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잘 몰랐지만, 저자는 이미 유명한 여행 작가로 이미 4권이나 되는 저서를 발간한 중견 작가이다.
그리고 5번째 책인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를 네이버 최고의 여행 카페인 유랑 이벤트에서 당첨되어서 접하게 되었다.
앞서 말하였듯이 필자는 변종모 작가를 잘 몰랐다.
그래서 책의 제목과 책의 겉표지를 보고, 그리고 이 책이 여행책이라는 단서를 바탕으로
작가가 소위 '맛집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필자 역시 여느 여행객들과 같이 처음에는 편리한 패스트 푸드나 저렴하고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다가
어느 시점인가 부터 '그 나라의 맛을 즐기는 것도 큰 여행이다.'라는 어디서인가에서 본 말에 따라 여행지 고유의 음식이나 미쉘린 가이드 등이 추천, 평가한 유명한 맛집을 가보는 것을 낙으로 삼게 되었다.
실제로 그 맛집을 찾는 것은 동선상, 그리고 경비상 불이익을 주었지만, 그 이상의 만족감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꾸준히 맛집을 찾아다녔다.
아마 2010년 홍콩 여행때부터 서서히 시작되어서 스페인 여행 때부터 본격적으로 찾아다녔고, 뉴욕이나 런던에서는 나름 유명한 맛집들에서 훌륭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심지어 최근의 싱가포르나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유적지나 건축물, 자연경관보다 맛집을 더 우선시 하기도 했다.
서론이 길었는데, 여하튼 필자는 저자의 책을 그렇게 오해(?)하고 첫장을 폈다.
그런데... 그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이 책에서의 '요리'는 때때로 각 에피소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핵심은 아니었다.
결국 저자의 책 역시 핵심은 사람, 그리고 여행에서의 깨달음과 감정...이 것이었다.
이를 저자는 단지 표현의 수단으로서 음식을 (그리고 이에 관련된 단어를) 선택한 것이다.
저자의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여행지는 역시나
인도,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그루지아, 시리아 등이다.
그 외에 라오스, 미안마, 레바논,이란 등 미국을 제외하고는 소위 부유하지 않은 나라들이다.
또한, 한국인 여행자들이 잘 가지 않는, 아니 가지 못하는 '고난이도' 여행지가 대부분이다.
KTX 같은 빠른 기차나 저가항공 같은 빠른 교통수단이 없어서일까?
저자의 여행은 단순하고, 느리고, 여유롭다.
그래서 필자같은 일반 독자들에게는 부러움을 느끼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하고, 혹은 지나치게 나태하거나 태평하게 보인다.
필자와 같은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빠듯하게 8박 10일 (그나마 긴 일정이다.)
혹은 가까운 곳이라면 2박 3일이나 3박 4일로 꽉 채운 일정을 보내면서 가급적이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먹으려는 노력을 하지만, 저자는 다르다.
저자는 10시간이 걸리는 버스를 타는 것을 일상으로 여긴다. 저자는 한 마을에 일주일, 더 길면 몇달을 머물기도 한다. 저자는 유네스코 선정 문화유산이나 멋진 박물관, 기이한 자연 광경을 찾아다니기 보다 사람들을 보고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얻는 대화와 함께 나누는 감정, 그리고 떠난 후의 여운을 여행의 의미로 여긴다.
음식은 그 과정에서 저자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이자, 다른 사람에게 베풀거나 베품을 받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파키스탄에서 아플 때, 어머니를 떠오르게 하는 물김치나
쓰리랑카에서 한국말을 가르쳐준 청년의 아버지가 준 야자나무 열매,
(미국식) 피자가 먹고 싶어서 친구와의 내기 끝에 17시간의 기차를 타고 사온 피자,
그루지아의 할머니께서 저자를 위해 잡아준 닭 한마리....
음식은 저자에게 있어서 단순히 맛을 즐기는, 혹은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아닌
그의 여행을 상징하는 신성함이다.
그래서 그가 이 책의 겉표지와 제목을 음식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선정했는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담담한 문체로 여행에서의 에피소드, 그리고 저자의 감성을 잘 버무린 책이다.
마치 이병률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와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의 중간지점 정도에 있는 책이다.
워낙 미적 감각과 사진실력이 있는 저자의 책인지라 사진들도 볼만하다.
글과의 싱크로율이 높아 머리에 잘 들어오는 것 같다.
필자와는 전혀 다른 여행 스타일을 지닌 저자의 책은 하나의 자극으로도, 부러운 감정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기는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와 같이 인도, 파키스탄, 시리아, 레바논, 이란 등과 같은 오지를 게스트하우스와 버스로 다니는 것은 10년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지금은 감히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이제는 유럽이나 미국, 싱가포르, 홍콩, 일본과 같은 치안 좋고, 교통 좋고, 제반 시설이 갖추어진 깔끔한 여행지를 선호하게 되었고 (아, 인도에 대한 동경은 있다. 하지만 그 역시 배낭족으로의 여행은 엄두도 나지 않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다. 다만 트렁크 족으로 짧게 나마 한 번은 가보고 싶다.)
현실적으로 짧은 일정이다 보니 밀집되고 압축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다.
그 것이 필자의 직장과 시간, 여비 등과의 타협의 소산일 것이다.
다만, 본인이 선택하지 못한다고 해서 배척할 필요도, 무조건적인 동경과 부러움을 보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냥 이런 여행을 하는 여행자도 있고, 그 여행을 통해 이러한 감정과 경험을 하는 경우도 있구나 하는 정도를 느끼면서 필자의 시야를 트이게 하는 것 그 정도로 하려한다.
생각해보면 책 또한 사유를 하는 여행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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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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