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태국은 가장 많은 이들이 가는 여행지이자, 가장 다양한 사람들이 가는 여행지이다. 

대표적인 신혼여행지인 푸켓은 물론, 코사무이,꼬창 등 유명 해변가들도 각광을 받고 있고, 중년 남성들의 골프여행 겸 밤문화관광, 어른들의 패키지 여행, 젊은이들의 배낭여행, 젊은 여성들의 먹거리 & 쇼핑여행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테마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태국이다.

태국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각광받는 여행지인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 일까?

저렴한 물가, 풍부한 먹거리, 

뛰어난 접근성 (비행시간도 길지 않고, 항공사. 특히 저가항공사 취항도 많고), 

다양한 자연환경 (북쪽의 치앙마이에서 남쪽의 푸켓까지 고산지대에서 해변가까지..), 상대적으로 동남아권에서 안정적인 치안,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미소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친절하고 관광마인드인 태국인들의 태도....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열거한 것과 같은 잘 알려진 이유만이 우리가 태국을 주목하는 이유일까? 

우리가 모르는 태국의 매력이 더 있지는 않을까? 

잠깐의 여행동안 태국을 스치듯 지나가는 우리가 태국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다면 그 스침이 더 의미있지는 않을까?

 

 

이 책은 바로 위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저자인 김인영 씨는 KBS의 베테랑 기자이다. 기자란 무엇인가? 

새로운 사실의 전달, 그리고 우리가 피상적으로 인식하는 면, 그 이상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직업이다. 

특히 그는 오랜기간 다양한 나라의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관광객들이 짧은 시간 동안 주마간산으로 보는 것들 이상의, 실제 그 나라의 속살을 누구보다도 자세히 들여다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쩌면 그러한 자신의 시각과 경험을 전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책을 썼을 것 같다.

 

이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되어 있다. 

그리고 각각의 챕터 안에 우리가 태국에 대해 어설프게? 알고 있는 부분이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소제목으로 정하여 각각 3~7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이런저런 분야의 이야기를 한다. 

물론, 우리가 몰랐던 태국의 낯선 영역에 대해서도 소개해준다. 

글의 문체랄까? 책의 분위기가 마치 기자가 새로운 (혹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들을 발견하여 전달하는 뉴스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자세한 심층뉴스 같은?

 

치앙라이 근처에 새로이 건설된 '해피시티' 라는 한국인 은퇴이민촌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태국의 은퇴이민의 장점 (따뜻한 기후, 저렴한 물가, 넓은 공간 등)을 설명하고,

코끼리 폴로대회에 대해 소개하면서 코끼리가 왜 폴로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는가 (정확히 말하자면, 코끼리로 벌채가 불가능해지자, 조련사, 코끼리가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실업대책이다. 돈많은 서양인이 대부분인 폴로 선수들과 함께 말이다.) 에 대해 설명해준다.

30여년간 3천여개의 버팔로 물소 해골을 모아 버팔로 기념사원을 세운 주지승을 소개하면서 4모작 농경시대의 주역에서 이제는 기계화농법에 밀려 퇴출당한 존재가 되고 있는 버팔로 물소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한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촌부리 물소경주 대회에서 110미터를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는 물소의 모습을, 농업자원에서 관광자원으로 변하는 물소의 현실에 대해 알려준다.

 

우리나라가 늘 외치는 '의료허브'를 이미 실현하고 있는 방콕, 아니 동남아 최고의 병원 중 하나인 범롱랏 병원을 소개하며 병원 자체의 호텔급 시설, 우수한 의료진, 저렴한 의료가격 등의 장점을 이야기하지만 더 나아가 이 병원과 연계하여 요양, 관광을 함께하는 상품을 통해 연 40만명의 추가 관광객을 유치한 성과 등에 대해 설명해준다. 

우리나라보다 국민성이 더 게으르다고 알려져 있고, 교육수준이나 경제규모도 떨어지는 태국이 의료관광객 수는 우리나라의 13배라는 (우리에게는) 슬프고 놀라운 사실도 알려준다. 과연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맨날 쓸데없는 구호만 외치지 말고 태국에서 이런 부분들은 배우는 것이 어떤가 싶다.

 

그 외에도 저자는 태국이 세계열강의 지배로부터 피하고 개방을 성공적으로 이끈 원동력, 출라롱콘 대왕에 대해 설명하고, 입헌군주국의 모범적 존재인 현 국왕 푸미콘 왕에 대한 설명을 통해 '왕의 얼굴이 있기 때문에 지폐를 잘 접지도 않는' 태국인들의 왕의 존경심이 단순한 노예근성이 아니라 진심어린 존경임을 알려준다.

 

 

저자는 태국의 신기한 점, 좋은 점만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는 4부 '태국의 그늘'이라는 마지막 챕터를 통해 현재 태국사회의 문제점들을 설명한다. 

메콩강 트라이앵글을 통한 마약의 유입, 소수민족에 대한 강력한 규제, 현재 국회의원으로 맹활약하고 있지만 과거 퇴폐마사지업계의 황제인 추웃 까몰위싯의 폭로로 드러난 태국경찰 및 유흥업자들의 검은 커넥션, 최근 라오스에서 문제가 된...태국으로도 흘러들어오고 있는 탈북자들 등등...

 

며칠간의 뜨거운? 시간을 태국에서 보내며 '즐기기 좋은 나라'라는 인상을 갖기 쉬운 여행자들에게, 태국이 기실은 많은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책은 여행 가이드북처럼 태국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은 아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병률 시인이나 알랭 드 보통처럼 서정적인 혹은 화려한 수사와 개성 있는 시각으로 여행지를 바라보고 해석한 책도 아니다.

그냥 성실한 특파원 혹은 기자가 자신이 있던 나라에 대한 궁금증과 타인의 선입견 혹은 잘 모르는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안타깝게도 작가의 좋은 의도와는 달리, 이 책을 대상 -주로 태국여행객-들은 이러한 부분에는 큰 관심이 없다. 

물론, 읽어보면 좋은 정보들도 많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도 많지만, 이를 위해 16000원을 내서 책을 구입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분량도 250페이지 가량이라, 아까운 생각도 들고...물론 올컬러 판에 비싼 재질이라서 그렇겠지만...조금 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기자 특유의 '사실을 전달하는 글'이다보니 읽는 이에게도 재미와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 좋게 말하면 뉴스나 뉴스에서 나오는 특집 기사들이 주제만 바꾸어 나오는 것 같다.

태국 여행을 갈 사람에게 한 번 정도는 배경지식 쌓을 겸 읽어볼 만은 하지만, 직접 구매하기에는 다소 아까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