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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의 죽음과 조선왕실

이 책은 문학동네 카페에서 2011년 1월부터 12월까지 “우리시대의 명강의” 코너에서 서울대 국문과 교수 정병설님이 “권력과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연재되었던 내용을 모아 엮은 책이다. 사도세자 하면 떠오르는 것이 아버지 영조로부터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한 비운의 왕세자라고 알고 지내왔고, 최근에는 대부분이 당시 시대를 이끌었던 당파싸움으로 인한 희생이라고 믿어 왔다. 그 죽음에 대해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깊은 관심을 가져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얼마전 이 시대를 배경으로 사극이 방영되면서 잠시나마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았던 것이 전부였다.

과연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을 죽음으로 몰 수 있는 것인가. 하지만 이 물음에 역사적으로 “절대권력”이라는 것이 개입하게 되면 가능하다는 것을 많은 역사적인 사실에서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 때문에 자신의 아들, 그것도 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음으로 몰아간다는 것은 왠지 설득력이 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결론적으로 사도세자는 본질적으로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결이나 다른 방법이 아닌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관계를 밝히고 있다. 아무리 영조의 명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다음 절대권력자의 죽음을 주변에서는 쉽게 방관만 할 수 없는 상항이었고 그러한 권력이라는 힘 때문에 오히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도세자의 죽음의 원인이라고 하는 “당쟁희생설”이나 “광증설” 모두를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은 당시 당쟁희생설을 담고 있는 이덕일이 쓴 “사도세자의 고백”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 사도세자에 관한 내용은 승정원일기, 영조실록, 한중록 등을 근거로 하고 있는데 이 권력과 인간은 혜경궁이 쓴 “한중록”을 중심으로 내용을 엮어 나가고 있으며, 여기에 영조실록, 승정원일기 뿐만 아니라 이내난고, 대천록 등의 내용을 참조하여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불안과 분노의 제왕 “영조”

사도세자를 이해하려면 먼저 영조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영조는 1694년 서른네 살의 숙종과 스물다섯 살의 숙빈 최씨 사이에 태어 났으며, 숙빈 최씨는 궁녀의 하녀 였다는 것이다. 숙종이 죽고 경종이 왕위에 오르게 되고 허약한 경종을 이어 영조는 대리청정을 맡았지만 그 위치가 너무도 불안 상태였다는 것이다. 영조는 출신 콤플랙스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영조는 본인이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면서 스스로가 완벽을 추구하고, 그리고 공포의 정치를 펼친 왕이라고 한다.

왕의 아들을 출산한다는 것은 곧 권력의 중심에 서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왕비의 고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출산은 왕비에게 책임이자 의무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권한이었다. 책이 따르지 않는 권력은 없다. 일시적으로는 책임을 외면하고 권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권력이 책임에 바탕을 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권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자기 책임을 과장하는 것이다. 자신이 책임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알리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왕으로 만들어지기 위한 “사도세자의 아픔”

1735년 1월 21일 이복형 효장세자가 죽은 뒤 칠년이 지나 선희궁에게서 태어난 사도세자는 왕이 될 운명이었으며,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세자로 책봉되고 왕이 되기 위한 철저한 공부가 뒤 따르게 되었고, 영조의 시험이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영조는 세자에게 세 살 때부터 국정토론을 지켜보게 했으며, 열다섯 살에는 대리청정을 시켜 막중한 국사를 직접 결정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리청정 과정에서 세자의 결정에 영조는 많은 불만을 표시하게 되었고 이는 세자를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스트레스에 시달린 세자는 몸도 불어나고 음식을 탐하게 되었으며 이에 영조는 다음과 같이 훈계했다 한다. “음식은 한때의 맛이요, 학문은 일생의 맛이다. 배부르면서도 체하지 않는 것은 오직 학문 뿐이다”.

하지만 세자는 어디에 얽매이기를 싫어하고 능동적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예술가형 인간이었다는 것이다. 혜경궁은 사도세자가 미쳐서 죽음에 이른 근본적인 이유를 유년기 교육에서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다. 부자간의 애정관계가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세자라는 지위에 어울리지 않게 검소부터 가르친 관념적 교육과 비자주성 교육, 반사회성 교육을 지적하고 있다.

세자는 대리청정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광증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러한 광증에 관한 기록은 많은 부분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세자의 광증에 대해서는 영조, 사도세자, 정조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세자의 광증은 그 이전부터 증상이 있었지만 대리청정을 맡으면서 부왕 영조의 꾸중이 심해지면서 더욱 위축되고 증상이 심해졌다고 한다. 결국 세자는 주변 사람들을 죽이거나 폭력을 일삼는 상황까지 진전되게 되었으며, 그런 자신을 죽음으로 책임지고자 자살을 시도하기 까지 했다 한다. 뿐만 아니라 세자는 부왕 영조의 능행수가에 스무살이 넘어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으며, 이년 뒤에 능행수가시에는 폭우가 내리는 것 또한 세자의 탓으로 돌려 세웠다는 주장도 엿볼 수 있다.

