 고통을 공감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하는 일은 드물었다. 반면 낭만주의 회고록 저자들은 애처로운 장면의 상세한 설명을 회고록에 포함해 아주 감정적인 표현으로 묘사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런 장면을 삽입하는 목적은 저자의 감수성을 보여주고, 독자들도 자신의 감수성을 드러내고 계발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
회고록 저자들에게는 자신과 동료 군인들이 짐승이 아니라 감정을 지닌 인간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도 아주 중요했다.
...
(자연에 대한 낭만적 묘사) 근대 초기의 전쟁 회고록을 보면 묘사된 사건들이 텅 빈 환경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회고록 저자들이 전쟁의 자연환경을 설명하는 데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
이들은 공공의 전쟁 목적이나 개인적 전쟁 목적, 명예와 분명히 연관되지 않은 것은 기록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낭만적 계획에서 자연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자연환경에서 기인하는 감각과 경험이 개인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민족 전체의 성격과 대장정의 결과까지 결정했기 때문이다. '자연으로 들어가는 것'이 지혜와 통찰을 획득하고, 개인의 내적 본질과 집단 정체성을 연결하는 지극히 중요한 방법이었다.
334쪽
낭만주의 전쟁 회고록은 새로운 언어와 장면, 이미지와 더불어 새로운 관점으로 전쟁의 사건들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군사적 영향이나 명예가 전쟁의 사건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었다. 이제는 군사적 영향이나 명예가 전쟁의 사건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었다. 그 대신 사건은 '경험'이 되었고, 개인의 성장 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다라 사건을 판단하게 되었다.
359쪽
단순히 전쟁의 참상을 폭로하는 것으로 충분히 전쟁을 끝낼 수 있고, 전쟁이 종식되지 않는 이유는 전쟁의 참상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아직 집요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
지난 200년 동안 전쟁 문화는 전쟁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노출했지만, 전쟁의 참상을 알리거나 재발을 막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368쪽
근대 초기의 회고록 저자들이 보통 사실 오류나 불공평한 논공행상을 불평한 반면, 낭만주의 회고록 저자들은 무엇보다 전쟁의 경험이 왜곡되는 것을 성토했다.
377쪽
언론인과 일반 사병, 전쟁 풍자작가들의 믿음과 반대로 장군들은 전쟁의 이론과 진흙탕 현실 사이의 괴리를 충분히 인식한다. 이것이 현대의 전쟁 성경 <전쟁론>(클라우제비츠)의 금과옥조이기 때문이다. '진흙탕'과 '마찰'이라는 개념은 장군의 권위를 훼손하는 대신 강화한다. 마찰이 전쟁을 지배하므로 전쟁에 대해 발언하고 전쟁을 지휘할 수 있는 사람은 마찰을 경험한 사람뿐이며, 전쟁의 마찰에 무지한 역사학자와 언론인, 정치인, 유권자 시민들은 침묵을 지키고 장군들에게 일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391쪽
나겔의 전기는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 완벽하게 알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들에게 '조국을 위해' 싸우라고 권고한다. 살아남으면 '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인식과 경험'을 얻어 돌아올 것이고, 죽는다면 '피로써 순수한 마음을 밀봉'하고 '빛과 자유로 가득한 영원한 삶'을 보상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392쪽
이른바 '반전' 회고록 작가들을 포함해 18세기 말부터 수많은 회고록 저자가 옳고 그름을 떠나 전쟁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이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을 경험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결론내린 이유가 이렇게 전쟁 경험에 내포된 유익한 측면 때문이었다.
408쪽
감각주의와 낭만주의는 새로운 긍정적 전쟁 이야기를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환멸이라는 강력한 파도도 몰고 왔다. 성장은 새로운 이상의 획득과 더불어 예전 이상의 환멸을 의미하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 18세기 후반부터 계몽주의 이상과 이상 전반에 대한 환멸이 전례없이 중요한 문화적 비유가 되었고, 그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것이 전쟁이었다.
412쪽
'환멸 문화'에 특히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프랑스 혁명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20세기 냉소주의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는데, 프랑스 혁명은 여러 모로 제1차 세계대전과 닮았다. 프랑스 혁명세력과 나폴레옹이 계몽주의 이상을 냉소적으로 이용하고, 계몽주의 이상의 미명아래 전쟁과 범죄를 자행하자 과거 자유와 평등, 박애를 신봉하던 많은 사람이 환멸했다.
414쪽
전쟁 환멸 경험담은 대개 젊은 캉디드 같은 순진함과 빌렐름 마이스터 같은 환상으로 시작해,다양한 각성 경험을 거쳐, 히페리온처럼 통렬한 환멸이나 페초린처럼 허무적인 냉소주의로 끝난다. ...
