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포르노, 패스트푸드가 빚어낸 현대 과학기술의 역사

 

처음 책의 제목만을 보고는 과연 무슨 내용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인류문명은 전쟁과 함께 발전해 왔으며, 악영향을 끼친 경우도 많지만 반대로 기여를 한 부분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전쟁을 통해 발명된 연구결과들이 우리 생활(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발전되어 왔는지를 “전쟁, 포르노, 패스트푸드”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통찰하고 있다.

 

저자 피터 노악은 이 책을 발간하게 된 동기를 “패리스 힐튼”의 섹스 비디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어둠 속에서 야간 투시 기법으로 촬영했기 때문에 온통 에메랄드빛으로 비치는 비디오 화면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는 ‘사막의 폭풍’ 작전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걸프전쟁은, 한밤 중에 대공포가 내뿜는 불빛과 다국적군의 무차별적인 폭격을 통해 발생하는 불빛이 각 가정의 TV를 통해 중계되었던 것이다. 걸프전쟁과 섹스 비디오의 관계를 생각하다 군에서 개발한 기술이 소비재에 영향을 끼친 것들을 찾게 되었고 너무나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전쟁과 포르노 산업의 관계, 그리고 패스트푸드 산업 역시 전쟁과 포르노 산업과 함께 인류 기술문명을 이끌어가는 하나의 ‘부끄러운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연합군은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결국 미국을 끌어 들이게 된다. 영국 항공연구 책임자 핸리 티저드는 공동자전관 기술, 폭발에 관한 청산진과 도해, 로켓, 자동 봉입연료 탱크, 원자폭탄 초기 계획 등에 관한 것을 미국으로 들고 간 것이다. 그래서 국방연구위원회가 설립되고, 여기에서 자전관의 대량 생산이 성공을 거두고, 레이더를 추가로 개발하게 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흐름이 바뀌게 된 것이다.

 

(죽음의 일격을 가할 수 있도록 적의 위치를 정확하고 정밀하게 알려주는 레이더는 사실 가공할 살인 광선이나 진배 없다)

 

전쟁이 끝나고 이제 자전관 기술은 의료기기에 영향을 주었고, 레이더 기술은 레이더레인지(지금의 전자렌지)를 낳게 된다. 또한 이젠 일본을 굴복시키게 된 결정적인 무기가 탄생하게 되는데 바로 원자폭탄이다. 원자폭탄을 만드는데 사용된 저장용기(테프론)는 나중에 가정에 영향을 주어 테팔이라는 회사 설립되게 된 것이다. 레이더를 연구하던 하긴보덤은 핵폭탄에 필요한 타이밍 회로를 만들었는데, 그는 첫 번째 발파 시험을 지켜본 후 그날 폭발은 “악독하고 무시무시한 광경을 연출했다”, 그리고 “이제 우린 모두 개자식이야” 라고 말 했다는 것이다. 물론 원자폭탄은 인류를 가장 위험에 처하게 만든 가장 위험한 물건이 되고 만 것이다. 처음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해서 개발된 것이 지금은 가장 인류를 위협하게 된 것이다.

 

