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이 책에 대해 처음 들은 것은 아마 박원순 서울시장님이 추천사를 남겨주고,

또 트위터로 추천을 했다는 사실을 기사로 접한 때일 것이다.

그리고 책의 저자가 필자와 가장 친한 형 중 한분과 이름이 같아서 주의를 끌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책을 읽게 된 것은 발간된지 1년이 훌쩍 넘은 시점이었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12년 말

각 후보는 이전 대선과는 달리 '분배, 경제민주화'에 대해 저마다의 공약을 내세웠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17대 대통령 선거 및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기업주의, 친시장주의, 신자유주의 경제와는 달리 '중산층과 서민, 분배의 정의, 대기업 규제' 등의 화두가 나타났다.

물론, 항상 선거때마다 말하는 정치인들의 공약이자, 선거전술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그러한 화두가 나온 것 자체가 아마 현재 우리사회의 갈망이 표출된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진보세력은 물론, 대표적인 보수세력인 새누리당 역시 (물론 앞서 말했듯이 선거전력이기도 하지만) 경제민주화의 타이틀을 공약으로 내새울 정도로 우리사회는 분배, 그리고 경제 민주화에 대해 갈망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열망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준다.

그리고, IMF 이후 대한민국의 경제를 지배한 패러다임인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주의'의 맹점.

그리고 그 이전부터 우리나라를 지배해온 고정관념인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이 잘되어야 우리나라가 잘 된다.'

'시장은 보이지 않은 손으로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조정한다.'

'개인의 이기심, 욕망이 결국 선이다.' 등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저자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주인공인 엘리스의 예를 들며,

이상한 나라 안에 있을 때는 그 나라가 얼마나 이상한지 깨닫지 못함을 지적한다.

그 밖으로 나와야 우리가 살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내려다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12장의 챕터를 통해 이러한 고정관념이 지배하는 이상한 나라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많은 논문들과 석학들의 이야기를 인용하고, 저자가 찾은 많은 사례들로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첫 사례는 바로 대상그룹이다.

삼성의 이재용 부사장의 전처...로 유명한 그 대상그룹

당연히 집집마다 담가먹는 다고 생각한 고추장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다판다는 천재적인 생각을 1989년에 한 대상은

과거 왕에게 진상된 고추장이 순창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이 곳에서 '순창 고추장'을 생산, 상품화한다.

대상의 성공은 다른 기업들을 자극하여 순창의 장류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순창에는 2010년에 13개의 기업이 3천억원의 매출을 발생하게 되엇다.

그리고 대상의 230명 근로자 중 200명이 순창출신으로 지역사회의 고용안정에도 도움을 주었다.

여기까지는 참 멋진 스토리이다.

이 것이 바로 90년대 초반까지의 한국경제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모습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점차 '경영합리화, 효율화'를 표방하며 고춧가루를 수입산으로 쓰고, 콩 역시 수입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공장식이 아닌 순창지역의 전통고추장 산업은 대부분 가내수공업~소기업 정도의 규모이며 1인당 생산성 역시 대상을 비롯한 대기업들에 비해 크게 낮다.

그래서 매출액 역시 연 400억 정도로 대기업의 1/8 수준이다. 하지만, 고용인원은 300명으로 공장업체의 80%에 이른다.

역설적으로 낮은 노동생산성이 고용률을 향상시킨 것이다.

게다가 이 전통고추장은 100% 국내 농산물만 사용하니, 수입액도 적고, 순창을 비롯한 국내의 다양한 농산물 산업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참 재미있는 사례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삼성 경제연구소의 발표를 보고,

대기업의 막대한 외향적 성장 (2000대 대기업의 10년동안 매출이 2배 신장)에 비해 고용률은 2.8%증가에 지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비정규직, 사내하청 등을 통해 처리한 것이다.

대기업, 혹은 잘 사는 사람들에 대한 집중 지원 (감세, 기업 지원 등)이 낙수효과를 내어 중사츠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 결국 경제발전과 국민복지가 향상된다는

트리플 다운이 얼마나 허황된 이론인지를

이 사례와 위의 발표를 통해 즈명하고 있다.

게다가 트리플다운 효과를 내려면 대기업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하는데, 우리 정부 (특히 지난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과연 그랬는가?

친기업 경향은 있을 수 있지만, 석연치 않은 혜택 (공군의 반대를 무시하고 롯데의 고층빌딩 허가, 4대강, 경인운하 등)을 주면서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편 정부에게 과연 그러한 의지가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저자는 주주자본주의와 시장만능주의의 허구성

수많은 자영업자 비율의 숨겨진 의미

세계 금유위기를 유발한 월가의 국제금융자본, 그리고 이에 속아 넘어가서 규제를 철폐하고 빚을 내어 잔치를 한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그리스의 사례 등을 통해 신자유주의에 대해 비판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환상은 상류층, 금융가, 이들의 후원을 받은 언론, 정치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을 지적하며

이들의 세력이 극을 달린 시기에 벌어진 대공황,

그리고 이들의 세력이 가장 위축되어 부의 분배가 가장 활성화되었던 뉴딜정책 시기

를 비교하며 적절한 분배가 이루어졌을 때 오히려 세계경제, 특히 미국경제가 건전하고 높은 만족도를 보였음을 실례로 증명한다.

저자는 어줍잖은 비판만으로 책을 끝내지 않는다.

저자는 안철수나 스티브 잡스같은 혁신적인 경영자와 주주자본주의에 충실하여 한 때 '경영의 신'으로 까지 추앙받던 GE의 잭 웰치를 대조하며 우리의 지향점이 무엇이냐에 따라 고찰한다.

또, 볼로냐를 비롯한 협동조합의 예, 박원순 변호사가 시작한 아름다운 가게를 비롯한 사회적 기업의 예에서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한다.

80년대는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의 광풍이 불었다.

90년대에도 이러한 기조가 형성되어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삼켰고, IMF와 WTO는 모든 나라의 빗장을 푸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 길로 JP모건, 골드만삭스로 대표되는 투기자본, 탐욕의 자본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에 버블을 일으켰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리먼사태를 비롯하여 부동산 거품의 꺼짐.

그리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키프로스 등은 구제금융을 받는 등.

빚의 버블이 꺼지고 난 세계경제는 나락에 빠져 허우적 대고 있다.

그나마 한국경제는 나름 선방했지만, 미국과 유럽이 잘못 선택했던 길을 버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재벌들은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조세회피처에서 CJ를 비롯한 재벌들과 상류층들의 조세회피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고 말이다.

노력없이 모두가 동일한 결과를 만드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는 지양되어야하나,

분배 정의 실현을 위한 사회적 개입은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자, 필자의 의견이다.

이 책은 그 필요성에 대하여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근거를 제시해주고,

작금의 경제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일종의 지침서 역할을 충실히 해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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