조금 더 가벼운 환멸 경험담은 다음과 같은 네 가닥의 실로 짜였다. 전쟁의 고통을 감각주의적 용어로 상세히 묘사하기, 전쟁의 긍정적 이상을 거짓 혹은 최소한 전쟁의 고통을 상쇄할 수 없는 것으로 폭로하기, 사회 지도층의 진실성과 전쟁의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아군이 저지른 잔혹 행위를 폭로하기
환멸 경험담에 필수적인 첫 번째 가닥은 전쟁의 고통을 최대한 상세하고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이었다. ... 회고록 저자들은 감각에 호소함으로써 독자를 미사여구의 허황한 전쟁 비유에서 전쟁의 현실로 끌어내렸다. 이들은 많은 중대한 실수가 실체를 가리키는 언어의 오해에서 기인한다는 로크의 명언을 가슴에 새기고, 전쟁의 '실체'를 감각적 용어로 폭로하고자 했다. ...
환멸 경험담에 ？？수적인 두 번째 가닥은 애국심이나 영웅주의 등 전쟁의 고통을 상쇄하는 정신적 이상과 전쟁 고통의 관계를 끊는 것이었다. ...
육체적 고통을 이용해 물질에 대한 정신의 승리를 선언하는 대신, 정신에 대한 물질의 승리를 선언한 것이다. 이들은 숭고한 고통의 순간에 정신적 이상이 본질적으로 망상이고, 정신적 이상은 고통을 전혀 상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
환멸 경험담의 세 번째 가닥은 사회 지도층의 진실성과 전쟁의 당위성에 대한 의문 제기였다. ...
젊은 시절 프리드리히는 이탈리아를 지나 행군할 때, 나폴레옹이 병사들에게 한 "여러분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그러나 여러분은 모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라는 말에 고무되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은 프리드리는 나폴레옹이 이말 뒤에 "그리고 여러분은 그것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을 덧붙여야 했다고 냉소적으로 지적한다. ...
전형적인 환멸 경험담을 구성하는 네 번째 가닥은 아군이 저지른 전쟁 범죄를 폭로하는 것이다.
434쪽
가장 가슴 저민 이야기가 부르고뉴 하사관의 기록일 것이다. 이 연구를 진행하며 두 차례의 세계대전 회고록을 비롯해 내가 읽어 본 모든 전쟁 회고록 중에서 부르고뉴의 모스크바 퇴각 이야기가 가장 가슴 아렸다.
437쪽
낭만주의 시대의 환멸 경험담은 대부분 '유물론적 반전주의'라고 할 수 있는 세계관을 채택했다. 전쟁의 정신적 이상이 공허하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한편, 전쟁의 물질적 고통이라는 현실을 강조했다
438쪽
역설적이지만 모든 환멸 회고록이 적어도 이것 하나만큼은 전쟁의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전쟁 경험이 전쟁의 진실을 드러냄으로써 사람들의 환상을 깨고 평화를 진작시켰다는 것이다.
438쪽
20세기 전쟁의 가장 위대한 계시는 군사적 이상이 위험한 속임수이며, 인간은 '영광과 그런 불멸의 것'을 믿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이었지만, 이미 볼테르와 괴테, 휠더린, 바이런, 미하일 레르몬토프는 이를 완벽하게 예측했을 것이다. 20세기의 전쟁 환멸 경험담들이 과격하지만, 이들 또한 본질적으로 낭만주의 유산의 일부인 것이다.
449쪽
전쟁을 긍정적 계시로 보는 해석이나 환멸 경험으로 보는 해석이 모두 바탕에 깔고 있는 가정은 이것이다. 만일 모든 지식이 궁극적으로 감각에 의존한다면, 감각적 경험이 강렬할수록 지식은 필연적으로 더 심오해진다는 것이다. ... 여기에 문제가 되는 논리적 비약이 포함되어 있다. ...
비록 지식이 감각적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경험의 강도와 지식 습득의 깊이가 직접적으로 상응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 인간이 예민하면 할수록 지식을 얻기 위한 외적 자극의 필요성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주장이 많았다. ... 극한의 경험이 유용하게 적용되는 경우는 자기 감각에 주목할 마음이 없어 강력한 주의 촉구가 필요한 사람들, 또는 미묘한 자극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감수성이 무딘 사람들 뿐이다.
게다가 신경계가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 해도 인간은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잇는 법이다. 전통적으로 사람들은 영혼과 정신의 능력이 무한하다고 상상한 반면, 육체는 언제나 유한하다고 생각했다. ...
