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us Zusak의 [책도둑]이 너무 좋아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처음에 은행강도를 얼떨결에 처치한 에드는 나이를 한 살 속이고 택시기사를 하는 평범한 청년이예요. 큰 포부도 없고, 사랑하는 오드리에겐 고백도 못하고 곁에 맴돌고요. 나이 지긋한? 개 한 마리와 살고 있죠. 어린 시절 상처로 사랑하기 두려워하는 오드리, 꿈이라곤 없는 게으른 리치, 짠돌이 마브와 카드놀이하는게 유일한 낙이구요.

 

그러다 은행강도를 잡은 지 얼마 지나 왠 카드가 배달되어 옵니다. 갑자기 메신저가 되어버린 에드. 에드가 거리는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이러다 에드 큰 일 치르는 거 아닌지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어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사람들을 묵묵히 지켜보는 에드. 어떻게 해야한다는 어떤 지침도 없이, 에드는 마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됩니다. 점점 포커스는 에드 주변인물들로 좁혀들어가요. 엄마가 나올 땐 정말 아득해지더라구요. 아빠가 돌아가시 전에 자신처럼 살지 말길 바라면서 아들에게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를 준비하셨나 싶기도 했는데, 그러기엔 설명이 안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처음엔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누구일까 라고 궁금했는데, 어느 순간 메시지를 누가 보냈느냐가 크게 중요하지 않게 느껴지더라구요. 우린 모두 메시지 그 자체이고, 열린 마음으로 누군가를 돕고자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다른 사람의 삶의 무게를 훨씬 가볍게 해줄 수 있고, 우리도 덩달아 행복해진다는 진실 자체에 숙연해졌어요. 점점 성숙해가는 에드, 마음을 표현하는데 솔직해지고, 또 언제까지고 택시기사를 하며 살 순 없다는 생각도 하고요. 무엇보다 오드리에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할 땐 참 감격스러웠어요. 비록 3분이란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심을 전하는데는 부족하지 않았을 거라 믿고 싶어요. 에드가 해낼 수 있었음 우리도 할 수 있죠. 주삭은 깔끔하면서 아름다운 문체로 교훈을 거부감없이 전달하는 능력이 있는 듯 합니다.  ^^ 책도둑도 좋았고, 메신저도 좋았고요. 또 어떤 작품으로 찾아올지 기대됩니다.

 

책도둑과 조금씩 캐릭터가 겹치는 듯한 기분이 느껴졌어요. 에드의 욕쟁이 엄마와 리젤의 양엄마, 메신저 에드의 역할은 사신을 떠올리게 했구요. 착하지만, 조금 무능한 에드의 아버지는 한스가 오버랩되더라구요. 감동과 생각할 꺼리를 동시에 주는 멋진 책이었습니다. 좋은 책 한 권 또 만나서 행복했구요. ^^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