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읽은 육아서. 요즘은 다른 책들에 폭 빠져 지내느라 육아이야기는 잠깐 접어두었다. 읽고 나면 금새 잊고 또 비슷하게 생활하는 게 허무하기도 했었고... 대단한 엄마들의 모습에 주눅이 들기도 했었다. 부지런하고,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아이 책을 고른다고 중고서점을 뒤적거리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예전에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단번에 주문하고 잠깐 잠깐 시간이 날 때마다 읽었다. 술술 편안하게 잘 읽힌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모습, 내가 생각했던 바와 비슷한 점들이 많아 안도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십여년 후에 나도 그녀와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부러움도 함께 들었다. 반듯하고 올곧게, 그리고 독립적으로 자란 세 아들들... 엄마를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아들들... 

난 셋은 아니고 두 아들을 둔 엄마이다. 아이에게 뭔가 가르치고 주입하는 것보단 아이가 표현해내는 걸 지켜보길 더 좋아하고,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관찰하려고 애를 쓰는 편이다. 가끔 좀 늦되는 거 아닌가 싶어 조바심이 날 때도 있지만, 녀석들이 잘 자랄 거라는 그냥... 막연한 믿음 같은 게 있다. 물론 대부분의 엄마들이 다 그렇겠지만... 그리고 내가 행복해야, 내가 맘이 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에게 올인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가 자란 후를 떠올리니.. 이 녀석들이 자라 내 품을 떠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은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간 게으른 엄마노릇을 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이가 옆에 와서 놀아달라고 할 때.. 잠시 집안일 등은 내려놓고.. 놀아주자. 하는 다짐도 새삼스럽게 해보게 된다. 

아이가 자라는 걸 지켜보는 일, 억지로 어떤 길로 끌고 가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지켜보고, 다만 아이가 힘들어할 때 옆에 있어줘고 꼭 안아줘야겠다... 

어쩌면.. 참 당연하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잊고 있었던 것..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고마운 시간이었다. 가볍게 읽고 말기엔 아쉽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다시 읽어봐야지...