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전에 출간한지 몇 달 안된 책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출간하기 무섭게 팔리는 이 책을 보면서 많은 기대를 하고 봤다. BBK, 삼성, 이병철에서 이건희와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기업 승계, 이학수와 김인수 등 삼성 수뇌부의 실명거론 등 <팔기 좋은 책>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1부 불의한 양심에도 진실은 있다>를 보면서 저자 김용철보다는 사제단의 결단과 용기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무도 진실을 알아주지 않아도 하늘에 있는 한 사람만은 알고 있을 것이라며 언제나 어려운 길만 가는 신부들이 이미 성당을 간지 10년 가까이 되는 타락한 신자에게 감동을 주는 것을 보면 정말 이 세상 어딘가에 신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2부 그들만의 세상>에서 나는 순진하게 삼성의 불법적 수단들에 놀랐다. 짐작했던 사실인데도 글로 내 눈으로 읽으니 피부에 느껴졌다. 순진하게도 놀랐다. <3부 삼성과 한국이 함께 사는 길>에서는 아마 어떤 현실을 느끼고 약간의 절망감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삼성과 검찰 뿐 아니라 이 책은 대한민국을 폭로하는 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는 작가 본인의 비리와 부정했던 과거 역시 폭로하고 있다. 검사, 변호사 출신인 작가는 오랫동안 칼럼을 연재해왔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문체 하나하나에서 설득력이 베어나왔는데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작가의 말을 동감할 수 없었다. 비리 삼성과 뇌물 검찰 만큼 너도 결국은 똑같아 하는 냉소적 시각을 보내는 내가 무서워졌다. 어찌되었든 거대 권력에 맞써싸우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고 좀 더 관대할 수는 없는 걸까.

더 무서웠던 것은 이 사실을 모두 알아도 이렇게 비리와 불법적 행태를 고발하는 김용철과 같은 사람들이 나와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나도 모르게 그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 무서워졌다. 일류대도 아니고 재벌도 아니고 평범하고 평범한 내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나와 정반대의 사람들을 자꾸 이해하려는게 내가 어딘가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왜 나는 나를 대표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잠시 괴로워졌다. 정의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 정의인 사회를 나도 나의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데 마음 한켠으로는 이런 어두운 기업 삼성이 6개월 뒤에 나를 받아준다면 나는 고민없이 그 길로 향할 것 같아 더 무섭다.

책이 길다. 작가에게는 이 긴 책이 아마 부족했을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다. 1,2,3부로 나뉘어져 있지만 1,2,3부의 반복적인 내용이 많아 가끔은 지루하기도 했다. 보통 책은 하루 아니면 이틀안에 다 읽는 것이 보통인데 이 책은 다 읽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긴 책의 방대한 내용들을 빠뜨릴까봐 반복적으로 넣어준 작가의 배려인지, 두세번 말하는 개인적인 버릇이 있는 것인지, 강조하고 싶었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반복적인 내용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었던 이유는 이 책이 <사실> 혹은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난 이제 삼성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