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너무 오래만의 만남에
반가움 때문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남자랄까...
퇴마록
본인의 학창시절 최고의 한국 판타지 소설이었을 뿐 아니라
작가 이우혁을 알게 되어 그의 많은 소설들을 읽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다.
그냥 거짓말 조금 더 보태면 90년대 No.1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형 판타지 이며, 오컬트 적인 부분들도 가미되어 있고,
그러면서도 한국의 고유문화의 우수성을 은연 중 강조하는
게다가 작가의 열성적인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풍부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의 설정은
나름의 개연성을 독자들에게 믿게 만들어 신뢰감을 주고, 동시에 소설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게다가 매력있는 주인공인 박신부, 준후, 현암, 승희
외에도 개성있는 등장인물들인 주기선생, 백호, 연희, 코제트, 윌리엄스 신부 (심지어 이 글을 쓰면서 이 이름들을 네이버 검색없이 바로바로 쓰고 있다. 맙소사..)
여하튼 그들의 활약은 국내편에서 세계편, 혼세편,말세편을 거치며 이어졌고
많은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우혁 씨 역시 그 후로 왜란종결자, 치우천왕기 등과 같은 장편들을 성공적으로 발표했다. (뭐 피에로 매니악 같은 아쉬운 작품도...)
첫 퇴마록 국내편 1권이 나온 후,
거의 20년만에 나온 퇴마록, 외전
과연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기 위해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일까?
한창 잘 팔리고 있는 책이라, 내용을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박신부, 현암, 준후가 처음 함께 살면서 겪게 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있다.
그들이 처음으로 퇴마행을 결심하고, 첫 퇴마행에 나선 이야기,
준후가 학교에 가서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온 이야기
승희와 현암의 쇼핑 로맨스
주기선생의 사이비 교주퇴치
와 같은 5개의 이야기가 있다.
워낙 퇴마록을 좋아하던 터라
그들의 속이야기, 물밑의 에피소드 등을 들으면서
나름 공감도 가고, 미소도 나오고, 낄낄거리기도 하고
여러가지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특히나 최근 스파이더맨 이나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영웅의 고뇌와 분노, 괴로움 등에 대해 요즘 회자가 되면서 이에 대한 부분들도 많이 나온 것 같다.
즉, 그들의 가진 힘에 대한 책임감, 이에 따른 고뇌, 일반인들과 어울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동경 등등...
식사 조차도 같이 못하고,
학교도 못 다니고,
연애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퇴마사들이 이야기
이와는 반대로 백호의 의뢰에 5천만원을 댓가로 요구하고,
악독한 교주의 모습을 보고 분노하여 의뢰자의 의도와 다르게 죽여버리는
다소 Free한 주기선생의 에피소드는
퇴마사 일행들의 고뇌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동시에 그가 가진 고민과 나름의 삶에 대한 적응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결론은 퇴마사와의 만남이 너무나 반가웠다.
그리고 그들의 고뇌를 통해서
힘이 있는 자들의 무거운 책임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어떤 의미에서 사회지도층이 되거나 높은자리에 올라간다면 일종의 '힘'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인데
그들은 과연 퇴마사처럼 고뇌하고 도덕적으로 애쓰고,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까?
힘을 가진 자가 제대로 고뇌하지 않으면...
결국 블랙서클이 되는 것이 아닐까
작금의 원전사태를 주도한 원전마피아
의사들의 목을 죄며 의료비를 무조건 낮추는 데만 목표로 하여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것에 관심없는 건강보험관리공단, 심평원, 보건복지부
처방된 약을 싼 약으로 바꿔치기하여 차액을 먹은 약사들
국제중학교를 설립하여 권력자들의 아들딸들을 부정입학시키고 돈을 받은 교장, 이사장들...
다 우리 사회의 블랙서클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퇴마사가 필요한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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