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김어준 총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 신입생 때이다.

뭐 직접 만났다거나 무슨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딴지일보라는 매체(?)를 그 무렵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재미있는 정치 풍자, 사회 내용 풍자로 된 글들이 많았고, 남로당(이건 딴지 일보 내에 있던 일종의 남성 전용 게시판이다. 오해 마시길)에 있는 야리꼬리한 내용들도 젊은 청춘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으리라.

뭐 여하튼 그 때 김어준이라는 사람을 알았고, 독특한 파마머리와 개성있는 말투 (쫄지마, 씨바 같은..)

그리고 결정적으로 풍자의 이면에 있는 냉철한 사회해석과 흐름을 읽는 능력에 감탄을 했었다.

그리고 수년동안 잊고 있었다.

그를 다시 만난 건 (역시 직접 만난건 아니었고) 바로 나꼼수였다.

김어준 총수를 비롯해 정봉주 전 의원, 시사평론가 김용민 그리고 시사in의 기자 주진우 이 4명이 힘을 합쳐 2011년 4월 27일 팟캐스트를 통해 시작한 한 방송 때문이다.

기존의 메이저 언론이나 TV가 아닌 팟캐스트라는 형식의 혁신도 대단했지만, 그보다 서슬퍼런 MB정권에서 ‘국내 유일의 가카 헌정 방송’이라는 타이틀 하에 다루어진 수많은 내용들 역시 혁신적이었다.

‘이 사람들 이래도 되나, 무사할까?’ 라는 걱정을 할 정도로...

그렇다. 바로 나꼼수의 탄생이었다.

솔직히 필자는 라디오를 좋아하지 않아서 나꼼수를 주기적으로 듣지는 않았다.

재밌어보이는 내용이 있을 때는 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엄청난 정보력과 날카로운 분석, 깨알같은 유머, 센스있는 풍자에 웃음을 터뜨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 중 김어준 씨는 ‘쫄지마 시바, 우리 각하는 그럴 분이 아니야’ 라는 말로 항상 시작과 끝을 장식하며 웃음을 주었다.

동시에 그 웃음의 이면에는 그의 해석과 분석에 대한 동의와 공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게 듣다보니 그에 대해 궁금해졌고, 그가 책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에 대해 궁금해졌다.

대저 책이란 그 사람의 정수를 모은 것이라 평소에 생각하는 나이기 때문에, 그의 책을 읽어보는 것이 김어준이라는 인물에 대해 가장 단시간에 아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의 책인 ‘닥치고 정치’는 발간 당시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며,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고, 심지어 몇몇 서점에서는 2011 올해의 책에도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좀 지나면 책값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 기다렸는데....안 떨어지더라

마침, 북큐브에서 적립금을 주어서 이를 통해 구입해보기로 했다.

이 책은 그동안 인터뷰를 주로 했던 김어준 총수가 전문 인터뷰어에게 인터뷰를 당하(?)는 구조이다.

이 책의 인터뷰 시점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인 2011년 10월이나, 나꼼수의 데뷔전(?)인 2011년 4월보다 전이기 때문에 2013년 7월에 읽어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일단 그를 비롯한 나꼼수 멤버들과 희노애락(?)을 같이 했던 ‘가카’는 퇴임을 하셨다. ‘나오면 반드시 이긴다.’고 총수가 주장한 문재인 의원은 대선에서 52대 48로 패배했다.

(물론 국정원 선거개입의 여파는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그가 높이 평가한 이정희 전 의원은 이제 종북의 아이콘이자, 분열의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민주진영에서도 선거에 악영향을 낀 역적이 되었다.

유시민 전 의원은 정치 은퇴를 선언하고 다시 지식소매상이자, 저술가인 그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의 예상한 대로 안철수 씨의 등장은 정치권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고, 이제는 국회의원으로 활약 중이다.

그가 예상하지 못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등장 역시 정치권과 서울시정에 상당한 자극을 주었다.

그가 ‘우리에게는 아까운 진보 대통령 후보’로 꼽은 조국 서울대 교수도 요즘에는 잠잠하다.

홍준표는 그의 예상대로 당대표가 되었다가, 물러났고, 지금은 경남지사로 나름 이슈를 만들어가고 있다.