아무리 강하다 해도 신경은 물질적인 섬유조직이므로 과도한 압력을 받으면 끊어질 수 잇다. 따라서 인간은 과도하게 강력한 감각 자극의 공격을 받으면, 계시보다는 무감각이라는 경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468쪽
생생한 경험의 역사는 다분히 관심의 역사다. 인간에게는 매 순간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아져 들어온다. ... 특정 순간 인간은 이렇게 폭포처럼 쏟아지는 정보의 작은 파편밖에 인식하지 못한다. 인간이 무엇을 인식하는지, 곧 인간이 실제 무엇을 경험하는지는 그의 관심에 달려있다. ...
관심의 초점은 어느 정도 문화적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문화는 서로 다른 현실의 조각에 초점을 맞추도록 그 구성원들을 '훈련'시킨다.
470쪽
나는 근대 초기와 낭만주의 시대의 관점에서 20세기 전쟁문화 전반에 관해 몇 가지 사항을 언급하고자 한다.
1. 계시적 전쟁 해석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1914년 이전에 이미 마련되어 있었기에, 계시적 전쟁 해석은 20세기 성장의 산물로 설명될 수 없다.
...
2. 한때 두드러졌던 명예적 전쟁 해석은 그 중요성이 대단히 축소되었다.
...
3. 정치권에서 집단저깅ㄴ 전쟁 경험담이 개인적인 전쟁 계시 경험담을 점점 더 닮아간다.
...
5.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벌어진 전쟁 중 현재 서양 사회가 내적으로 화해한 전쟁이 거의 없고, 서양 사회가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전쟁의 긍정적 이미지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서양 문화는 전쟁에 대단히 긍정적인 가치 하나를 부여한다. ... 근대 후기 전쟁의 거대서사는 모두, 인간이 나약해서 감히 진리와 대면할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전쟁이 영원한 진리를 드러낸다는 데 동의한다. 그에 반해 평화는 덧없는 환상만 키운다. ... 전쟁이 영원한 진리이고, 평화는 일시적 환사잉라는 결론이다.
475쪽
개인적으로 나는 '감수성*경험=지식'이라는 공식에 결함이 있으며, 적어도 한가지 혹은 두가지 변수가 누락되었다고 믿는다. ... 누락된 변수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내 나름의 가설은 있지만 아직 학문적 검증을 받지 않았으므로 그에 대한 대답을 독자 여러분개 그리고 어쩌면 다음 책에 넘길 수밖에 없다.
제1부. 극한의 경험, 진리의 문을 열다 1865~2000년
1장. 전쟁을 경험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자아 발견
몸으로 진리를 목격한 사람들
2장. 전쟁을 해석하는 두 개의 시선
극한의 경험이 드러내는 진실
관념론 vs. 유물론
제2부. 전쟁, 정신이 지배하다 1450~1740년
3장. 근대 초기 문화에 싹튼 경험적 진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진실의 증언자로 부상하는 육체
4장. 전쟁 회고록, 전쟁 경험을 생략하다
전쟁 경험을 외면한 성인 열전
종교인의 전쟁 회고록
세속인의 전쟁 회고록
5장. 정신, 육체를 지배하다
육체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믿음
데카르트 철학의 탄생
전쟁은 명예로운 삶의 길
전쟁은 개인적 수단
전쟁은 집단적 수단
정신과 육체의 내적 전투
제3부. 전쟁, 육체를 깨우다 1740~1865년
6장. 육체, 억압하는 정신에 반기를 들다
사고하기 시작한 육체
감수성 문화의 도래
감수성과 경험이 지식을 만들다
육체의 감각이 이끌어낸 낭만적 숭고
7장. 생각하는 사병의 탄생
전쟁기계에서 생각하는 군인으로
감수성을 받아들인 군대의 교육 혁명
전쟁 회고록의 새로운 주인공
개인의 성장을 약속하는 군대
제4부. 육체의 눈으로 전쟁을 보다 1740~1865년
8장. 낭만주의 전쟁 회고록의 특징
낭만주의는 전쟁 경험을 어떤 모습으로 바꾸었나?
풍부한 감각 묘사
신경학 언어의 일상화
고통에 대한 공감
자연에 대한 낭만적 묘사
9장. 전쟁의 핵심 경험
전쟁 문화의 거대담론을 형성한 경험들
군사 기초 훈련
불세례
전투 전날 밤
전투
부상과 죽을 고비
살인
죽음의 목격
전투 후
전우애
귀향
10장. 전쟁 경험의 거대서사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전쟁의 환희
전쟁의 환멸
용기와 비겁, 애국심과 환멸의 결합
과도한 자극이 초래한 무감각화
감각주의 공식에 누락된 변수
에필로그 너를 깨우친 것들, 1865~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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