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역사가 여러 분야에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논술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부터 역사논술이 소위 뜨고 있다. 그렇다면 역사를 배우는 목적이 과거를 거울 삼아 어쩌고 하는 것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현재 역사논술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단지 수능에서 논술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런 그들에게서 역사의식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 역사란 그냥 과목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죽하면 한미 FTA가 한창 열리고 있을 때도 그게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허다했겠나. 물론 그 당시에 월드컵 때문에 관심 밖으로 밀려난 까닭도 있지만. 그것도 문제다. 아무리 방송은 시청자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지만 모든 것이 월드컵 얘기로 도배되다시피 하는 방송을 보면서 씁쓸했던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적어도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나누는 삶을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위인전이라고 되어 있어서 약간 과장된 면도 없진 않겠지만 확실히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산 다섯 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김만덕, 이지함, 이헌길, 이승휴, 을파소. 김만덕은 얼마 전에 다른 책을 보느라 들어서 알게 되었고, 이지함은 호가 토정이라고 하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특히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이승휴는 어디서 많이 들어 보았다 싶었더니 바로 <제왕운기>를 지은 사람이다. 맞다. 학교 다닐 때 작가와 작품을 연결지으며 외웠었지. 그렇지만 정작 그 사람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몰랐다. 역시 시험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 나머지 이헌길과 을파소는 부끄럽게도 처음 알았다. 물론 을파소는 출판사 이름이기에 낯익다 했지 그것이 사람 이름인 줄은 몰랐다.

 

  나누는 삶이라. 지금은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지만 간혹 매스컴에서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때론 가슴 따뜻하게도 하고 때론 눈시울을 적시게도 한다. 그러고 보면 이러한 사람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기 마련인가 보다. 그러기에 각박한 삶속에서도 버텨낼 희망이 있는 것이겠지.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좋은 것만 시대가 변해도 남아 있으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나쁜 것 또한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를 거울 삼아 잘못된 것을 바꿔야 한다는 역사를 배우는 목적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일까. 조선 시대를 이야기 하면서 당파 싸움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보면 별 문제도 아닌 것을 가지고 상대의 의견은 옳고 그름 내지는 좋고 나쁨을 떠나서 무조건 상대에서 나온 의견이기 때문에 배격하는 모습을 보인다. 참 한심하다. 그렇다면 지금은? 아, 어쩜 지금의 모습과 이리도 똑같을까.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현재도 당론이라는 것을 앞세워 국회의원 개인의 생각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어쩌다 당론과 반대되는 생각을 말하기라도 하는 의원이 있다면 그는 따가운 눈총을 받거나 왕따를 당하기까지 한다. 심지어는 당에서 나가라는 말까지 듣는다.

 

  어디 그 뿐인가. 을파소는 귀족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람들을 가르치다가 임금에게 발탁되어 벼슬을 받았는데 역시나 귀족들은 그를 처음부터 드러내놓고 무시하거나 말을 듣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제 풀에 지쳐 떠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을파소 같은 사람을 관료들은 싫어하는 것일까. 바로 정직하고 욕심이 없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인 셈이다. 즉 자신들의 기득권이 조금이라도 손해가 될까 봐 유능한 사람은 일부러 배제하려한다. 얼마 전 국회 모습이 생각난다. 어떻게 해서든 자기들에게 불편한 사람은 끌어 내리고야 마는 그들. 어쩜 몇 백년 아니 쳔 년 전의 모습과 이리도 똑같은가 말이다. 진보니 보수니 하면서 싸우는 모습 또한 우습다. 내가 보기엔 그저 기득권을 뺐느냐 빼앗기느냐 때문에 싸우는 것이지 결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지금의 기득권 세력들이 언제 한번이라도 진정 국민들을 위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들의 생활 영역이 어차피 틀린 것을. 하긴 그들이 자기들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때가 있긴 하다. 선거 직전. 국회의원들이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사이 국민들에게 당장 필요한 법은 현재 국회 본회의에 상정도 하지 못한 채 잠들어 있다가 그렇게 사라지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몇 백 년 전이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백성이라는 말이 지금은 국민이라는 말로 치환되어 있을 뿐이다. 

 

  얼마 전에 읽은 책이 문득 생각난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 때 극구 반대하던 최만리는 "중극의 문물을 섬기며 사는 우리가 한자와 전혀 다른 글자를 만드는 일은 중국에 대해 부끄러운 일이옵니다.(중략)한자로 된 중국의 학문과 멀어지게 되면 우리의 학문과 문화의 수준이 떨어지게...(이하생략)"라며 반대를 했다고 한다. 어째 요즘의 어떤 사태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것은 지나친 과장일까.

 

  우리 나라에서 당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물론 그 당을 누가 이끄느냐가 중요한 것 또한 아니다. 단지 여당과 야당으로 구분될 뿐이다. 어제의 여당이 오늘 야당이 되면 예전에 야당이 하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한다. 마찬가지로 오늘의 야당이 내일의 여당이 된다면 그 전에 여당이 주장할 때 쌍수르 들고 반대했던 것들을 언제그랬냐는 듯 찬성하며 밀어붙이려고 기를 쓰겠지. 하나의 정책에 대해 그저 여당과 야당의 당론만 있을 뿐이다. 거기에는 이미 정책의 내용이나 의의는 사라진 지 오래다. 과연 몇 십 년 후에 지금의 역사를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그때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였으면 좀 더 나은 사회가 이루어졌을 거라 판단하면서도 아직도 당끼리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