책의 시점보다 2~3년이 지난 시점에서 돌아보니 참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총수의 예상이 100%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의외로 꽤 높은 적중률을 보인다.

동시에 그가 말한 인물평대로 이루어진 경우도 많이 있다.

(아마 이정희, 박원순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맞았다. 아, 문재인 의원의 패배도....)

이는 역설적으로 그의 높은 통찰력과 상황분석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인터뷰집이자 저서인 ‘닥치고 정치’에서 메이저 언론들이 감추고 정치인들이 교묘하게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한 정치적 사건, 혹은 의미있는 일들을 우리에게 쉽게 해석해준다.

그의 특유의 서민적인(?)말투를 통해서...

예를 들어 가카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인 BBK의 경우..

솔직히 필자 역시 메이저 언론들의 중구난방적인 해석과 보도로 오히려 헷갈리고 결국에는 ‘에이 몰라’를 외치며 외면해 버렸다.

아마 이 것을 가카의 편에 서 있던 자들이 노린 것 같지만...

어쨌든 필자도 그러한데, 필자보다 더욱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어떠하겠는가.

그러다보면 그들은 정치인들에게 무관심, 둔감해지게 되고 감시하는 시민의 눈이 사라진 곳에서 그들은 더욱 활개친다.

시민들을 ‘무식한 피지배층’으로 인식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BBK의 면모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면서도 쉽게 접근을 해준다.

그래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BBK가 왜 문제가 되었는지, 왜 그렇게 야당에서 집요하게 이에 대해 언급을 했는지, 이를 검찰과 언론, 정치권력이 어떻게 덧칠을 했는지를 자세히 알려준다.

100% 증거는 없지만, 이에 대한 개연성있는 설명, 높은 심증 등은 우리에게 무엇이 진실인지를 파악할 수준까지는 정보를 제공해준다.

그리고 정말 기가차서 웃음이 나올 정도인 삼성의 3세 승계를 위한 에버랜드 사채발행 과정 역시 총수는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검찰이나 언론, 그리고 삼성의 발표를 듣다가 총수의 설명을 들으면 그 논리성과 근거 등에서 너무나 대조가 되어 나도 모르게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거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어보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BBK보다 이해도가 높았지만, 삼성이 교묘하게 언론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삼성=이건희 일가 라는 공식을 주입해 놓은 사실에 대해서는 총수의 분석을 듣고 다시 생각해보았다.

예를 들자면 ‘이건희 리더십’과 같은 주제로 나오는 베스트셀러들이나, 총수 집안의 지분율이 낮아지면 삼성이 외국으로 넘어간다, 혹은 삼성이 망한다. 는 루머성 사실들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것인지 총수는 알려준다.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다. 삼성이 구멍가게도 아니고, 이건희 역시 스티브 잡스에 비할 수 있는 인물인가?

그 잡스가 사망했어도 애플은 과거만큼은 아니라도 잘 유지되고 있다.

삼성이 이건희 하나 없다고 무너질 사상누각의 부실기업이냐...아닐 것이다.

삼성은 이건희의 능력도 가미되었겟지만, 그보다 대한민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일하고,뛰어난 임원들이 일구어 낸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이재용이 과연 다른 인재들에 비해 삼성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

의문이다.

그는 진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는 나 역시 평소에 생각했던 바와 일치하는데, 진보는 자신들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동시에 타세력 (특히 새누리당 세력)을 도덕적으로 매도한다.

물론 그들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도덕적 우위를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그러니까 나를 지지해라’라는 투의 태도는 공감보다는 반감을 살 수 있다.

특히나 못 배우고, 못 가진 사람들에게 진보세력이 ‘나는 당신들의 편이다, 우리를 지지해야 당신들이 조금의 복지라도 더 얻을 수 있다.’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 이는 그들에게 반감을 살 뿐 아니라, 어찌보면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러한 narcissitic injury를 입은 사람들은 진보세력에게 ‘저 놈들은 뭐냐, 지들이 뭔데 우리를 그렇게 낮게 평가해.’라는 생각부터 하게 되고, 이는 진보에 대한 공감보다는 비난을 하게 된다.

이 때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논리적 무기는 바로 ‘빨갱이’ 그리고 요즘에는 ‘종북’이다.

