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권 아스카,나라

 

2편의 구성도 1편과 대동소이하다. 

맨 뒷편 부록으로 답사지 일정과 지도, 맨 앞에는 '일본 답사기를 시작하면서'라는 저자의 서문....다만 1권에 있던 '답사기 독자를 위한 일본의 풍토와 고대사 이야기'는 빠졌다. 

아무래도 수십 쪽에 달하는 내용을 매 권마다 놓기에는 부담스러웠으리라.

 

1권의 큐슈 지방 답사시에는 일본의 선사시대인 조몬토기를 비롯, 청동기 유적인 요시노가리 유적 등 야요이/야마토 등의 일본의 고대사는 물론, 조선시대의 도공, 메이지 유신, 백제 무령왕 등 다양한 시대의 문화유산들이 혼재되어 있었고, 답사 역시 시대적 순서보다는 공간에 따라 이동하면서 선사시대와 삼국시대, 조선과 근대 등을 넘나들었다.

 

그러나 2권의 아스카, 나라 지역은 부제인 '아스카 들판에 백제 꽃이 피었습니다.'에 어울리게 주로 벡제인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유적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 외에도 가야, 신라, 고구려 등의 흔적도 꽤 존재하고  당나라와 발해의 흔적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아스카는 저자가 '일본 답사 일번지'로 칭할 정도로 도래인 (특히 백제)들의 유산들이 많은 곳이다.

저자와 답사 팀원들이 왜 도래인들이 이 곳에 터를 잡았다고 알겠다고 할 정도로 우리네 산천과 비슷하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가 아스카에서 식사를 위해 우동집을 방문했는데, 그 우동집 주인 아주머니가 한국에 와본 적이 있다고 하였단다. 

그 아주머니는 부여를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아주머니 말씀이 아스카와 부여의 정경이"아주 똑같아서 놀랐다."고 한다. 

1천 5백여년이 지나도, 한국에서 온 이와 일본에서 사는 이가 모두 똑같이 느꼈다면 참 아닐까? 

 

재미있기도 하고, 고향을 등지고 온 선조들이 고향과 꼭 닮은 산천에서 뿌리를 내렸다는 점이 짠하기도 하고...여러 느낌이 든다.

 

 

일단, '아스카'가 지명인 것을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일본의 고대사를 '야요이, 야마토, 아스카' 등으로 나누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사카 근처가 바로 아스카였을 줄이야.

게다가 나라 역시 긴데쓰 철도로 오사카에서 바로 갈 수 있는 위치이고....

올해 6월경 쇼토쿠 태자가 건립한 오사카의 사천왕사를 보고 참 인상이 깊었는데, 오히려 사천왕사가 변두리였고, 아스카의 아스카사, 귤사, 법륭사가 당시의 핵심지역이었던 것이다. 

 

불행히도 6월경의 나는 문화유산답사보다는 단순히 여행으로 오사카-교토 지방을 짧은 시간동안 돌아본 것이어서 이 곳들을 찾아가보지도, 아니 당시에 알지도 못하였다. 

그래도 저자 덕분에 책으로나마 늦게라도 접해서 다행이었고, 동시에 오사카의 사천왕사에서 내가 가졌던 의아했던 점들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사람들 (쇼토쿠 태자, 소가 씨가 백제인의 기술로 건립하였다.) 에 의하여 만들어져서인지, 이 책의 아스카사, 귤사, 법륭사 등에 대한 해석들을 보면서 많이 해소되었다.

 

또, 몽유도원도나 백제 관음, 목조 미륵보살반가사유상, 다까마쓰 고분 벽화 등 교과서에서도 언급되어 우리가 아는 유명한 작품들에 대한 해석과 당시의 시대적 배경, 그 작품들이 현재 있는 곳에 오게 된 계기 등을 들으며 아쉬움과 동시에 흥미로움을 느꼈다. 

어쩌면 내가 아쉬움을 느낀다는 것은 저자가 말한 쌍방적인 사고보다는 일방적이고 다소 민족주의적 혹은 국수주의적인 시각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30여년간 머리에 박혀 있던 것이라 바꾸기 쉽지 않다.

 

아스카 지역에서는 그간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그렇지만 백제를 필두로한 가야,신라, 고구려 등 우리 선조들의 기술과 정신이 남아있는 일본의 문화유산들에 대하여 설명했다고 하면, 나라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즉, 나라는 710년 헤이조쿄로 수도를 옮긴 후부터 시작된 새로운 시대로, 역사에서도 아스카 시대와 구분하여 나라시대로 부른다. 

정치적으로도 다이카 개신이 이루어지고, 소가 가문이 끝나고 후지와라 가문이 득세하였으며, 무엇보다 백제의 멸망과 당나라-발해-통일신라-왜의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가 확립된 시기였다. 

백제의 멸망과 소가 가문의 쇠퇴 때문일까? 

저자는 이때의 일본 미술 혹은 건축을 당나라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동시에 일본 고유의 모습을 찾아가는 시기라 평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게는 대불과 사슴공원으로만 알려진 동대사의 숨은 명소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저자는 동대사의 대불에 주목한다. 

필자와 같은 보통의 여행객들은 대불의 엄청난 크기에 감탄하고,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애쓰지만, 저자는 8년동안 숱한 실패를 딛고 만들어낸 대불의 기술 (거의 도래인들에 의한 것이다.), 그리고 대불의 정치적 의미 (일왕의 왕권 강화, 일본 정권의 문화적 자신감 내지는 독립심)에 주목하여 그 의미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나라의 또 하나의 멋진 문화유산인 약사사와 당초제사의 모습을 보며 한반도에서 당나라로 문화의 수입의 방향을 전환한 일본의 모습을 보여준다. 

솔직히 나와 같은 일반인은 이러한 대목에서 약간의 불편감도 든다. 

이 역시 일본에 대한 근거 없는 우월감, 더 기저에는 일본에 대한 열등감의 발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곳까지 소개하며 다음 책인 교토에 대해 소개한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기대되는 책이다. 6월 간사이 여행 때 당일치기에 그쳤지만, 그렇게 본 교토는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일본의 문화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리고 일본의 우수한 문화에 대한 감탄으로, 이러한 일본과 우리나라가 모방의 대상으로 삼고, 배웠던 중국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9월에 다시 베이징으로 떠나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아무튼 이번 책 역시 1권에 이어 일본에 대한 이해와 동시에 일본으로 건너가 빛나는 문화를 창조한 도래인, 우리 선조들에 대한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지식과 자부심을 갖는 것이 결과적으로 우리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찾는 것이며, 동시에 일본에 대한 근거없는 우월감을 버리고, 더 나아가서는 그 기저에 깔린 일본에 대한 열등감과 시기심을 없에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권이 매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