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 오소희님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녀와 중빈의 여행 이야기를 더 읽고 싶었는데, 마침 서가에 꽂힌 이 책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세 살의 중빈은 그새 여섯 살이 되었고, ’리틀 노마드’로 훌륭한 길동무로 자랐다. MP3로 긴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가 사색할 시간을 주기도 하고, 축구공 하나로 골목 아이들과 금새 친구가 되어 땀흘리며 뛰어놀기도 한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풀어놓은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여행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현지인들이 사는 곳과 외떨어져있는 숙소에 머무르면서 관광지로 꾸며놓은 곳을 다니고 나서 그 나라를 여행했다고 말하는 게 이젠 어불성설처럼 느껴진다. 

여행을 한다면, 한 곳에 좀더 오래 머무르면서 그저 발길 가는 대로 걷기도 하고, 그곳 사람들이 자주 가는 식당에서 밥도 먹고, 하릴없이 공원에서 시간도 보내는 그런 여행이 더 마음에 든다. 내가 다시 여행을 간다면, 아마 아주 천천히 움직이면서 새롭게 나를 만나고 세상을 만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보게 된다.

자연스레 좀더 나은 세상, 무언가 작은 도움을 주려는 오소희님의 모습이 따사로워보인다. 그녀가 하는 일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생각도 더불어 든다.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가방’이 아닌 현지에 있을 누군가에게 선물 가방을 꾸리는 일.. 솔직히 난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아이와 떠나면서 아무리 최소한으로 챙긴다고 한들 그 짐이 얼마나 많을텐데... 이렇게 마음이 넉넉하고 용감한 엄마 밑에서 자라는 중빈인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