어찌하겠는가 한국전쟁을 겪고 50년대 이후 거의 50년간 이어온 반공교육의 산물인 것을....

그로 인해 진보는 결국 폭넓은 지지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특히 자신들이 주로 정책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저소득층, 서민층, 노인층 등 사회적 약자들로부터도 외면받게 되어 정치세력으로서 동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들이 오히려 보수정권을 지지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유발하는 것 아닐까 싶다.

이 책을 통해 본 김어준 총수의 의견도 대략 이와 비슷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서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한 노회찬 전 의원을 높게 평가한다.

그는 새누리당 (당시 한나라당)의 역학구조, 특히 친이와 친박의 정권교체기의 주도권 다툼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러면서 그가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렇게 싸워도 절대 분열하지 않는’ 보수 아니 수구정권세력의 그 엄청난 단합심이다.

이는 내 생각에도 진보와 대비되는 그들의 최강점이다.

수구세력이자 남한 최초의 독재자, 이승만의 명언에서 그들은 많은 것을 느꼈나보다.혹은 과거 이인제나 정몽준 학습효과일수도 있지만....

마지막으로 그는 정치참여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며, 문재인이 대안이라는 강력한 주장을 한다. 뭐 이 부분은 필자 역시 동의한다.

다만, 그 당시 안철수라는 변수를 생각하지 못한 것은 인간의 범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총수는 유시민 씨에 대해서 진한 아쉬움을 표현한다. 수구언론들의 십중포화로 마치 분란을 일으키고, 사나운 이미지가 된 그는, 실제로 만났을 때 가장 젠틀하고 부드러운 인물이라 한다.

그러나 그의 성격상 당시 노무현 대통령 대신 자신이 수구언론들을 상대해야한다는 책임감에 맞섰을 것이고, 수구언론 역시 노무현 정신의 후계자이자, 제2의 노무현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인 그를 어떻게든 밟았어야할 것이다.

결국 유시민 씨 자신의 잘못도 있지만, 수구언론들과 다양한 정치세력 (심지어는 민주당에서도)으로부터 견제를 받은 유시민 씨는 정치적으로 실패를 맛보았던 것이다.

김어준은 이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표현한다.

나 역시 부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다만 유시민 씨의 책을 많이 읽어본 필자로서는 그가 정치적인 재능과 능력도 있지만,동시에 저술가로서의 능력을 120% 발휘한다면, 오히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도 그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있는 중인데, 여하튼 아쉬우면서도 기대가 크다.

이 책은 과거의 시점에서 쓰여진 책이라 현재의 정치상황과는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책을 통해 과거 정권 혹은 재벌들의 대표적인 잘못을 우리가 정확히 아는 동시에 그들에 대하여 파악하고 정치적 결정을 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꼭 ‘닥치고 정치’가 정치서적의 바이블이라고 하지는 않겠다.

보수인사, 중도인사의 책을 읽어보는 것도 권한다.

다만 그 책들을 다 읽어보았을 때 선택은 본인의 몫일 것이다.

메이저 언론과 방송사가 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현시대에 이런 책들은 그러한 결정을 하기 위해 개인에게 주어준 중요한 선물일 것이다.

P.S 김어준 총수는 ‘에드먼드 버크’를 올바른 보수 정치인의 예로 든다.

찾아서 읽어보니 정말 대단한 양반이다.

엘리트 코스를 거친 그는 대표적인 보수정치인인 그가 당시의 국왕인 죠지 3세의 독재에 반기를 들었고, 미국 독립전쟁에서 미국편을, 인도통치시 동인도회사의 부당한 이익에 통렬한 비판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프랑스 혁명의 과격화를 혐오하고, 선거권 확대에 대해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진정한 보수주의자란 자유와 정의에 대한 올바른 신념을 갖고 정치권력의 위압에 반대하여 시민의 자유를 수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소위 ‘보수’라는 탈을 쓴 수구세력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과거 사육신의 정신과, 선비들의 불굴의 의지, 을사조약 채결시 자결한 보수적 유생들의 풍모는 그들에게서 찾아볼수 없다.

제발 에드먼드 버크의 1/10만한 보수주의자들이 존재하였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 바람이다.

닥치고정치, 김어준, 딴지일보, 김어준총수, 나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