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평소 추리소설을 즐겨 읽고, 그 중에서도 옛 작가들의 소설을 좋아한다. 

코넌 도일이나 모리스 르블랑, 아가사 크리스티 등...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 나서 기존이 추리소설과는 뭔가 다른 신선함을 느꼈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라는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뭐,그의 소설을 찾아 읽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그의 소설 중 하나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발간 당시 나름 도서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소위 잘 나가는 소설이었다. 

도서관에서 항상 누군가 빌려가서 빈자리만 보였던 이 책이 우연히 내 눈에 띄어 읽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은 추리소설 작가가 쓴 책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일종의 힐링 소설이다. 물론, 판타지적인 비현실적인 요소가 소설의 핵심을 이루지만, 그 것이 일종의 반전을 주어 독자들에게 흥미를 부여한다.

저자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3명은 고아원 출신에, 현재 백수로, 나미야 잡화점으로 들어가기 직전 빈집털이로 경찰에 쫒기는 신세였다. 

이런 밑바닥 오브 밑바닥 인생인 청년들은 우연히 시간축을 거슬러 올라가 한 선수의 고민을 상담해주고 (이 선수의 정체는 나중에 밝혀진다. ) 이를 통해 보람과 성취감을 얻는다. 

전문가도 아니고, 지식과 경험도 부족한 이 청년들은 경찰의 추적에 쫒기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적은 편지에 나름의 답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뭔가 어이없으면서도 흐뭇한 광경이다.

 

첫 에피소드를 필두로 총 5장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문제들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주는 고민이다. 

자세한 내용은 소위 '네타'가 될 것 같아 생략하겠지만, 저자는 이들의 고민에 대해 마음씨 따뜻한 나미야 할아버지의 답장을 빌어, 혹은 거칠지만 선량함을 지닌 3명의 주인공의 답장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그리고 그들의 답장은, 반드시 정답으로 작용하지는 않지만, 고민을 의뢰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힘으로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답'이 된다.

필자의 직업 역시 남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필자의 전문성과 경험을 뛰어넘는 수많은 일들이 있고, 이에 대해 필자는 상담자가 원하는 답을 주지 못하여, 무력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저자 역시 비록 소설을 통해서지만, 정답을 준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나미야 할아버지를 통해 그만의 답을 제시한다. 

나미야 할아버지는 오랜 세월동안 축적된 삶의 경험과 지혜, 그리고 상담자의 고민에 대한 진심어린 고민을 통해 답을 주려는 선의를 보이고 있고, 3명의 주인공들은 부족한 지식과 경험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어찌보면 과거를) 알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역시나 상담자에 대한 선의와 자신의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도와주고 싶다는 측은지심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들의 마음이 타인에 대해 '편지'로 말을 하는 것 밖에 해줄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선의'가 담긴 태도...일종의 제스쳐를 통해 상담자들은 도움을 받고, 결국 스스로 일어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2-3시간 만에 술술 읽을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읽고 나면 뭔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추리소설의 대가답게 초반에 깔아놓은 밑밥(?)들이 후반의 스토리를 이해하는 단서가 되면서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그래서 독자들을 더욱 집중하게 만들기도 하고....여러번 읽지는 않을 것 같아서 구입은 좀 그렇지만 한두번은 볼만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