『우리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더 오래 붙들고 있을수록 우리는 더 불안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는 법 이외에는 핵무기를 제어할 힘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인간이 완벽해지지 않는 한 미래에 핵무기를 막을 방위체제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핵에너지를 통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안전을 재는 척도는 그 것 뿐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음식 중에도 전쟁이 낳은 것이 많다. 스팸, 햄버거 등은 사실 군대에서 비롯 되었다는 것이다. 스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랑을 받았지만 시초는 17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나폴래옹은 군대를 잘 먹이기 위해 누구든 군대를 먹이는 데 도움이 되는 식품 저장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에게 사비를 털어 상금으로 1난 200프랑을 주겠다는 대회를 개최하게 되고, 파리 동쪽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니콜라 아페르가 고기나 채소 같은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방법(지금의 켄, 통조림)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스펨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스펨과 고기 통조림은 당뇨병, 뇌졸중, 심장병이 마치 흑사병처럼 번지도록 만든 주요 원인이 된 것이다. 식품 가공 기술보다 더욱 혁명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다름 아닌 페스트푸드점에서 알 수 있다. 빨리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니라 잠수함 주방을 설계했던 쉰들러에 의해서 였다. 그래서 지금의 맥도널드가 성장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포르노 산업이 성장하게 된 것 또한 전쟁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교육 및 홍보를 위해 많은 촬영기술자를 필요로 했고 군대에서 교육을 통해 이런 기술자를 양성하게 된 것이다. 전쟁이후 이들은 기술을 통해 자신들이 엄청한 부를 안겨주는 포르노 산업을 발전시킨 것이다. 역대 최고로 잘 필리는 장난감 바비인형은 우주시대에 군에서 생각해낸 제품이다. 바비 인형은 원래 독일 타블로이드 신문 빌트 차이통에 나오는 만화 캐릭터 릴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다. 선정선 기사를 주로 다루던 이 신문은 성적매력을 발산하는 주인공 릴리를 통해 장난감 제조사에게 인형을 제작해달라고 의뢰함에 따라 바비인형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맥도날드, 듀폰, 테팔, 아그파 게바트, 마텔, 허슬러, 플레이보이, 펜트하우스, 제너럴 푸즈, 네슬레, 미닛메이드, 키스톤 푸즈, 타이슨 푸즈 등 다국적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이면에는 결코 바림직하지 않은 사실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음식

 

『한국인이 거의 매끼 먹는 이 음식이 2008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첫선을 보이자 한국 최초의 우주 비행사에 도전했던 고산은 무척이나 기뻐 했다. “우주와 똑같은 환경에서 일할 때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때면 당신도 한국 음식이 그리울 거예요”. 농담이 아니다. 한국인에게 김치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음식이다. 이탈리아인에게 파스타가 있고, 미국인에게 애플차이가 있고, 태평양 제도에 사는 섬사람들에게 스팸이 있는 것처럼 한국인에게는 김치가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수행한 연구 결과 덕분에 김치의 유통기한을 늘릴 방법을 찾았는데 발효가 끝난 김치에 방사선을 쪼여서 박테리아를 죽이는 방식이다. 우주 김치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본문 중에서 -

 

현대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인터넷 세상 또한 결국 군에서 비롯되었음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인터넷의 아버지”라고 숭배하는 빈트 서프는 군에서 추진하던 통신망 프로젝트 책임자로 전 세계를 하나로 잇는 통신망을 만드는데 열중했으며, 그로 인해 지금의 인터넷 기반이 구축된 것이다. 이러한 인터넷 세상을 포르노 산업과 연계가 되어 더욱 발전하게 되었으며, 이젠 세상의 중심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욕망의 삼위일체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미국에 살든 중국에 살든 그 어디에 살든, 전쟁과 포르노와 패스트푸드는 없어지지 않는다. 이들이 우리에게 가져다 줄 신기술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섹스와 폭탄과 버거는 계속해서 우리가 속한 세상과 우리의 삶을 이런저런 모습으로 빚어나갈 것이다.

- 결론에서 -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간단하다. 지금 현재를 만들어내고 있는 인류 문명의 자산이 실제로 포르노, 전쟁, 페스트푸드라는 “나쁜 것들”을 통해 발전했다는 것이다.

 - 추천사 중에서 -

 

이 책을 통해 인류 문명의 발전 이면에는 또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역사적 사실에서 인간은 기술발전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이는 경제적 논리로 모두 판단을 무디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인류 문명을 한 단계 더 발전 된 모습으로 탄생시킨 것은 다름 아닌 파괴와 어두운 면을 띠고 있으며, 인류를 이롭게 하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내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러한 기술문명의 발자취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 글은 조선일보에서 진행한 이벤트를 통해 문학동네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이글은 본인의 조선일보 블로그에 2012. 5.2일 작성된 리뷰를 옮겨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