[한중록 설명]

영조는 마지 못해 사도세자의 능행 수가를 허락했지만 내심 내키지 않았다. 그런 차에 행로에 소나기가 쏟아지자 크게 화를 냈다. 평소 영조는 미신적인 조짐이나 금기를 강하게 믿었는데, 그 속에서 세자는 늘 “제수 없는 존재”였다. 어쩔 수 없이 불길한 세자를 거둥에 끼웠더니 아니나 다를까 재변이 생겼다. 이에 세자를 향해 “날씨가 이런 것이 다 네 탓이다, 도로 돌아가라”고 크게 화를 냈다는 것이다.

세자는 이후 말 많은 평양을 다녀오게 된다. 이로 인해 상소가 올라가게 되고 영조 또한 이 사실을 알게 된다. 평양을 다녀온 후 세자는 자신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이 여승, 기생 등과 잔치를 벌이고 광증은 극에 달했다. 이젠 나경언의 고변이 터진다(여기에는 음모가 있을 수 있다 한다). 고변서에는 세자의 그동안의 비행이 담겨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으나 마지막 내용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바로 반역죄가 아닐까 하고 유추하고 있다.

이제 세자는 부왕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고, 영조는 결정을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선희궁의 주청이 이루어진다. “동궁의 병이 점점 깊어 바랄 것이 없으니, 소인이 차마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이 정리에 못할 일이나 옥체를 보호하고 세손을 건져 종사를 평안히 하는 일이 옳사오니, 대처분을 하소서!

『혜경궁은 영조가 어느문을 통해 들어와 어디로 가는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영조는 경화문을 통해 들어와 선원전으로 갔다. 이 소식을 들은 혜경궁은 절망했다. 선원전은 영조의 부왕인 숙종의 초상을 모신 곳으로 영조는 큰일을 하기 전 매번 죽은 아버지를 찾아 자신의 계획과 심정을 고했다. 그 날 선원전을 찾은 것도 무슨 큰 일을 하겠다는 뜻인데, 문제는 경화문을 통해서 갔다는 것이다. 영조는 징크스를 강하게 믿어서 좋은 일을 할 때는 만안문을, 궂은일을 할 때는 경화문을 통해서 선원전에 갔다. 영조가 경화문을 거쳤다는 것은 세자 처분에 대한 확실한 전조였다』

-본문 중에서 -

“네가 죽을죄를 지었으니 죽어야겠다.”

“네 자결하면 조선국 세자의 이름을 잃지는 앓을 것이니 속히 자결하라.”

내가 죽으면 조선의 사백 년 종사가 다 망하겠지만, 네가 죽으면 종사는 보존할 수 있으니, 네가 죽는 것이 옳으니라.“

- 본문 중에서 -

그렇다면 세자의 죄명은 무엇일까 ? 그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다만 영조실록에 의하면 영조는 정성왕후 혼전에서 갑자기 손뼉을 치면서 신하들에게 “그대들 역시 신령의 말을 들었는가? 정성왕후가 지금 내게 ‘변란이 호흡사이에 있다’ 하였소”라고 외쳤다. 이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는 영조의 교묘한 화법이라는 것이다. 세자의 반란을 주장하면서 이를 이미 죽은 정성왕후를 이용하여 더 이상 논란을 불식시킨 것이다. 세자가 뒤주에 갇힌 것은 세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신하들이 막아 결국 뒤주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으며, 이후 뒤주를 이용하도록 누가 권했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이어진다. 이렇게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힌지 구일만에 생을 마감하게 된다.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논쟁은 영조를 이어 왕위에 오른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정조는 왕위에 오르기전에 영조에게 사도세자와 관련된 내용을 삭제해 줄 것을 간청하게 되고 영조는 이를 받아들여 모든 사료에서 사리지게 되면서 시작된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한중록이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사실여부가 논란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후 정조는 자신은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공포하면서 사도세자의 역사를 왜곡하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운명을 달리하는 시련을 겪기도 한다.

저자는 “권력은 수중에 넣기 전에는 자기 것이 아니지만, 일단 소유하면 주체와 대상의 동일화가 일어난다. 내가 권력이 되고 권력이 내가 되는 것이다. 권력이 원래부터 자기 것이었던 것처럼 생각한다. 원래 자기에게 주어진 것이니 오로지 자기만이 가질 자격이 있다는 식으로 논리가 비약하기도 한다. 동일화가 더욱 질 진행되면 나중에는 그것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까지 생긴다. 자신은 그것을 지킬 책임이 있고 그 일이 자기의 의무라는 생각에 이른다.”라고 말미에 밝히고 있다. - “나오며” 중에서 -

그리고 이 시대에는 정치가 아닌 다른 분야에는 이와 유사한 권력이 남아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 권력이다.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경제적 부를 가지고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조선이 임금들의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경제적인 부도 자본가의 것이 아니다. 설사 자신이 힘을 써서 쌓았다 해도 그것을 대대손손 물려줄 권한까지는 없다. 일시적으로 위임된 권력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그런 권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생존까지 흔들기도 한다. 나누지 않는 권력은 외롭고 위태롭다. - “나오며” 중에서 -

조선의 르네상스, 그 뒤에 가려진 광기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는 이 책은 사도세자가 태어날 때부터 성장하고 죽음에 이르기 까지의 시대적 상황을 근거를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많이 있어 앞으로 더욱 연구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처럼 사도세자의 죽음을 새로운 시각으로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상기 내용은 조선일보에서 진행한 이벤트를 통해 문학동네에서 제공한 “권력과 인간”를 읽고 작성한 내용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조선일보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옮겨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